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пятница 뺘드니챠)에 두 분을 모시고 서울의 큰 병원을 다녀 왔다. 아버지가 기침을 하시면서 피가 섞여 나왔기 때문이다. X-ray와 CT까지 찍어서 확인했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한다. 두 달 후에 한 번 더 촬영을 해 보자고 한다. 가뭄에 애가 타시고, 우렁이가 죽어버린 논에서 풀과 씨름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벌통 때문에 헛심만 쓰시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버리셔서 생긴 현상인 모양이다. 깜짝 놀란 것에 비하면 다행스럽고 허탈한 진단 결과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일은, 고추밭과 콩밭에 뿌리실 농약을 전부 갖다 버리신 일이다. 약 뿌리지 말고 약 안치고는 되지 않는 고추농사와 메주콩 농사는 포기하자고 그렇게 말씀 드려도 듣지 못하시더니, 정말 많이 놀라시기는 한 모양이다. 그래서 다행스럽다. 농약을 버리신 것까지는 좋은데, 영양제와 칼슘제까지 한꺼번에 버리시는 바람에 헛돈만 날렸다. 그것 참.
7월로 접어 들면서 논의 풀들은 쑥쑥 자라나는데, 우리 논의 벼들은 포기가 늘지 않는다. 웃거름으로 뿌린 비료는 풀들이 전부 영양제로 사용했는지 뿌리를 튼튼히 잘 내리고 있어서 잘 뽑히지도 않는다. 오전과 오후에 두 세 시간씩 작업을 하면 제법 많은 면적의 풀들을 제거하는데, 막상 일을 끝내고 전체 논을 조망해 보면 거의 달라진 것을 느낄 수가 없다. 하루 동안 일한 면적이 스무 평 정도 된다 생각하면, 전체 논은 1,400평이고, 메벼논은 800평이니, 작업이 이루어진 비율은 1~2%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논에 들어가 작업을 하면서 뒤돌아보면 벼들이 숨을 쉬는 것 같아서 흐뭇하다. 성취하지 못한 결과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해낸 것은 기쁘게 생각해야 한다.
풀도 문제인데다가 키다리병도 심각하다. 3년 째 볍씨를 자가 채종해서 모내기를 해 오고 있는데, 소독을 충분히 했는데도 키다리병을 잡지 못했다. 전체 논이 누르스름해서 금년 농사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이런줄 모르고 모내기를 하고 나서는 두 달 동안 평안할 것으로 예상했으니 웃기는 일이다. 게다가 벼 재해 보험도 가입을 하지 않아서 보상도 받기 어렵게 되었다.
아랫논 반장네와 윗논 돼지네 논은 벼들이 쑥쑥 잘 자란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논도 크게 뒤지지 않았는데, 올해 농사는 너무 차이가 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제라도 제초제를 뿌려서 풀을 제거하라는 조언도 있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그저 자연이 주시는 데로 받아 먹을 뿐이다. 덕분에 올해는 다이어트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깊은 고통 속에서 삶의 철학이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다. 고난을 즐기지 않지만 찾아 온 고난 속에서도 삶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키릴문자가 읽히기는 하는데, 단어고 문장이고 제대로 외운 것이 없이 요일만 이렇게 외워서 여행 가서 도움이 될까 싶다.
сколько это стоит? 스꼴리까 에따 스또있뜨? How much does it cost?
я Могу купить рис? 야 마구 꾸삣지리스? Can I buy r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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