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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늦게 베어야 덜 일한다_170627 вторник 프또르닉

6시 경에 일어났는데도 일하러 나가는 시간은 7시가 넘었다. 원래 계획은 커피 한 잔 마시고 얼른 나가려고 했는데, 수천께서 밥을 차리시겠다고 하셔서 다 먹고 나가느라고 늦어졌다. 그래도 82살의 노구를 이끌고 삼시세끼 밥을 차려 주시니 고마울 뿐이다. 하루라도 제대로 챙겨 드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으나 그리 하도록 마음을 다잡아 본다. 마음 먹은데로 인생이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예초기를 돌려보니 잘 돌아간다. 휘발유가 가득 하기에 더 이상의 휘발유를 가져가지 않고 딱 한 통만 돌리고 오기로 했다. 그동안 풀을 매느라 손가락과 허리가 너무 아파서 노동의 내용을 바꾸기로 했다. 김매기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로 진척이 되는 데도 기름 한 통을 다 쓰는 동안 메벼 논 이랑의 절반을 채 못했다. 일 솜씨가 여전히 떨어지니 그저 끈기로 버텨내는 중이다.


주변 논의 농부들은 부지런하여 - 꼭 그렇다기 보다는 김매기를 할 필요가 없으니 모내기 하고 나면 물꼬만 보러 다닌다 - 벌써 논둑에 벌겋게 제초제를 뿌려 놓았다. 우리 우렁이 농법이 잘 되어서 김매기만 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같이 할텐데, 최소한 열흘은 김매기를 해야 하니 아무도 우리 농법을 따라 하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4년 전처럼 올해는 백일 가까이 김매기를 해도 풀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우렁이들이 오리와 두루미에 의해 거의 학살되었기 때문이다. 미치지 않고는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아랫 논둑에서 작업할 곳은 얼마되지 않았다. 만일 내가 먼저 풀을 베고 아랫논에서 제초제를 했으면, 아랫 논에서 작업해야 할 곳의 상당 부분까지 내가 작업을 해야 해서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 먼저 작업을 하고 나서 내가 작업을 하니 일거리가 확 줄어든다. 더 깨끗한 농사를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제초제를 안 쓰도록 내가 먼저 작업을 해야 하지만 올해는 비상 상황이다. 풀을 매다가 내가 쓰러질 지도 모르니까. 일거리가 줄어서 그나마 위로가 된다.


어제 아침 저녁으로 김매기를 했는데, 작업 공간이 제법 넓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논밖으로 나와서 작업한 곳을 바라보니 전체 논의 규모에 비해 너무도 작은 양이다. 인간의 하루 노동량(one man-day)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계가 없다면 7마지기 논농사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음성에서 돌아오는 길에 블루베리 농장에 들러 5kg(10만원)을 샀다. 블루베리도 농약을 치지 않고 키우기 때문에 농사짓기가 참 좋은데, 두더지의 피해가 엄청나다고 한다. 그래서 화분에서 키우는 것으로 방식을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화분 농법이라.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1만 5천원 하는 화분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어떤 병해충 피해도 막아낼 수 있다면 그 정도의 투자는 할 만하다.  평당 1개의 화분을 놓는다고 계산하면 800평이면 약 1천 개의 화분을 놓을 수 있고(1,500만원) 상토흙은 구입하고, 묘목은 만들어 나간다면 3천만원도 투자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화분 1개당 2만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2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괜찮은 투자다. 화분 1개 당 1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계산해도 3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우렁이농법도 오리들의 침탈로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다. 블루베리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