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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러시아여행_바이칼에서 블라디보스톡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_170807 понедельник 빠니질리닉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10시 반이 되어서야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1층에 위치했지만 경사진 곳에 지어진 건물이라 2층처럼 느껴지고, 습할 것처럼 보이지만 뽀송뽀송한 훌륭한 집이었다. 그녀는 장정들과 함께 자기에는 좁지 않느냐고 했지만 매우 넓고 편안한 집이었다. 특히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간단한 스피커가 정말 좋았다. 돌아가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산울림, 김광석, 대학가요제, 빅토르 최와 재즈.


누룽지탕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어쨌든 좋은 아침!(доброе утро 도브라예 우뜨라). 저녁에 이동할 것에 대비해 짐도 미리 싸 두었다.











어제 사진(Фото 포따)을 많이 찍기를 정말 잘했다. 오늘은 날이 우중충해서 하늘이 도움이 되어 주지를 못한다. 교회 내부가 예쁘다고 해서 일부러 들어가 보았지만, 글쎄!!! 터키풍의 향로가 걸려있고, 익숙한 동방정교회의 이콘화도 볼 수 있다. 성모자가 그려져 있는 작은 패널과 그리미의 스카프 하나를 샀다. 실크가  30프로 섞인 레이온 원단이다.


광장에는 중국인들로 그득하다. 한국과 중국이 없었다면 러시아의 동방 시베리아는 정말 쓸쓸하고 가난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성장은 동아시아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다.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야말로 논쟁이 필요없는 서민을 위한 이론이었다. 누구도 죽이지 않고 번영의 길을 가게 하고 있다. 씨에씨에 덩. 시진핑이든 누구든 중국인이 해야 할 일은 자유의 획득이다. 천안문에서 얻지 못했다면 둥팡밍주에서라도 얻어내야 한다. 아마도 상인들이 해내지 않을까.










성당을 나와서 계속해서 공원길을 걷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공원길. 길이 하나 있으면 공원이 하나 있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이런 도시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좋은 친구들과 가족들과.


공원 한쪽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350py 지출.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더니 좋단다. 다행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에게 장사를 하게 해도 되는 것일까. 학교를 갈 시간인데 말이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꾸준히 장사가 되기는 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마주보고 서 있다. 할아버지는 미소를 띤 채 열중쉬어를 하고 있고, 할머니는 두 손을 자유롭게 쓰며 힘차게 이야기를 한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할아버지는 예의를 갖춰서 조용히 대답한다. 무슨 잘못을 하셨는지 꽤나 긴 훈시를 들으신다. 그런데도 매우 평화롭다. 보기 좋았다.















시장에 들렀다. 살라미와 치즈 한 덩어리를 샀다. 다양한 김치, 한국 식품들과 오뚜기 식품들이 가득하다. 세계는 이미 하나다.


기대를 걸고 USSR로 갔다. 망했다고 한다. 허걱. 바로 위의 홈메이드 버거 카페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체게바라 버거와 치즈버거, 미트볼, 햄버거 스테이크, 흑맥주 두 잔, 에스프레소 두 잔, 카푸치노 한 잔, 프람프치노 한 잔 등 다양하게 시켜 보았다. 2, 600py. 허걱, 버거킹이 살짝 그리워졌다. 자리값이라 생각해야 했다.

















카페를 나와서 바로 옆의 가게에서 세일을 한다기에 들어갔다.  무려 70%. 그리미의 가방을 사려고 했는데 마땅한 것이 없고, 내 샌들을 하나 샀다. 독일제품으로 10만원 정도 하는 것인데, 50% 할인해서 2,525py. 그녀는 내 발이 작은데 너무 큰 샌들이라서 걱정이 된다고 한다. 마지막 계산을 앞두고도 더 작은 신발 하나를 가져와서 신어 보란다. 발 폭이 넓고 발등이 높아서 신발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제야 내가 고른 사이즈를 인정한다. 그녀의 정성과 친절이 고맙다. 드문 일이다. 우주신 신발에 이어 두 번째 카드 계산이다. 복사되지 않았기를 빈다. 그리미는 지금 신고 있는 샌들을 당장 버리라고 하지만 아직 튼튼하다. 원가 20만원 하는 것을 30% 세일해서 14만원 주고 샀다. 3년이 되어 낡기는 했지만 오히려 세월의 무게가 보여 좋다. 새로 산 샌들은 잘 보관해 두었다가 내년 여름부터 신을 계획이다. 계획으로는.




