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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중국 난징황샨항저우하이

곡직,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보다_170110, 화

정말로 여행이 끝나고 있다. 오늘 아침도 부지런히 서둘러서 씽쫑루(星中路 Xing Zhong Lu)의 샤오미 매장을 들러서 천재가 원하는 샤오미 밴드를 사기로 했다. 프런트에는 누구도 영어를 할 줄 모른다. 보증금 포함해서 1,200원을 카드로 결제해 두었는데, 제대로 환불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영수증도 챙겨 주지않아 요청해서 받았다. 귀국해서 카드 회사를 통해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이틀이 지난 12일까지 카드 결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확실히 알 수는 없다.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 13일에 보증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정상 결제되었다. 중국에서 카드 복사를 한다는 둥 별 소리가 다 있어서 걱정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적어도 우리가 돌아다닌 지역에서는 문명국가와 똑같다. 말이야 안통할 수 있으니까). 식사도 어제와 비슷하게 잘 먹었다. 깍뚜기 녀석들이 들어와서 담배를 뻑뻑 피우며 버릇없이 먹고 있는데, 혼을 내 주려다 참았다. 똥개도 제 집앞에서는 한 수 먹고 들어 간다지 않는가. 참자, 참는 게 이기는 것이다. 참 깨끗한 호텔인데, 분위기 참 묘하다. 


집을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 그동안은 주황색 택시만 타다가 오늘 처음으로 빨간색 택시를 탔다. 기본요금이 2원이 비싼 14원이고, 똑같은 거리를 갔는데도 주행요금이 3원(주황색 택시는 1원)이 올라가 17원(주황색 택시는 13원)이 나왔다. 메트로는 사람이 많아서 앉지 못했다. 무려 30분을 서서 가려니 힘이 들었다. 12량 가량 이어진 차량의 앞뒤쪽은 사람이 적어서 앉아갈 수 있는데, 걷기 싫어서 어중간하게 서 있었더니 이렇게 되었다. 서서는 일기도 쓸 수 없고, 사진도 찍을 수 없고, 눈을 감고 휴식도 취할 수 없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부터 중국 디티에(地铁 Ditie)를 이용할 때는 꼭 양쪽 끝에서 타야겠다. 



씽쫑루의 거리는 자전거 인력거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 모터가 달려 있어서 가볍게 잘 달린다. 처음에는 아무 의심없이 샤오미 매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바이두 위치에 다가갈수록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가구점들과 공구상이 좌악 늘어서 있다. 틀렸다. 뭔가 잘못 읽었다.




고장난 바퀴가 달린 20kg의 가방을 끌랴 애플 지도를 보랴 바쁜 우주신. 애플지도는 유용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방이 너무 무거워 기내 가방보다는 크고 이 가방 보다는 작은 가방을 다시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의 짐을 내려 놓기에 좋은 여행이, 현실의 짐이 주는 고통으로 힘겨웠다.



나는 자전거길로 짐을 끌고 빠르게 갈 수 있었지만 그리미와 우주신은 끊임없이 달려드는 자전거, 오토바이, 자전거 인력거(아주 가끔 자동차까지)가 무섭다며 울퉁불퉁한 인도를 고집했다. 기다리는 동안에 사진 찍을 여유가 생겼다.



택시들이 운행하는 구간이 따로 있는 것처럼 빈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린 시간은 10분이 넘지 않았지만 매우 초조했다.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고, 중국의 인파를 생각하면 출국 수속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여행 출발하고 나서야 알아서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던, 바퀴가 고장난 큰 가방은, 짐을 옮길 때마다 힘들어 하는 우주신의 한숨 소리가 오늘도 들린다. 얼른 수리를 받아야겠다. American Tourist 가방은 비싼 대신에 평생 무상 수리라고 했으니 고마운 일이다. 다시 전철역으로 되돌아 가서 택시를 기다렸다. 거의 없다. 파란색 택시를 탔다. 왜 비싼지는 모르겠으나 기본요금 14원이다.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다. 정상적으로 허가받은 택시다. 차가 특별히 좋거나 나쁘지도 않다. 짐칸이 별도로 된 대형 택시는 16원이 기본이다. 그것은 이해가 간다. 약 1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씽쫑루역에서 공항까지 약 50km의 구간을 파란색 택시(기본요금 14원)로 갔는데 175원이 나왔다. 가지고 있는 현금이 184.5원이 전부였는데, 아슬아슬했다. 스릴 만점이다.



