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장시호가 수면제와 프로포폴에 중독되었을 것이라는 의혹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도 역시 약으로 버티고 있다. 아침에는 감기약, 점심에는 코대원 콧물약, 저녁에는 허리 아픈 약을 먹은 지 벌써 이틀째다. 하루에 12,000보에서 24,000보까지 걷는 강행군을 하면서 몸이 약해진 데다가 상하이로 넘어 오면서 날이 추워져 그런 모양이다. 약이란 것이 참으로 신기해서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약이 없었다면 호텔방에 드러누워 빈둥댈 수밖에 없었을텐데, 약의 도움으로 비록 춥지만 햇볕을 쏘이며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샤워를 하고 식당으로 갔다. 티켓을 한 장 내밀었더니 두 장을 더 달란다. 프런트에서 두 장만 받아서 오늘 하나 내일 하나 쓰려고 한다. 통하지 않는 말들을 1~2분간 서로 주고 받다가 종업원들이 먼저 포기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다. 서양인들에게는 힘들겠지만 우리에게는 친숙한 중국 음식들이다. 볶음밥, 볶음국수, 국물국수 모두 먹을만했다. 수박과 멜론도 입에 맞고 초절임 당근도 상큼했다. 지금까지의 아침 식사 중 최고다.
어제는 오토바이 소리로 폭탄이 터진 것같은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내더니 오늘은 집 앞에다가 탱크같은 차를 대놓아 다른 차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예의없는 자들의 짓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유흥주점에 가는 것은 이런 녀석들의 사치스런 생활을 돕는 일이다. 앞으로 더욱 자제해야겠다. 깍두기들도 시민들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행동거지를 조심하는데, 이곳은 자기들 구역이어서 그런지 약간 풀려 있다. 문명이 좀 덜 스며든 모양이다.
가는 곳곳마다 붙어있는 문명의 구호. 질서를 지키자는 이 문구가 몇 년 후에는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질서 안지킨다고 벌금을 매길 수는 없는 일이라 시민들 스스로 지켜야 하는데, 과연.
아이가 자꾸 쳐다보면서 과자를 먹기에 손을 내밀어 달라고 했더니 한 조각 준다. 맛있게 먹고 보답으로 마지막 단 하나 남은 비상식량인 양갱을 주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고맙다고 인사한 엄마가 집에 가서, 혹시, 몰래(?)
송쟝다쉐청(松江大学城 Song Jiang Da Xue Cheng) 디티에쩐(地铁站 Di Tie Zhan)까지 13원이 나오니 정말 외곽의 호텔인 것은 틀림없다. 오는 동안에 창밖으로 보이는 외국어대학교의 건물들이 재미있다. 피렌체 두오모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건물들로 캠퍼스를 구성해 놓았다. 내일 아침에 이곳을 산책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마도 짝퉁 향기 물씬 나는 깨끗한 건물들일 것이다.
다푸챠오(打浦桥 Da Pu Qiao)까지는 15정거장. 어느 방향의 열차를 타야할 지 모르겠다. 영어가 유창한 남학생은 매우 바쁜지 타푸치아오로 잘못 발음한 내 말을 못 알아 듣고 저쪽 안내 데스크에 문의하라며 지나간다. 누군가를 한가로이 기다리는 여학생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검색해 가며 알려줘서 고맙다. 대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영어를 유창하고 자유롭게 쓴다. 다만, 중국식 발음이라 내 서툰 영어 실력으로는 알아듣기가 힘들다. 이제야 겨우 적응이 되는 듯 한데, 내일이면 떠난다. 그래서 그리미는 행복하다고 하는데, 나는 몹시 아쉽다. 힘들지만 여행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전철 앞쪽에서 타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다른 칸들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오늘의 여행경로는 어제 계획한 대로 티엔즈펑(天子防 Tien Zhi Feng)에서 시작한다. 아무리 열심히 발음 연습을 해도 그들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 성조와 혀를 안으로 말아 넣으며 하는 발음이 문제인 모양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
중국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중국어 발음 연습을 해 오는 것이 좋겠다. 일단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공부 잘 하게 생긴 여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우리 숙소 근처의 송쟝다쉐청의 경우에는 대학생들이 많아서 아무나 잡고 이야기해도 다들 영어를 잘 하지만, 그밖의 다른 지역에는 젊은이들까지도 아직 영어를 애용하지 않고 있다.
