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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우렁이들아 고맙다_150831, 월

오랜만에 자전거로 출근한다. 멀리 용인 보정역 주차장에 마음이를 세워두고 있었다. 너무 오래 세워 두어서 혹시나 누가 장난을 쳐 놓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아무일도 없었다. 농원에 도착하여 두분과 홍어 삼합을 안주로 낮술로 소주 한 잔하고 잠깐 누워서 쉬다가 모스크바 여행기를 보았다. 백학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시시시시  시시시 시시도시  시시 시 시시 시#레파솔" 장중하게 저음의 추모곡이 흐른다. 2차 대전에서 사망한 병사들이 백학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오카리나를 잡고 슬슬 따라 부는데, 인간의 목소리처럼 맛을 내기는 어렵다. 미쳐 다 불지 못하고 슬슬 가을걷이를 준비하러 논으로 나간다. 벌써 다섯 시가 다 되었다.

 

논 1,400평에 잡초는 100여 개가 되지 않는다. 그 마저도 다 처리할 수 있었는데, 의욕이 떨어져서 효율을 못내는 바람에 그리 되었다. 한 달 정도는 논에 매달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우렁이들이 열심히 일을 해 주어서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모르겠다. 논농사의 일등공신은 우렁이인데, 지난 5월 8일에 모를 심고 사흘만인 11일에 우렁이 35kg을 185,500원에 사다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했다. 물바구미를 잡으러 두 번 정도 난황유를 옅게 타서 뿌린 것 이외에는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오늘 읍에서 연락이 왔는데, 친환경 제초 지원비로 111,290원을 지원한다고 하니 교통비를 포함해도 10만원의 비용으로 그 어려운 제초 문제를 해결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논을 더 잘 고르고 모심기를 잘 해서 논매는 시간도 한 달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갈수록 농사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어드니 기분이 좋다. 원래 계획은 농사짓는 틈틈이 취미생활이나 일을 하려고 했었는데, 이런 추세대로 일을 줄여 나간다면, 일하고 노는 틈틈이 농사를 지어도 될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 트랙터만 한 대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구입비용도 만만치 않고 고장나면 애물단지가 될 것 같아서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농사 규모가 지금의 두 배 정도로만 늘어나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팔소리는 들려오고 천재 입대 5일째며 전역까지 625일 남았다. 의경이니 주말마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