샹하이의 푸동 궈지 지창(浦东国际机场 Pudong Guoji Jichang)으로 건너가는 대교 주변 양방향으로 길이 엄청나게 밀린다. 이 때가 11시 전후였는데, 빠져 나오는데 10여분이 걸렸다. 중국에서 10분은 사실 많이 밀린 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세 시간이나 여유있게 도착해서 짐 부치고, 출국신고서 쓰고, 게이트 앞에서 쉬었다. 스타벅스에서 산 작은 샌드위치 하나로 점심을 떼운다. 탑승하면 식사를 주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중국동방항공, 상해항공이 공동 운항하는 비행기라 두 나라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다. 겉모습으로 왠만하면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섞여 있으니 그리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 편안히 앉아서 일기를 쓰고 났더니 출발한단다. 짐을 부칠 때 보니까 한국 사람들도 짐이 꽤 많았다. 이것 저것 많이들 쇼핑을 하나 보다. 중국인들이 많이 탔던 출국편 비행기에는 기내 짐칸이 꽉 차서 배낭조차 올릴 수 없었는데, 귀국편에는 배낭과 옷까지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널럴하다. 중국인은 정말 큰 고객이다. 사드 배치로 평화는 더욱 공고해졌지만, 과연 중국과 담을 쌓는 것이 맞는 일일까.


푸동 궈지 지창(浦东国际机场 Pudong Guoji Jichang)은 한산했고, 비행기도 정상 이륙했다. 묘하게도 기대하지 않으면 일이 잘 풀린다. 90분간의 비행인데도 식사를 챙겨주느라고 물 한 병과 도시락을 던지듯 안겨준다. 양이 딱 좋다. 도착하면 감자탕이나 후라이드 치킨을 먹을 생각이다. 도시락을 다 먹고 나니 도착했다. 인천공항은 아무런 인증도 없이 초고속인터넷이 터져 버린다. 부천 소사역 가는 차는 7시 20분에 있으니 40분이나 남았다. 또 앉아서 빵빵한 와이파이를 켜고 일기를 쓴다. 지루할 사이도 없이 금방 7시가 넘었다. 





짐을 찾아 입국장을 나서면 바로 안내 데스크가 있고 그 옆에 대중교통 안내판이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준비되어 있다. 지역을 시군구 순서에 따라 선택하면, 버스 노선과 가까운 게이트까지 순식간에 안내된다. 훌륭하다. 소사역을 거쳐 소풍터미널로 가는 7001번 버스는 넓직한 리무진이다. 시외버스의 요금은 8천원인데 편안하다. 짐도 차분차분 실어주시고 내려 주신다. 서비스 정신이 어느 나라보다 좋다. 시외버스조차 이렇게 시스템이 좋다.


그 사이에 마음이 바뀌어 짐을 내려놓고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21,000원(116위안). 천재가 먹다가 남겨 둔 후라이드 치킨까지 다 먹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푸욱. 다음 날 점심까지 자다가 간장게장 점심 특선(8천원)으로 우리 음식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플레이 스토어를 검색해 보니 중국 지하철 노선도 앱이 잘 나와 있다. 지명의 중국식 발음을 영어로 입력하면 찾는 역을 검색할 수 있다. 여행 준비를 한다고 하면서도 이런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아서 현지에서 아까운 데이터를 쓰면서 해결해야 했다. 준비해 간 데이터는 완전 소비했다. 알뜰하게 잘 썼다. 아쉬운 것은 핫스팟이 되지 않아 데이터 공유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래서 13일 동안 1기가로 버틸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도착하고 나니 여전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는 어지럽다. 어지럽게 돌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곡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