넓고 사람이 많은 중국이다 보니 외국인을 상대하거나 해외에 나갈 이유가 없어서 영어를 잘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마치 유럽 사람들이 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않고도 평생을 새로운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 섬이된 내 조국 대한민국이 가엽다.
호텔 이름 보다는 호텔의 주소(길이름과 번지수), 건물번호를 중국어로 읽을 수 있도록 준비하면 좋다. 다음 중국어 사전을 찾으면 발음까지 친절하게 다 나오니 정말 편하다. 발음을 못하면, 항상 펜과 종이를 가지고 다니다가 간체를 써 줄 수 있어야 한다. 호텔 예약을 했다면 예약확인서를 반드시 중국어로 출력해 오는 것이 좋다. 아니면, 영어로 쓰인 것을 중국어로 발음해 주던지. 그렇지만 그들이 알아 들으리란 보장은 없다. 택시기사든 길 가든 나그네든 우리의 사정은 딱하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다. 쳐다만 보면 웃을 뿐이다. 오늘 집앞 레스토랑에서는 음성 번역기를 돌려서 단어 소통을 했다. 젊은이들 중에서 자신들도 답답했는지 음성 번역기를 돌리는 사례가 두 번 있었다. 또 한 번은 쑤저우의 이소저 꽃집에서.
가고 싶은 관광지 이름과 한국인이라는 말, 숫자는 정말 필수다. 버스비가 대부분 2원인데, 일부에서 조금 변동이 있어서 기사에게 물었는데, '량콰이'라고 대답해서 못알아 들었다. '얼콰이'는 '량콰이'라고도 한다. 元은 위안으로 쓰여 있지만 '콰이'라고 말한다. 워낙 빨리 발음을 하니 알아들을 수 없고, 당황하면 더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시장의 아주머니들이 twenty, fifteen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
9호선은 과거의 경인선처럼 역간 간격이 멀어서 씽씽 잘 달려 간다.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역간격은 줄어든다. 어제 직원이 알려 준 '씽쫑루(星中路 Xing Zhong Lu)'도 거의 30분이 걸려 도착했다. 티엔즈팡은 9호선 다푸치아오(打浦桥 Da Pu Qiao)역 앞이다. 내리자마자 익숙한 인사동 골목이 나타난다. 재미있고 아름다운 가게들이 많다. 여학생들이 좋아할만한 골목이다. 그리미가 유명한 '샹하이누렌(上海女人 Shang Hai Nu Ren)'에서 핸드크림을 몇 개 사서 선물 문제를 해결하고, 우주신은 5년 전 리짱에서 산 지갑을 대체할 멋진 지갑을 장만했다. 50% 할인해서 159원(3만원)이니까 상당히 고급이다. 오래 생각한 보람이 있는지 매우 뿌듯해 한다.
기분이 좋아서 예쁜 가게에서 예쁜 만두를 사 먹었는데, 음, 못 먹겠다. 모양이 예쁜 것으로 만족한다.
내가 느낀 티엔즈팡의 백미는 이곳이었다. 사진 작가 루이위안의 작품 판매장(http://www.ruiyuanc.com).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은 실제를 옮기는 것이기에 기다림과 부지런함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운도 따라야 하고. 그가 찍은 사진들이 연출된 것인지, 작업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멋있는 예술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의 갤러리에서 본 작품들은 이것들이다. 꼭 들러서 감상해 보면 좋을 것이고,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갤러리를 둘러보는 것도 큰 기쁨일 것이다.
