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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화왕이여 장미를 멀리하시라_공직자 재산이 과하다_171108 среда Xīngqísān

어제 밤 제법 많은 비가 내려서 비닐과 천막으로 두 번 덮어놓은 볏가마 위로 물이 고였다. 리코더를 불며 놀고있는 사이에 부모님이 천막과 비닐을 걷으셨고, 마지못해 일어나 나가 보았더니 마음이 천장에 빗물이 가득 고여 있어서 마른 걸레로 쓸어 내렸다. 아버님은 여전히 몸이 좋지 않으신지 우체국에 가서 여행자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가지 않겠다 하신다.


설총의 이야기를 읽다가 화왕계(花王戒)의 내용을 보게 되었다. 임금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꽃의 비유를 통해 신문왕에게 이야기한 글이다. 신문왕은 진골 귀족들을 누르고 왕권을 강화하고 싶었으니 설총의 건의가 듣기에 좋았을 것이다. 임금이 된 우리 시민들이 과연 1,300년 전 설총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어떤 이가 화왕(花王 모란)에게 말하였다. 


'두 명(장미와 할미꽃)이 왔는데 어느 쪽을 취하고 어느 쪽을 버리시겠습니까?' 


화왕이 말하였다. 


'장부(할미꽃)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어여쁜 여자(장미)는 얻기가 어려운 것이니 이 일을 어떻게 할까?' 


장부가 다가서서 말하였다. 


'저는 대왕이 총명하여 사리를 잘 알 줄 알고 왔는데 지금 보니 그렇지 않군요. 무릇 임금된 사람치고 정직한 자를 가까이하고 간사한 자를 멀리하는 이가 적습니다. 이 때문에 맹가(맹자)는 불우하게 일생을 마쳤으며, 풍당(중국 한나라 사람)은 머리가 희도록 하급관직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옛날부터 도리가 이러하였거늘 저인들 어찌하겠습니까?' 


화왕이 대답하였다. 


'내가 잘못했노라, 내가 잘못했노라.' 

- 한국사능력검정시험(박문각) 168쪽에서


어제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차관급 이상 공직자의 평균 재산이 17억원이라고 한다. 실질가치로는 20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다. 가난은 벗어나야 할 비참한 상태지만 청빈하지 않은 공직자들을 어떻게 믿고 신하로 부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시민들은 왕으로서 화려한 유혹들을 멀리할 뿐만아니라 신하라 낮추며 고개 숙인 저들의 오만과 사욕을 감시하는데도 게을러서는 안된다.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시민들이라면 정직한 사람을 가까이하고 간사한 자를 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