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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두바퀴 이야기

다섯 배의 제물의 바치다_아들과의 동해안 자전거길 여행_150714, 화

아들이 군대 가기 전에 평소 하고 싶었던 일. 동해안 자전거 도로 타기. 처음 계획은 동서울 터미널까지 자전거로 이동해서 버스를 타고 고성이나 강릉으로 가서 포항까지 자전거를 탄 후에 포항에서 열차를 타고 귀향하는 것. 그런데, 고속버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열차에 자전거를 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ktx는 승무원이 이의제기를 하면 타지 못한다는 말에 고민을 하다가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여행가는 날까지 대학 연구소에서 인턴 근무를 해야 하는 아들의 상황을 고려해 모든 준비를 다 해서 학교까지 데리러 갔다. 평일 낮인데도 서부간선도로는 거의 주차장이다시피 한다.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땡볕에 지친다. 짐을 싸고 싣는데도 거의 두 시간이 걸린 데다가 막히는 도로에서 인내심을 발휘했으니 피곤한 것이 당연하다. 중부고속도로 마장 휴게소에서 고글을 하나 사려고 했더니 마음에 드는 것은 최저가가 9만원이다. 그것도 30% 할인해서. 흠,,,, 포기.

 

북강릉까지 길은 밀리지 않지만 꽤 오래 걸린 느낌이다. 사천해변에 차를 세웠다. 부천에서 2시 10분에 출발해서 6시 반에 도착했으니 운전시간이 길었다. 바로 자전거 조립하고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계획은 이렇다. 통일전망대까지 자전거로 갔다가 버스나 기차로 강릉이나 삼척까지 갔다가 다시 차를 세워 둔 곳까지 자전거로 올라오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 개통되었다고 하는 자전거 도로를 전부 타게 되는 것이다. 강릉 북쪽이 길이 좋다고 하니 자전거 연습도 된다.

 

쌩쌩 달리기 참 좋다. 7시가 다 되어 출발했으니 햇살도 따갑지 않다. 바닷 바람도 시원하고 바다색도 좋다. 헤르메스(모든 길을 아는 지혜롭고 영리한 신으로 제우스의 전령. 무일의 전기자전거)로는 휴식을 취하고 엘파마로는 운동하고. 이번 여행은 신선놀음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자전거 여행은 언제나 긴장이 된다. 자전거의 특성상 도로를 타야 하고 험한 언덕들도 계속해서 올라야 하며, 하루에 100km 이상을 달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무 사고 없이 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카메라 다리를 가져왔다가 짐이 많아서 차에 두고 왔더니 함께 사진 찍기가 어렵다. 간간이 천재의 휴대폰으로 함께 하는 사진을 남긴다.

 

 

젊은 청춘들은 시원한 바다를 온몸으로 즐긴다. 똑같은 젊음인 천재는 좀처럼 물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수영을 멋있게 하지는 못하지만 잔잔한 물에서는 한 시간도 떠 다닐 수 있는데, 물에 들어가는 것이 귀찮아서 못하겠단다.

 

 

 

작년 겨울에 감동깊게 감상했던 휴휴암에 다시 들른다. 해가 지고 있어서 유머러스한 와불의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용왕님께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었다. 원래 천원을 내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지갑에는 5천원권 지폐밖에는 없다. 무려 다섯 배의 제물을 흔쾌히 바치게 되어 더욱 마음이 든든했다.

 

 

 

 

해가 지는 바람에 더 이상 달릴 수가 없다. 무리해서 더 갈 수는 있겠지만 여유있게 가기로 했다. 이미 8시가 넘었다. 어메이징 모텔의 사장님이 5만원이면 저렴하니까 무조건 자고 가라고 한다. 평일이니 4만원에도 잘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자전거도 있고 하니 그냥 자기로 했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인구 해수욕장은 아직 사람의 그림자가 많지 않다. 육계장과 소주 한 병으로 자전거 여행 첫 날을 축하했다. 배가 고프니 반찬이고 뭐고 전부 맛있다. 수퍼에 들러 맥주 한 병을 사 가지고 올라와서 티브이를 보며 마셨다. 에어컨이 처음 가동되었는지 냄새가 심하다. 자자.  [ 오늘 22 / 누적 22 / 헤르메스 누적 1,954k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