11시 반에 티엔즈팡을 나와서 9호선 - 8호선을 타고 쫑화이슈꽁(中华艺术宫 Zhoong Hua Yi Shu Gong)으로 갔다. 어제 일정을 짜면서 혹시 월요일에 쉴 수도 있으니 우주신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는데, 게임을 하면서 대충 보고 연중무휴라고 해서 갔더니,,, 휴일이었다. 만국공통의 박물관과 미술관 휴일인 월요일이 이곳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게다가 입구 안내도 엉터리여서 거대한 미술관을 한 바퀴 돌아야 했다. 실수의 연속이다.
한겨울에도 이렇게 꽃이 활짝 피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여름에는 더워서 못살겠지만. 겨울이되 겨울이 아닌 곳에서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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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택배도 전기 오토바이가 대신하는 모양이다. 다다다다 달려간다고 해서 '다다(达达 da da)'인 모양이다. 산이 없으니 평지에서만 달리므로 배터리가 오래 가고 모터 효율도 좋을 것이다. 옛날보다는 많이 근력들이 떨어졌을 것이다. 지난 열흘 동안을 돌아다녀 보니 중국에서 살려면 오토바이든 자전거든 탈 것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넓은 땅을 맨몸으로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힘겨운 일이다.
쓸데없는 힘을 쓰고 났더니 출출하다 해서 미술관 앞의 The river Mall 이라는 거대한 쇼핑센터로 들어갔다. 지나가다가 우주신이 발견한 미슐랭 원스타 음식점. 가격은 괜찮아 보였다. 계산은 270원(5만원). 각자 원하는 것을 골라서 같이 먹기로 했다. 볶음밥 하나, 파래초무침 하나, 새우튀김 한 접시, 면 한 그릇. 약간 이른 점심이어서인지 배가 불러서 다 못 먹을 정도의 양이었다. 우주신은 결국 소화제를 먹었다. 맛이 좋아서 너무 많이 먹었단다. 파래초무침이 처음 나왔는데, 입맛을 확 돌게 하는 맛이었다. 새우튀김은 얇은 튀김옷을 입혀서 튀긴 후에 곡물 중심의 가루를 뿌려서 맛을 냈는데, 참 고소하다. 껍질, 머리, 다리, 몸통을 모두 먹어 버릴 수 있게 조리 되어서 전혀 입에 걸리는 것이 없을 정도다. 배만 부르지 않았다면 고량주라도 한 잔 하면 좋겠는데, 무료로 따라주는 보위차만 따뜻하게 마시면서 음식 맛을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홍커우쭈츄창(红口足球场 Hong Kou Zuqiu Chang)에서 내려 루쉰공원으로 갔다. 윤봉길기념관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표지판에는 아무런 표시가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 앉아 다시 검색을 했다. 공원 안쪽에 분명히 있다고 한다. 입구쪽 기다란 기념부조의 한쪽에 환하게 웃고 있는 윤봉길 의사의 사진이 함께 있다. 맞게 찾아 왔구나. 공원은 넓고 평화롭고 아름다웠으며, 사람들은 자유롭게 운동하고, 춤추고, 산책하고, 관광하고 있었다.
매헌 윤봉길 기념관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잘 만들어져 있었다. 마이위안(梅园)이라 해서 별도로 매화동산을 예쁘게 가꿨고, 그 안에 2층의 작은 기념관이 깨끗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폭탄 투척 당시의 동영상까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더욱 뭉클하다. 이 작은 기념관에 우리 말고도 사람들이 들어온다.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중국 사람이라고 한다. 15원이라는 입장료를 내고 윤의사의 기념관을 찾아와 준다니 고맙기 그지없다.
교과서에도 나온 이야기지만 고향인 예산군 덕산에서 공부를 하던 윤봉길 의사에게 한 농민이 동네 무덤의 표지석을 전부 뽑아 와서는 부모님의 무덤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윤의사는 '농민독본'이라는 교과서를 만들어 농민야학을 개설하게 되고, 일경과 앞잡이인 친일 경찰들의 사찰을 받게 된다. 농민독본에는 이런 글이 담겨있다고 한다.
