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눈을 뜨자마자 부천역 앞 롯데시네마로 갔다. 조조는 여전히 6천원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했고, 연령층은 다양했다. 영화의 내용은 행복할 수 없었지만, 좌석은 넓직하고 좋았다. 그리미는 거실에 누워 빔프로젝트로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영화 동주가 상영하기 전에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 윤동주 시인이 후꾸시마 교도소에 잡혀 있을 때, 생체실험을 당해서 죽었다는 것이다. 몰랐다. 부끄러운 일이다. 누구 한 사람도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그처럼 여린 영혼이 그렇게 죽임을 당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의사들이 생체실험을 하다니, 그것도 1,8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직접 읽어보지 못한 평전에 의하면, 피를 대신할 수 있는 생리적 식염수의 개발을 위해 계속해서 식염수를 주사했다고 한다. 건강검진을 한다며 성추행을 하는 등 지금도 또 다른 종류의 비열한 의사들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응징해야 하는 것일까. 만일 전쟁과 같은 극한의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그런 의사들은 또다시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 그렇겠다.
나찌와 일본 군군주의자들의 만행은 알면 알수록 치가 떨린다. 그래서 끔찍한 고통을 보면서 슬픈 눈물을 흘리기가 싫어서 영화 귀향도 보지 않으려 했는데, 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전쟁과 독재체제 아래서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 악행들을 저질러 왔는가를 영화로라도 공유해야겠다. 이런 끔찍한 역사를 보고서 혹시나 전쟁을 막고 독재 전횡을 없이 하는 뜻밖의 아이디어를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돌과 화염병은 아니다. 노동자 독재도 아니다. 종교도 아니다. 1인 시위나 평화시위도 아니다. SNS도 아니다.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 혹시 세월이라고 답한다면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세월이 흐르면 가능할 것이다. 세월 속을 살아 가는 우리들은 세월에 맞게만 살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동주가 개봉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보기로 생각한 것은 윤동주를 알고 싶었고, 의사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 불쌍한 시인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친구 명희의 말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슬펐다. 만일 슬퍼하는 것이 추모라고 한다면 충분하게 추모한 것이겠지만, 슬픔 때문에 무섭고 괴로워서 나의 상처를 돌아보는 시간이 길었다면 이게 제대로 된 추모이었을까 싶다.
그리미는 왜놈 순사가 '너는 송몽규의 그림자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한 말에 조용히 그렇지만 강력하게 저항하는 장면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아 눈물이 저절로 쏟아졌다고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아 왔다는 것이 결코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조용히 주장하는 윤동주의 그 깊은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준익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시대에 순응하면서 살 수도 있는데 굳이 거스르면서 부딪히는 인간들이 영웅이 되고 위인이 되는 것 (중략) 윤동주의 성장 과정을 보면 그는 위인이기 이전에 그저 소심한, 한 개인이었다. 시라는 결과물로 거대한 성과를 올린 것만이 아니라 불안과 공포, 두려움을 애써 숨기지 않고 한 인간으로 버텨내면서 부끄러움을 고백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위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뉴스1코리아 장아름 기자의 글에서 재인용]
윤동주의 소심함이나 송몽규와의 비교, 열등감 이런 것들이 있었다는 것은 알겠으나 중요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송몽규라는 천재 독립운동가도 몰랐다. 실적주의에 근거한 때문인 것인지는 몰라도 특별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분이어서 몰랐을 것이고,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을 것이다. 지나는 길에 지하철 역사나 학교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이달의 독립운동가들도 좋은 사업이다. 이 자료들이 축적이 되면 먼 훗날 한국 독립운동사를 중요한 교육과정으로 만드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송몽규도 비열한 의사들에 의해 똑같은 생체 실험을 당해 윤동주와 함께 살해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스스로 뛰어난 작가이면서도 끝까지 윤동주 시인을 지켜주고 싶어했던 사람이자 민족주의자로 등장한다.
천재 제대 가 449일 남았다. 630일부터 계산했으니까 벌써 179일 6개월이 흐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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