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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시

그저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다

 

              바    람

 

                                              무일 박인성

 

그저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다.

 

쏟아지는 햇살에 모든 것이 녹아 없어질 것 같아

차마 그대로 사라질 수 없다고 결기를 세울 때,

그 때 마침 저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덮어도 덮어도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서

고약하게 썩어가는 냄새가 천지에 가득할 때,

일어서는 등짝을 밀어올리듯

그 때 마침 저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세상에 예쁘고 좋은 것이 그득한데도

개돼지를 부리듯 사람 위에서 즐거워 할 때,

파리떼를 날려 버리듯

그 때 마침 저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말같지 않은 새빨간 말들이 난무하고,

위로하는 말조차 상처를 남길 때,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 때

마침 저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그저 바람만 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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