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알아야 느낌도 쓰고, 뭘 이해해야 공감도 될텐데, 이 책의 주장들은 일방통행이다. 뉴턴과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이 그렇게 증명하고 말했고, 많은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실험적으로 증명하고 실제로 관측을 했으니까 믿으라는 것이다. 블랙홀에 대해 논의하는 긴 역사를 보자. 놀라운 것은 이 논의가 조선왕조 정조 시대의 영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보다 훨씬 뛰어나 지식세계를 구축했던 중국과 조선에서는 도대체 어떤 과학들이 존재했었을까. 제대로 연구되기는 한 것일까.
"1783년에 영국의 천문학자 존 미셸 John Michell은 '빛이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별의 덩치가 커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라는 의문을 최초로 떠올렸다. (중략) 지구에서의 탈출속도 eacape velocity는 시속 약 4만km(마하 33)이며 (중략) 별의 질량이 너무 커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른 경우였다. 이런 천체에서는 빛뿐만 아니라 그 어떤 물체도 바깥으로 탈출할 수 없으므로, 밖에서 바라보면 완전히 검은색으로 보일 것이다.
(중략, 150년이 흐르고 난 뒤에야) 1916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칼 슈바르츠실트 Karl Schwarzchild는 그의 두 번째 논문에서 질량이 큰 별의 중심이 '매직 스피어 magic sphere'라는 가상의 구형에 의해 둘러싸여 있음을 증명했다. 매직 스피어란, 어떤 물체가 질량이 큰 천체를 향해 접근하다가 '마음이 바뀌어도 결코 되돌아올 수 없는 한계선'을 의미한다. (중략) 빛조차도 이 한계선을 넘어가면 탈출이 불가능하다. (중략) 매직 스피어의 반지름을 계산하였다(이것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 한다). 태양의 경우, 이 반지름은 약 3km이다(지구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1cm 정도이다). 즉, 태양이 지금의 질량을 그대로 유지한 채 반경 3km까지 압축되면 빛조차도 탈출하지 못하는 검은 별이 된다는 것이다.
(중략,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요하네스 드로스테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1.5배 거리를 지나는 빛은 휘어지는 정도가 극에 달해 아예 그 천체의 주변에서 원형궤적을 그리게 된다. (중략) 요즘 학자들은 매직 스피어를 '사건지평선 event horizon'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지평선은 '빛이 진행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중략,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그의 제자 하틀랜드 스나이더는) 소용돌이치는 입자들이 중력에 의해 서서히 압축되면서 블랙홀이 만들어진다는 기존의 가정을 폐기하고, 핵융합 원료를 모두 소모한 크고 오래된 별이 중력에 의한 내파內破를 일으키면서 블랙홀이 생성된다고 주장하였다. (중략) 모든 별들의 마지막 종착점이 블랙홀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전 세계의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중략, 미국 물리학자 킵 손 Kip thorne은 1988년에) '음의 물질 negative matter과 음의 에너지 negative energy가 존재한다면 타임머신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략, 1992년에 스티븐 호킹은) 타임머신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만일 미래의 어느 시기에 시간여행이 일요일 소풍처럼 일상화되었다면, 지금 우리 주변은 미래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중략)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 관광객들이 우리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는 타임머신으로 과거를 여행할 때 '타임머신이 만들어진 시점' 보다 먼 과거로는 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타임머신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중략)
갈수록 태산이라고나 할까. 이해하거나 믿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되는 이 상황. 양자전기역학(이건 또 뭔지)을 완성했다는 리처드 파인만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237쪽) 위대한 인류는 1920년대에 특히 25년에서 27년 사이에 물리학의 엄청난 발견들이 이루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는 것은 진보인가 아닌가. 파인만을 비롯한 모든 천재들을 포함해서도. 그 뒤로 100년이 지난 지금은 과연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양자역학 quantom mechanic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내가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알듯 모를 듯하지만 역시 알 수가 없는 지식을 지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다음과 같은 가정을 내세웠다. '(에르빈 쉬레딩거의 파동방정식 Ψ) 파동함수가 외부의 관찰자에 의해 관측되면 단 하나의 값으로 붕괴된다.' (중략)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나무는 서 있는 상태와 쓰러진 상태가 파동함수 속에 공존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나무를 바라보는 순간에 단 하나의 상태(대부분은 서 있는 상태)로 결정된다. (중략) 과거의 물리학자들은 전자의 상태가 이미 결정되어 있고, 그것을 확인하는 행위가 관측이라고 생각했지만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관측이라는 행위 자체가 물체의 상태를 결정한다. (중략) 즉, 관측이 일어난 후로는 더 이상 파동함수로 전자를 서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246쪽)
결정론과 인과론은 왜 이렇게 익숙한 것일까.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이고, 그것이 현재의 문제를 결정했다고 생각하고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과연 제대로 된 해답을 찾는 것일까. 뉴턴과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맞는 것이다. 자유의지가 배제되어 있는 이 논리가 흔쾌한 것은 아니지만 받아들이기가 편하다. 익숙하기도 하고 일상의 경험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모든 미래가 원리적으로 미리 결정되어 있다는 결정론을 믿었다. 뉴턴은 이 우주가 초창기에 신이 태엽을 감아놓은 거대한 시계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우주는 서서히 태엽이 풀리면서 주어진 법칙에 따라 예견 가능한 방향으로 꾸준하게 진화해왔다. (중략, 아인슈타인은) 지금까지 나의 인생은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다양한 힘에 의해 결정되어왔으며,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자연이 나의 길을 미리 만들어놓은 것같은 느낌마저 든다. (중략) 인간과 식물, 우주의 먼지 등 모든 만물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지휘에 맞춰 신비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248~250쪽)
이렇게 말하니까 그나마 동의가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까지 의문을 가질 필요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보어는 원자규모의 미시세계와 우리에게 친숙한 거시세계를 분리하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생각했다. 원자적 세계는 괴상한 양자역학의 법칙을 따르고, 벽 너머에 있는 거시세계는 파동함수가 이미 붕괴되어 있기 때문에 고전 역학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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