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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미리 쓰는 유언장_180817, 뺘뜨니챠_1차 수정본

인생은 부모로부터 몸과 마음을 받아 태어나서 놀며 공부하고 즐겁게 일하다가 병들어 죽는 것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마음 쓰지 말자. 오직 공부하고 놀고, 일하는 것에 집중하자.


일은 끊임이 없고 일하면서 즐겁거나 행복할 수만은 없다.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벌기도 하고 적게 벌기도 할 것이다. 어느 일이나 다 소중하다. 험한 일을 하더라도 헐값에 일하지 않도록 해라. 돈 버는 즐거움이야 당연한 것이니 특별히 이야기할 것도 없고, 돈을 벌지 못 하는 일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봉사를 해도 좋고, 자연과 인간에게 해를 끼지치 않는 농사를 짓는 것도 좋다. 먹고 살 정도 되면 돈 버는 일보다 돈 벌지 않는 일들을 더 많이 찾아서 해라. 농사를 짓고 싶거든 정원 가꾸기를 먼저 해 보아라. 예쁜 꽃과 나무를 가꾸고 돌보아라. 그러다 보면 농사도 배우게 될 것이다. 힘에 부치지 않게 일해라. 일은 놀면서 쉬면서 해라. 힘들면 화나고 짜증이 나서 사람 버릴 수 있다. 죽기 전까지 일은 끝이 없다. 놀 힘이 있을 때는 힘 써서 놀고, 힘이 없을 때는 주로 일하고 죽을 때까지 일해라.


인생은 짧으니 열심히 놀도록 해라. 노는 일에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다. 놀다보면 노는 기술이 자꾸 늘어서 더 잘 놀게 된다. 세상에 폐 끼치지 않고 건강하게 놀아라. 술을 먹어도 천천히 음미하며 취하는 즐거움을 알고 마셔라. 혼자 놀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행복하다.


사랑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놀이다. 시간의 대부분을 사랑하며 지내라.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으뜸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것은 끊이지 않는 즐거움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것은 놀이이자 공부다. 마음껏 사랑해도 좋다. 놀이에 사치하지 말아라. 100만원이 넘는 비싼 대나무 대금이나 이만 원짜리 플라스틱 대금이나 잘 불면 멋진 소리가 난다. 사치품 가방이 아닌 만원짜리 가방도 물건 잘 들어간다. 장비나 겉모습 꾸미는데 사치하지 말아라. 젊으면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고, 나이들면 꾸며도 나이 들어 보인다. 단정하고 깨끗하면 된다. 같이 놀 때는 여러 의견 중에서 맘에 맞는 것에 공감해 주고, 맘에 맞지 않으면 입을 다물어라. 젊어서 놀아라. 먹고 살 것이 마련되었으면 놀아라.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라. 깨달음을 얻든 멋지기 위해서든 돈을 벌기 위해서든 열심히 공부해라.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 즐겁게 놀 수 있는 것이 공부다. 내 돈 들여서 공부하려 하지 마라. 공부에 들어가는 비용은 사회와 국가에서 내는 것이 맞다. 공부한 것 이상으로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 절대 진리는 없다는 것에 항상 유념해라.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이 만든 모든 것, 종교를 포함해서 절대 진리는 없다. 공부를 하되 편협하지 않게 해야 한다. 좋은 스승을 만나면 공부가 깊어질 것이다. 평생 따를 수 있는 스승을 갖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좋은 스승을 꼭 찾기 바란다. 


내가 가진 재산은 의논해서 좋은 일에 써라. 먼저 어려운 가족을 돕는데 쓰고, 그 다음에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라. 가족과 친구, 세상 사랑들의 순서로 도와라. 어차피 세상을 구할 수는 없는 재산이니 가까운 사람들 먼저 돕는데 써라. 한 번에 다 쓰지 말고 오래도록 쓸 수 있도록 해라. 땅은 농부가 될 사람이 가져라. 농부는 점유할 뿐 소유할 수 없다. 농부될 사람이 십 년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으면 땅은 팔아도 좋다. 그러나 사업자금을 위해서 팔지는 말아라. 땅 팔아 생긴 돈은 가족 행사와 사람들을 돕는데 써라.


내가 죽거든 화장해서 꽃사과 나무 아래 묻어라. 유골함이나 묘비를 비롯한 어떤 표식도 하지 마라. 자연으로 돌아가 다음 생을 살 계획이다.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먹다가 생각나면 나무에게 거름 주듯이 주어라. 내가 알아서 찾아먹을 것이다. 제사를 지낼 필요는 없다. 혹시 지내고 싶으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번갈아 가면서 아무 때나 지내라. 너희들이 불러주는 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즐길 것이다. 새로 나온 맛있는 것들도 차려주면 좋겠다. 나는 냄새만 맡을 터이니 너희들이 다 먹어라.


즐겁게 기억해 다오.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 사랑한다, 모두들.


벼베기가 끝난 어느 해 가을에 무일 박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