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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두바퀴 이야기

어디로 갈 것인가_130521, 화

모내기를 마치고 여행을 떠나겠다고 했더니,


정농, 항상 가장이라고 생각하고 조심해라

수천, 5월인데 광주 가야하는 것 아니야

그리미, 섭섭한데, 잘 다녀와


아침, 커피를 내리고

모두들 학교에 보내고 나서 무일도 출발해야 하는데,

떠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자전거를 점검했다.

타이어 바람이 빠지고 브레이크 패드는 제자리에 없다.

부지런하게 고쳤다.


신문도 뒤적이다가 시간이 자꾸 가는 것이 아까워서

다시 아점을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났더니 11시.


차 뒷좌석에 자전거를 싣는데,

앞바퀴를 빼고 실었더니 무난하게 실린다.

잘 하면 두 대까지는 실을 수 있겠다.

카메라 다리, 충전기, 펌프를 챙겼는데도

계속 무언가가 빠져있다.

두 번을 더 올라갔다 와서 출발.


어디로 갈까.

고속도로에 올라가서 일단 광주로 가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동해안 해안도로를 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이렇게 느긋하게 여행을 하겠는가?

그래, 그러자.




서서울 톨게이트를 지나면 영동고속도로로 바꿔타야 한다.

아니다. 5월이니 역시 광주다. 게다가 무일의 첫 홀로 여행이지 않는가?

그대로 서해안으로 차선을 잡았다.


길은 밀리지 않고 시원하게 나간다.

서산 목장을 보면서 또 갈등.

아니다. 광주다.


동서천 휴게소에서 가스를 채우고 금강 철새전망대로 향했다.

거의 차량이 없다.

전망대에서 근무중인 경찰관에게 물었더니

대청댐으로 올라가는 자전거 길이 경치도 좋고

반나절 자전거 타기에 좋다고 한다.

그래 가자.






11시에 밥을 먹고 가방에는 물 밖에는 들어있는게 없는데도

일단 자전거 도로로 올라섰다.

가다가 점심은 먹을 수 있겠지.


뻥뚫린 자전거 도로에는 사람도 가게도 없다.

금강물만 조용히 흐르고 있다.

2시 반이 넘었는데 그다지 배는 고프지 않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바람이 시원해서 좋았다.

자전거도 2-7을 놓고 가는데도 시원하게 잘 달린다.

달리는 동안에는 몰랐지만 살짝 뒷바람이 불어준 모양이다.


웅포대교까지 17km.

정자가 잘 지어져 있었는데,

그런 곳은 그냥 지나쳐 가다가 더위에 피곤해서 휴식을 취하려 하는데,

정자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길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아, 좋다.




강둑 아래 논에는 트랙터가 열심히 논을 갈고 있다.

모내기를 끝내고 느긋하게 여행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


웅포대교를 건너니 부여다.

되돌아가야 하니 다시 금강 하구둑으로 방향을 잡아야 했다.

주욱 밀고 가지 못하고 맴돌이를 해야 하니 아쉽다.

뭔가 끝까지 해내고 길게 흔적을 남겨야 뿌듯함을 느끼니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는 마음은 도시를 떠나도 여전하다. 


강너머로 보이는 익산 땅이 아름답다.


중간 중간에 비포장길이 나온다.

표지판을 잘 보지 않아서 공사가 덜 끝난 것으로 생각했는데,

걷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부러 잘 다져놓은 흙길이었다.

자전거는 속도가 뚝 떨어지고 힘이 든다.


익산 쪽 자전거 도로는 오며 가며 제법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쪽은 오로지 나혼자 달린다.

안그래도 외로운데,,,,


하구둑이 보이니 배가 고파서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달릴 힘이 난다.

하구둑은 자동차와 기차, 자전거가 함께 한다.

기차길 너머로 개펄과 바닷물과 도시가 보인다.

드물게 보이는 풍경이다.




하구둑 끝에 금강랜드라는 휴게소가 있다.

오후 6시가 되었다. 4시간 좀 못되게 탄 모양이다.

겨우 40km 탔는데도 오랜 만에 타서 그런지 기운이 빠져버렸다.


원기를 보충해야 한다.

여전히 오랜 전통의 짜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다. 새로운 것을 먹자.

코다리회 냉면이란 것이 메뉴에 있다.

맛이 제법 고소하다.

나중에 부천에 와서 보니 코다리회 냉면이 있다.

단골 냉면집에만 그 메뉴가 없었던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또 어디로 갈지가 고민이 된다.

그래, 섬진강변을 가자.

일단 전주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예전에 본 막걸리집들을 검색해 보았다.

삼천동에 막걸리 골목이 있다고 한다.

시원하게 잘 달려서 막걸리 골목을 찾아내었다.

이제 숙소를 잡아두고 먹으러만 오면 된다.


삼천동 골목을 세 바퀴나 돌았다.

숙소가 없었다.

배도 고프고 피곤하다.

일단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먹고 난 뒤에 택시를 타기로 했다.


주차장 어르신께서 숙소는 전주병원 앞에 많이 있다고 한다.

진작에 물어 볼 것을, 당연히 여관은 어느 곳에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다시 차를 빼내서 힐탑 모텔에 짐을 풀었다.

오래된 여관이다. 3만원.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삼천동으로 왔다.

기사 아저씨가 소개시켜 준 용진 막걸리집.


혹시 막걸 리가 남을지 모르니 병으로 달라고 했다.

세 병이 나오고 안주가 열일곱가지가 나왔다.

색다른 것은 없으나 푸짐하고 먹을만했다.

코다리 냉면이 제법 든든해서 밥은 먹을 필요가 없었다.


10시 반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마셨다.

무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행이 있다.

쑥스러워서 먹을 수 있을까 했더니

그들의 떠드는 소리에 외로움이 사라져버렸다.

군중 속에서는 외로움과 소음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이구나.


그들의 소음을 친구삼아 한 병, 두 병을 마셨다.

옆자리의 젊은이들에게 한 병을 건네고 육회 안주를 얻어 마셨다.

카톡과 전화로 그리미와 통화를 하면서 먹으니 전혀 외롭지 않았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일기 정리 좀 하다가 잠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