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제우스(유피테르)와 데메테르(농업의 신)가 낳은 페르세포네를 지하의 신 하데스가 몰래 납치하여 아내로 삼았는데, 데메테르가 딸을 찾기 위해 농사를 돌보지 않자 인간들이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이고 신들도 제사를 받아 먹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놀란 제우스가 중재하기를 1년 중 6개월은 페르세포네가 어머니인 데메테르와 지상에서 살도록 했다. 그리하여 페르세포네가 지하에 있는 6개월 동안 씨앗들은 하데스의 구역인 땅 속에 있다가 봄이 되면 싹을 틔워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로 하여금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신화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지만, 벼가 자라는 동안 지하에서 무수히 올라오는 풀들은 하데스가 아내를 그리워하여 올려보내는 정령들인 모양이다. 벼를 수확하여 가족과 신들을 봉양할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인간은 그리움의 정령들과 고단한 세월을 보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
5월 8일에 모내기를 했고 오늘이 7월 1일이니 거의 두 달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논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체 작업 시간이야 한 주에 8시간 정도였으니, 8주를 잡아도 64시간 즉 8일 정도 일한 것이다. 풀을 뽑는 작업과 모 떼우기, 논둑에 부직포 두르기, 비료와 우렁이 넣는 일까지 전부 다 했다고 보면 심하게 일을 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작년에는 두 분과 함께 하다가 올해는 거의 혼자서 작업을 했다. 그러다보니 일하는 내내 외로워서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오른손 중지가 지난 두 달간의 노동으로 매우 아픈 상태다. 꽹가리 연습도 손가락의 피로를 가중시켰을 것이다. 7, 8월은 더 이상 논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기를 바라며, 허리와 손가락 모두 편안한 상태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6월 25일로 24회에 걸쳐 3,500만원의 국민연금을 반납하였다. 무일농원을 마련했던 퇴직연금을 10년만에 다시 납부한 것이다. 이로써 10년 후에 적지만 연금 수급자가 된다. 농부들은 소득 보전차원에서 매월 납부하는 10만원의 연금 중 40% 정도를 정부에서 보조해 주고 있어서 연금 내는 것도 부담이 없다. 개인 연금을 포함하여 연간 1,200만원 정도 예상되고 농토에서 600만원 정도의 수익이 난다고 보면 월 150만원으로 노후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건강만 뒷받침된다면 혼자 쓰는 돈으로 그리 적은 것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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