"농민은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중략) 농민의 손으로써 농민을 본위로 한 정치와 경제와 교육과 예술과 문학이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상해미술관이 열려 있었다면 아마 이곳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중국 땅에서 그가 뭐 별다른 대접을 받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미술관이 휴관인 것이 정말 다행이었고, 우리 정부에서야 당연히 큰 지원을 했겠지만, 중국 정부에서도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루신 공원,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윤의사의 무덤을 마련해 준 것은 너무나 감사할 일이다. 내 땅인데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위로 동상을 세우지 못하게 하는 협정을 부끄럼없이 체결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자라고 앉아 있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 나오는데, 손자 손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할아버지들이 어울려 즐거운 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유명한 뚜쟁이 아주머니가 우산 위에 소개할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적은 종이를 붙여 두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도 보았다. 한쪽에 책상을 가져다 두고 두터운 장부에다가 부지런히 사람 이름을 적고 있다. 정말로 이곳을 매개로 사랑의 역사가 이루어지기는 하는 것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윤봉길 기념공원인 루쉰 공원의 '마이위안(梅园 Mei Yuan)'을 나섰다. 이번에 갈 곳은 런민광창(人民广场 Renmin Guangchang)이다. 8호선으로 바로 연결되어 편하다. 집에서 미술관까지는 6원인 디티에(地铁) 요금이 거리가 짧아지니 최소 요금인 3원으로 떨어진다. 샹하이의 전철비는 다른 곳보다 두 배나 비싼 줄 알고 교통비를 계산했으니 현금의 여유가 조금 생긴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스무개가 넘는 디티에(地铁 Ditie)의 입구부터 놀라고, 걸어보기도 전에 이미 발바닥이 얼마나 아플지 걱정이 된다. 삼십분만 걸어도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같아 기회만 있으면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발바닥을 쉬게 한다. 설마 족저근막염은 아니겠지.
어디를 가나 꽃들이 가꿔져 있어서 마음이 항상 밝아진다. 나이 들면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꽃을 보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모양이다. 아름다운 과정이다.
화장실도 근사하다. 볼 일이 없어서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입구부터 사군자인 매난국죽으로 멋지게 장식하여 찾아오는 시민들 모두 자부심을 높이도록 했다. 단 한 번도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국의 기질이다. 근심을 해소하는 화장실에 돈을 받지 않는 문화는 측은지심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행복한 일이다.
어제 작성한 기본 계획대로 착착 잘 진행된다. 하루에 전부 소화하기에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묵묵히 진행한다. 샹하이에서 모두들 감탄하고 본다는 와이탄의 야경도 충분히 봤다. 꼭대기에서 보지 않더라도 조명으로 화장을 곱게 한 샹하이의 모습은 아름답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인지, 난징루의 전기버스는, 과연 누가 저것을 탈까 싶은데도, 언제나 만원이다. 1인당 5콰이를 주고라도 다시 전철역으로 되돌아와야 할 사람은 있는 것이고, 상가의 번잡함을 피해서 와이탄과 황푸강으로 빨리 가려면 이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딸기를 꿰어 만든 꼬치위에 설탕을 굳혀 만든 간식은 15콰이(20이었던가?)를 받는데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런데, 이 단순한 간식이 그토록 오랜동안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의 마음은 잔잔하고 단순하게 반응한다. 간식이든 정책이든 단순하면서도 분명하게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어른들에게 드릴 선물을 이곳에서 발견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과자다. 14개에 98콰이(18,000원). 세 상자를 사겠다고 해도 한 푼도 깎아주지 않는다. 흠. 결국 두 상자를 196콰이에 사는데, 카드기가 고장났다며 현금 결제를 요구한다. 현금 없다고 돌아서려 하자 따라오라고 하며 다른 가게로 가서 카드를 결제하고 온다. 번만큼 세금을 내려고 해야지 너무 심한 것 아니야. 세금 내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세금이 잘못 쓰이는지를 적극 감시하는게 좋은 일이야. 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중국어를 몰라서. 제법 선진국이 되었다는 우리나라에서도 4대강과 창조경제로 엉뚱한 곳으로 세금이 흘러 들어가니 할 말은 없다. 세금은 열심히 내고, 어떻게 쓰이는지를 잘 감시하자. 그것이 시민의 의무이고 권리다.
