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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우렁이들은 일을 잘 해주고 있다_150604, 목

오늘로 2주째 논 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렁이는 일을 잘 하고 있지만 수평이 잡히지 않아 물이 차지 않은 곳으로는 우렁이들이 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김매기를 해야 한다. 논일은 하루에 3시간에서 6시간 정도를 하니까 2주일을 일했다 하더라도 40시간 정도다. 8시간을 하루 노동량으로 계산해 본다면 약 5일간의 작업양이다. 다음 주까지 하고 나면 거의 끝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6일에 써레질 하고 8일에 모를 심고 11일에 우렁이를 넣었더니 아무래도 우렁이의 먹이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우렁이들이 많이 모인 곳에 있는 모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면 아마도 우렁이들이 먹어버린 것 같다. 1일에 써레질하고 4일에 모를 심고 8일에 우렁이를 넣는 방식으로 바꿔보아야겠다.

 

오전 8시 반부터 시작해서 11시 반에 끝냈으니 3시간을 일했다. 중간에 물을 마시러 나와서 잠깐 쉰 것을 제외하고는 꼬박 일하느라 허리가 제법 묵지근하다. 잘 정리되어 가는 논을 바라보는 기쁨은 크다. 내일 일 할 곳을 둘러 보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며 피로를 풀어 본다. 홀로 물병을 챙기다가 생각했다. 착한 며느리가 들어와서 논에서 홀로 일하는 시아버지를 위해 시원한 물 한 대접 새참으로 내와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푸짐하게 받아 온 우렁이를 대부분 논에 넣었지만 2kg 정도를 남겨 와서 큰 그릇에 담아두고 해감을 했다. 수천께서 상추잎을 뜯어 먹이로 넣어 주면서 거의 3주 동안 해감을 하고, 소금물로 두 번 박박 씻어서 우렁이 초 무침을 해주셨다. 꼬들꼬들하고 담백하여 인삼주를 한 잔 했다. 참 고마운 우렁이다.

 

 

 

 

봄 가뭄이 심하여 사계지의 물이 바닥을 드러냈다. 하루 종일 펌프를 돌려 대어야 우렁이가 일할 수 있는 수위가 유지될 정도로 지하수도 줄어들었다. 밭에는 가 보지도 못하여 감자와 고구마, 고추와 참께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으나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 주까지도 비가 올 가능성은 없는 모양이다. 밤새 물을 주고 싶은데, 두 분과 뜻이 맞지 않으니 어찌 할 수가 없다.

 

오후에는 대금공부를 하러 가려다가 마음이 몹시 불편하여 차를 돌려 땡볕에 자전거 자전거도 타고 골프연습장에서 시원하게 공을 날리고 왔더니 조금 위로가 되었다. 내일 저녁에 기수 양봉원으로 벌통을 사러 가기로 했다. 말벌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아서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지만 역시 어쩔 수 없다.

 

저녁 잘 먹고, 먹는 딸기. 이렇게 생긴 딸기가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