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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너무 많아, 아들들 불러서 해_150908 C 617

오늘 예정에 없던 논 잡초 제거 작업인 피사리를 했다. 벼들이 꽃을 피우고 지면서 씨앗이 여물어가고 있는데, 잘못 건드리면 벼이삭이 통째로 망가질 수 있어서 피사리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충 훑어봐도 100여 개도 안되는 피가 자라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지. 그런데, 할머니께서 마지막 피사리를 하자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오전에 두 시간 정도 작업을 했다. 하다 보니 100여 개가 아니라 200여 개도 더 되었다. 일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에 논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지.


사람의 눈은 정확하면서도 믿을 것이 못된다. 마음 속에 피사리라는 귀찮은 일이 눈에 작용하여 얼마 안되니까 그냥 넘어가자고 꼬신 것이다. 사물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눈이지만 마음의 상태에 따라 보이는 것의 평가가 무척이나 달라진다. 해야 될 일이 많으면 일을 포기하게 하려고 눈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며 포기하게 만든다.

 

"너무 많아, 너 혼자서는 안돼. 아들들 불러서 해."


그래서 꼭 해야 되는 일은 눈의 평가를 믿고 좌절하거나 낙관해서는 안된다. 오로지 손발과 몸의 움직임을 믿고 여유를 가지고 게으름을 달래며 꾸준히 일해야 한다. 어제의 영어단어 persevere(꾸준히 노력하다)가 참 좋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Earning a reputation as an anonymous gift giver, he helped out impoverished children by handing out treats and coins. 가난에 빠진 아이들을 돕는 익명의 기부자. 좋은 세상이든 어지러운 세상이든 이런 익명의 천사들이 있으니 살만한 세상이다.

 

오늘도 6시가 되자 나팔소리와 함께 국기하강식이 시작되었다. 너도 서 있을테니 나도 조용히 너를 생각하며 명상에 잠긴다.


잘 지내자, 행복하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