적폐라고 하든 범죄라고 하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모든 범죄행위는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 죄가 가벼우면 처벌하되 집행유예와 같은 용서도 가능하지만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그리고 정부 각료들은 4년 후에 그들도 똑같은 아니면 더 치사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깨끗하고 근거가 확실한 정치를 해야 한다. 오만해서도 안되고.
하루키의 소설이 하도 유명하다 하여 십 여 년 전에 잠깐 읽으려다 그만둔 적이 있다. 뭐랄까. 이상한 기운. 일본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을 앞두고 뭔가 공부를 해야 하는데, 막부 시대와 메이지, 군국주의에 대해 이미 충분히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고 흥미도 없어서 망설이다가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했다. 무사히 끝까지 읽어내기를 기대하면서 두 권을 들고 왔다. 우선 상실의 시대.
누구나 느꼈던 2, 30대와 4, 50대의 간극에 대해서 잘 표현한 이 문구는 마음에 들었다. 지금 나는 20년 후의 나 즉 일흔이 넘은 노인일 때 나의 몸과 마음에 대해 자꾸 생각해 본다. 어른들을 통해서 몸의 변화는 충분히 확인했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가짐이 지금 생각처럼 잘 될 것인지는 역시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스무 살에 느꼈던 20년 후의 아득함 같은 것은 확실히 느껴지지 않고, 곧 닥칠 것같다는 것이 큰 차이다. 일흔이 넘어서도 깊은 사랑을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는 마흔 살이 되었습니다. 제 나이 스무 살 무렵엔, 잘 이해되지 않았던 일입니다. 스무 살 청년이 20년이 지나면 마흔 살이 된다는 것 말입니다." - 8쪽 / 한국어판에 부치는 저자의 서문 중에서
답답한 상황 묘사가 아닌, 대체로 기대가 되는 서술이 주욱 이어지는데, 사랑이야기의 핵심 이미지로 등장하는 이 괴기스런 우물은 대체 무얼까. 마지막에 이 사악함이 가득한 이미지를 어떻게 털어낼까. 그가 말한대로 "한 시대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도 그려 보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탐욕과 음모로 만들어진 붉은 방이 아니라 아무도 알지 못하는 숲 속의 우물이라는 '사회의 그늘'일까.
"그냥 목뼈라도 부러져 깨끗이 죽어 버리면 좋겠지만 어쩌다가 발을 삔 정도로 끝난다면 정말 난처하거든, 소리소리 질러 보아도 누구 하나 듣는 사람도 없고, 누군가 발견해 줄 가망도 없고, 사방엔 지네나 거미가 우글우글하고, 거기서 죽어 간 사람들의 해골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고, 어둡고 축축하고.... 그리고 저 높이 머리 위엔 빛의 동그라미가 마치 겨울 달처럼 조그맣게 떠 있겠지. 그런 곳에서 혼자 서서히 죽어 가는 거야" (19쪽)
다 읽고 났더니 우물은 붉은 방도 사회의 그늘도 아닌 불행한 사람들의 불행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빠져 나올 수 없고, 누군가 도우려 해도 도울 수 없다. 심지어 사랑이라는 위대한 힘보다도 강력한 우물이었다.
초판 24쇄, 2판 85쇄, 3판 53쇄 등 10년 동안 무지막지하게 팔려 나간 이 소설의 힘이 무엇일까. 첫번째는 적나라한 성의 묘사다. 초등학생에서부터 30대 초반에 이르는 다양한 일본 사람들의 성생활 이야기를 매우 자유롭고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왠만한 소설에서는 전혀 볼 수 없고, 포르노 소설에서나 나올만한 장면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두번째는 사랑이다. 사랑의 감정, 의지, 욕구, 행위, 노래 등등.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매우 단조롭게 묘사되어 있다. 강렬했다면 영화처럼 한 다리 건넌 느낌이겠지만 단순해서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읽는 동안 지루했지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는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동안이나 팔려야 하는 소설까지는 아니다. 하루끼의 소설을 한 권만 더 읽어 보겠다. 어차피 인생은 시간 지우기의 측면도 있어서 그의 진면목을 혹시 발견할 지도 모르니 한 번 더 시간을 지워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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