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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유토피아에 작은 공헌을_무술년(2018년) 신년사_180101, понедельник 빠니질리닉 星期一 Xīngqí yī

연말부터 신년사를 준비해야 했었는데, 그리미의 급작스런 독감으로 병수발을 드느라 연말이 그냥 흘러가 버렸다. 이제라도 신년사를 써야겠다.


교수들이 뽑은 2017년의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사악한 의견과 논리를 깨고 올바른 법을 세운다는 말이다. 破邪顯正 Pòxié xiǎn zhèng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참으로 멋졌다. 2016년 7월 28일 이화여대 시위로 시작되어 2017년 3월 31일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dramatic하게 지켜보고 참여했다.


1960년 4 19 혁명기에는 태어나지 않았었고, 1980년대에는 대학생으로서 전두환 노태우 폭력정권의 총칼과 군화발 아래에서 두려움에 떨며 무사히 도망치는 것을 목표로 저항했으며, 1987년 6월 항쟁 때에는 국군 예비사단의 군인으로 시위대 진압을 위해 출동대기 상태에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촛불혁명에는 너무 추워서 움직이기 싫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열심히 참가했고, 그릇된 역사를 끝장내는 데 성공하는 큰 기쁨을 맛보았다. 특히, 나만이 아니라 우리 온 가족과 시민들의 대다수가 참여함으로써 혁명은 길고도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아마도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하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집안 일도 전반기 3개월은 노동의 고통 때문에 몹시 힘겨웠다가 후반기 6개월은 평화롭게 즐기는 노동을 할 수 있었다. 가뭄으로 논에 물꼬를 대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불필요한 긴장 관계가 만들어지고, 밤을 세워 물꼬를 지켜야 하는 고통이 있었다. 모내기를 끝내고 나서는 오리들의 우렁이 침공으로 1,400평의 논을 두 달에 걸쳐 맨몸으로 풀뽑기를 해야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8월의 러시아 여행을 기점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은 자연의 흐름에 맡겨버림으로써 몸과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 수확량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먹고 사는 것은 확보할 수 있었다. 부모님과 내가 적당한 노동으로 노동의 고통에서 해방되었고, 비록 풍년은 아니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많은 가족들과 쌀과 기름, 김장김치를 함께 나누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하여 2017년 나의 사자성어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더불어 즐겼으며, 사람들과 더불어 즐기는 사회가 유토피아이기에, 2017년에 나와 우리는 유토피아에 진입했다.


2018년은 이 유토피아를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나와 우리의 중요한 목표가 된다. 여민동락하는 사회를 2017년에 실현했다고 해서 천년만년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다시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배웠다. 우리는 생각보다 잘 배웠지만 좋은 경험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야만의 시대를 살아왔기에 나만은 어떻게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우리 사회는 언제든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 나로 향하는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참여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유토피아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올해 첫 번째 일은 사회공헌 활동의 확대다. 지난 해 말에 국민재산 되찾기 운동본부에서 모금하는 플랜다스의 계에 한 구좌 15만원을 참여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운동본부에 참여해서 일하고 싶다. 직접 참여가 어렵다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알리고 격려하도록 할 것이다. 


이 일이 중요한 이유는, 돈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하는" 정신과 행동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는, 돈으로 사람과 권력, 명예와 지위, 건강과 행복을 만들 수 있다는 착각을 시민사회에 퍼뜨려, 유토피아를 파괴한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돈은, 이명박이나 박근혜, 이재용이나 조현아처럼 거짓과 탈세, 사기와 절도, 폭력과 은폐 등 거짓과 일탈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범죄를 통하지 않고서는 큰 돈을 쉽게 벌 수 없다. 그런데, 범죄로 만들어진 돈이 범죄자나 그 가족의 소유로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면 사람들은 유혹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범죄로 쉽게 만들어진 돈은 반드시 공동체에 회수하여 시민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쉽게 돈 벌려는 범죄자들이 사라지고 나면, 정직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점점 주목받게 되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을 따라서 멋진 부자가 되기위해 노력하면 우리 사회는 건전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부유하되 시민과 더불어 그 부를 함께 즐기는 사회가 곧 유토피아다.


두 번째로는, 헌법과 민법을 공부하는 일이다. 지난 해에 헌법 쓰기와 헌법 문제 풀기를 시작해서 법 공부의 재미를 알았다. 지금은 비록 그 내용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정의와 평등, 민주주의와 복지를 지향하는 우리 헌법을 사랑하게 되었고, 헌법을 공부하는 재미를 느꼈다. 다시 한 번 더 헌법을 공부하고, 그 위에 사람 사이의 일을 정의롭게 규율하는 민법을 공부하여 민주주의가 법으로 어떻게 뒷받침될 수 있는지를 배우려고 한다. 


왜 이렇게 많은 법들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의문이 든 적도 있다. 법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상식과 도덕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텐데, 걸핏하면 법을 들이대고, 새로운 법을 만들고, 좋은 법을 헛되이 고치느라 너무 많은 비용과 혼란이 생기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가 극심한 세상에서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조화로운 생활을 위해서는 법에 의한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어른의 권위가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의 상식과 도덕을 시대에 맞게 규정해 놓음으로써 불완전한 인간 사회를 정돈할 수 있는 것이다. 궁극의 목표는 십계율이나 약법삼장으로 시민사회가 운영되는 것이겠지만, 완전한 이상 상태에 도달하기까지는 복잡하지만 법체계를 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법치주의 사회에 맞게 살아가려면 법을 이해하고 지키고 만들고 폐지하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모든 법을 공부할 수는 없으니,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헌법과 민법을 공부하여 시민으로서의 기본 역량을 갖추려고 한다.


세 번째 일은, 과도하지 않은 노동으로 깨끗한 농사를 짓는 것이다. 내 생명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깨끗한 음식과 내 가족들이 살아가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모든 노동이 삶의 기쁨과 사회 공헌을 위한 것이므로 존중받아야겠지만, 농업이라는 거칠고 힘든 노동은 특별히 존중되어야 한다. 사회의 지원과 배려로 공동체를 위한 학문을 배운 사람으로서 거친 노동에 참여하는 것 또한 중요한 실천이다. 배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명박의 기름기 좔좔 흐르는 모습과 내 거친 얼굴이 잘 비교하여 보여줄 것이다. 설마 두 얼굴을 보고, 이명박이 되려고 결심하게 될까?


그 밖에도 2018년 한 해 유토피아 대한민국을 지키고 누리기 위한 활동은 많을 것이다.  그 생각과 행위들이 언제나 훌륭하고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게으름과 욕심으로 몸과 마음을 편하게 굴리는 일도 많을 것이고, 쾌락을 좇는 시간 또한 많을 것이다. 그런 속에서도 신년의 이 마음가짐을 항상 생각하며 올 한 해를 잘 보내려고 한다.


따뜻한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삽시다, 여러분 !



2018년 무술년 1월 1일에

무일(無逸) 박 인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