카페 리퍼블릭의 검은 버거 ~









레닌 광장으로 갔다. 레닌은 초라하게 시커멓게 왜소하게 서 있었다. 볼셰비키 혁명과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스탈린의 독재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냉전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평안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 레닌은 권력욕 이상의 무엇을 추구했을까. 모든 인간의 평등과 기회의 균등, 균등한 삶의 질을 누리고자 했던 것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그의 구호였을까 공동체를 위한 고뇌의 결과였을까. 알 수가 없다. 현재 남겨진 것은 온갖 패배의 잔해들이다. 그의 동상이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그의 선의만은 인정받은 것일까. 막심 기사에게 물었다. 당신은 레닌과 뿌찐 중에서 누구를 더 사랑합니까.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푸찐도 좋지만 레닌을 더 사랑한다. 30대 후반의 그가 러시아인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하겠지만 공동체를 위해 노력했다는 인정일 것이다.











레닌 거리 아래 쪽으로 길게 이어진 공원을 걷는다. 오래 된 건물들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화려하지 않고 접근하기에 좋다. 이렇게만 보고 다녀도 충분하니 돈도 들지 않아서 좋다. 볼 것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들과 공원들과 집들이 가득하여 보기에 충분하다. 게가다 시원하기까지 하니 산책하기에 참 좋은 도시다.


루스키 레스토랑은 옆의 올드 바와 공동 운영한다. 우리는 올드 바로 들어갔다. 인테리어가 묵직하게 되어 있어서 하바롭스크의 마지막 식사를 하기에 좋았다. 돼지고기 샤슬릭 두 개와 샬리안카 두 그릇, 쌀밥 두 그릇을 시켰다. 음료는 스프가 있으니 시킬 필요가 없다. 1,720py.











막심을 불렀더니 즉시 도착한다. 작은 차지만 가방 4개도 다 실을 수 있다. 그리고 러시아 와서 처음으로 유쾌한 사람을 만났다. 내가 러시아말을 모른다고 해도 계속해서 말을 시킨다. 나는 한국어로 그는 러시아어로. 그가 서울의 이태원을 와 봤다고 해서 서울이 큰 도시라고 했다. 하바롭스크 시청도 알려준다. 기차가 몇 시냐고 묻는다. 보씸 드밧쨔찌라고 했더니 충분하다고 한다. 이 시간대는 항상 밀린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월요일이다. 잔돈도 하바롭스크 동전을 일부러 골라서 준다. 바그잘에 도착해서 짐까지 내려준다. 참 고맙다.


바그잘에 도착해서 블라디보스톡행 352번 열차를 타는 2번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동안 비가 쏟아진다. 7호차는 하필이면 기관차 바로 뒤다. 오는 비를 다 즐기면서 기차에 올랐다. 쿠페(compartment) 제법 쾌적하다. 날이 시원해서일까. 에어컨이 없는데도 시원하다. 창문도 활짝 열리고 3등석에 비해서 넓이도 더 넓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있고, 등도 각각 조정할 수 있다. 콘센트는 없다.


우수리스크에서 내릴지 말지를 의논했는데, 비가 내리면 돌아다닐 수도 없으니 그냥 블라디보스톡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 여유있게 움직이자.


기차는 출발했다. 2등칸이나 3등칸이나 에어컨이 안되는 것은 똑같은 모양이다. 열차가 달리지 않을 때는 후덥지근하다. 2층 침대에서 고개를 들고 움직일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어린 왕자를 읽고 밀린 일기를 쓰고 잘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