뚱팡밍쭈(东方明珠 Dongfang Mingzhu)로 향하는 길이 너무 멀고 힘이 들어, 가는 길에서 진한 요구르트를 한 병 사서 셋이서 나눠먹으며 갔다. 사진으로 보는 둥팡밍쭈는 생뚱맞고 요상스러웠는데, 멀리 눈으로 보이는 모습은 근사하고 웅장하다. 음, 역시. 사진은 사진이고 실물은 실물이다. 참 볼만하다. 아이들의 그림에서 힌트를 얻어 설계를 했다는 예술가의 안목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샹하이의 상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거대한 m&m 캐릭터 상품점이 유혹한다. 맛있겠다. 2층까지 올라가지 않고 기념사진만 찍었는데, 거대한 chocolate wall이 있고, 원하는 쵸코렛을 마음대로 골라 사면, 많은 돈(?)을 지불하고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나중에 한국에서 세일할 때 사 먹기로 하고 눈만 호강하고 내려왔다고 한다. 잘했다.
더 이상 걸을 수는 없다. 애플지도의 안내에 따라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택시를 잡아탄 끝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학가의 식당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도 싶었지만 저어 멀리까지 걸어가야 하고, 무엇을 먹을지 찾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냥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잘한 결정이었다.
양꼬치 8개, 샐러드, 위구르식 찜닭과 쌀밥 두 그룻, 칭따오 맥주 큰병 2병에 단돈 150원(2만 7천원) 2만 7천원. 입맛에도 맞는 이런 집이 참 좋다. 신장 위구르 식당, 쭈이가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들른 식당이었다.
신장 위구르 식당도 규모가 꽤 크다. 내 중국어도 영어도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 종업원이 내미는 구글 번역기와 메뉴판에 쓰여있는 영어로 모든 것을 해석해서 주문한다. 역시 원하는 것 위주로 선택하다 보니, 양파 샹차이 샐러드, 양꼬치 8개(개당 5원 6개 주문후 2개 추가 주문, 냄새 때문에 전혀 양꼬치를 먹지 못하는 그리미도 세 조각이나 먹었다), 커리 페이스트를 넣은 닭찜 한 냄비(와 푸짐하다),
미슐랭 원스타도 배터지게 먹고 270원(5만원). 중국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곳인 상해에서도 이 정도다.
그러나 2, 3년 내로 상해는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게들에서 정식 세일이 아니면 할인이나 협상을 하지 않는다. 몇 번 시도해 봤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택시 기본료가 황산이나 항저우 등에 비해 두 배다. 황산과 쑤저우, 항저우, 난징은 6~7원(1,200원)인데 비하여 샹하이 12~14원(2,500원)이다. 시 외곽으로 아직도 계속 개발 중이다. 이번 여행의 항공료가 21만원인 것도 난징으로 들어갔더니 저렴한 모양이다. 샹하이는 기본이 30만원 내외다. 중국이 더 비싸지기전에 좀 더 중요한 곳들 시안, 구이린, 장지아제, 베이징, 우루무치 등등은 꼭 돌아보고 싶다.
지친 몸을 혹시나 달래줄까 해서 자판기에서 왕라오지(王老吉 Wang lao Ji)를 사서 마셔 보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품 속에 꼭 안고 집으로 가져갈 때까지의 기대감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잘 버틸 수 있었다. 위약효과는 충분히 보았다.
돌아오는 디테에 피아오(地铁票 Ditiepiao)를 사려고 하는데, 100원짜리 지폐 밖에는 없다. 최대 50원 지폐까지만 넣고 표를 구입할 수 있게 되어있다. 어떻게 할까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가방검사를 담당하는 공안이 다 안다는 듯 옆 창구를 가르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가 100원 지폐를 들어 보이자 고개를 끄덕여 준 것이 오히려 확실한 답이 되었다. 담당 직원은 20원 3장, 10원 2장, 5원 2장, 1원 동전 10개로 바꿔준다. 거참 재미있다. 잔돈을 바꾸려고 일부러 군것질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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