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두바퀴 이야기

풍요로운 자전거 효도여행_아들과의 동해안 자전거길 여행_150717, 금

목표인 임원까지 도착했기 때문에 아침에 여유가 있다. 7시 15분 버스를 타려고 계획은 했으나 좀 더 자기로 했다. 지난 3일간의 라이딩에 몸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6시에 일어나야 했는데, 8시가 다 될 때까지 푸욱 자다가 그리미의 전화를 받고 몸을 일으켰다.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은 후에 버스 정류장인 슈퍼 앞으로 갔다. 강릉을 거쳐 춘천 가는 버스가 9시에 있단다. 8시 30분이니 아침 먹기에는 빠듯하다. 자전거를 짐칸에 싣기 좋게 안장과 앞바퀴를 분해했고, 엘파마의 오른쪽 핸들 커버도 빼 놓았다.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데, 20분을 서 있었더니 등짝이 서늘하다. 이 바람이 뒷바람으로 작용한다면 사천까지의 15km는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다. 비가 오기 전에 라이딩을 마쳤으면 좋겠다.

 

 

 

 

 

 

강릉에 도착해서 여행 중 분실한 천재의 체크카드를 발급 받으려고 은행에 들어가는 순간 소나기가 쏟아진다. 일을 마친 후 잠깐 서서 전기자전거에 대해 궁금해 하는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눈다. 오르막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잘 어울리는 친환경 자전거라고 극찬을 했다. 다만 2, 30만원이면 구입하는 일반 자전거에 비해 12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흠이라는 결론. 이번 여행을 포함해서 5개월 동안 열심히 탔는데도 2천km니 투자비 회수에는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 이야기가 끝나갈 때 쯤 해서 비가 그쳐줬다. 컵라면을 먹고 싶다는 천재의 의견을 들었으나 너무 싼티가 나서 다른 것을 물었더니 돈까스 우동도 좋다고 한다. 강릉 시내 한 복판에 자리 잡은 집이라 맛이 있을 줄 알았는데, 평범한 냉동식품을 깨끗하게 튀겨온 맛이었다. 그래도 느긋하게 즐기는 점심이었다. 한편으로는 여행이 끝났다는 허탈함이 짙게 밀려온다.

 

 

 

 

 

우리의 희망과는 달리 바람은 마파람이었다. 일본을 거쳐 오는 태풍의 바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원형으로 도는 태풍의 성질이 상식에 맞지 않는 바람 방향을 만드는 모양이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바람이지만 북풍으로 작용한다. 그렇게 작용하는 바람을 뚫고 개천과 바닷가를 따라 다시 북쪽으로 달린다. 바다는 어제 보다 더욱 거칠고 아름답다. 다행이 바다길이 아닌 시내길로 자전거 도로가 유도되어 있어서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구간도 있었다. 경포 앞바다 구경을 위해서 해변 도로로 나가자 이번에는 바람과 횟집 앞의 차들이 길을 방해한다. 흔들그네에 앉아서 거친 파도를 보고 싶었지만 연인들과 가족들이 줄줄이 앉아 있어서 아쉽게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인증 사진을 찍고 사천 해변으로 향한다.

 

 

 

 

 

 

 

소나무 숲 사이로 잘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자전거길을 따라 5km 정도 더 올라 갔더니 우리 차 앞에 도착한다. 사천해변 물회 골목 주차장. 오후 2시다. 총 283km의 신나는 여정이었다. 환영 인파가 없으니 둘이 포옹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3박 4일의 자전거 여행을 끝낸다. 이제는 부천에 다섯 시까지 도착해서 할인 판매하는 아이스 카페 모카를 사 먹어야 한다. 쉬지 않고 달렸으나 아쉽게도 5시 20분 도착. 아들이 청년이 되었다고 그리미가 좋아한다. 출발할 때는 어린 아들을 생고생시킨다고 걱정이 컸었던 모양이다. 그런 마음이니 커가는 아들의 독립하는 모습을 편안하게 놓아줄 수 있을까. 글쎄 ~

 

여행의 목표는 군대 가는 아들을 위한 위로여행이었지만 끝나고 보니 아버지의 외로운 자전거 여행을 풍요롭게 해 주기 위한 효도여행이었다.

 

[ 오늘 22 / 누적 283 / 헤르메스 누적 2,215k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