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후회막심한 일이지만 어버이 날의 불효는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6일에 써레질 잘 하고 7일에 부지런히 써레질 뒷정리를 해야 했는데, 삼채 효소액 만들 준비를 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써 버렸다. 오후에 논에 나가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워낙 손 볼 곳이 많아서 제대로 일을 끝내지 못했다. 8일 아침에 이앙기를 빌려다 두고, 높은 곳의 흙을 끌어다 낮은 곳에 메우는 작업을 하면서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잠깐 사이에 끝났지만 워낙 힘든 날이라 쉽게 마음이 추스려 지지 않는다. 에이, 불효자식.
결국 혼자서 모내기를 끝냈다. 메벼 논의 써레질은 잘 되어서 모내기도 잘 되었으나 모를 너무 적게 잡아서 하나씩 심겨진 포기가 꽤 있다고 한다. 모를 떼우며 보완해야겠다. 찰벼 논은 허리 부러져라 삽질해서 균형을 잡아보려 했지만 완벽하지 못했다. 다시 내년으로 수평잡기 작업을 넘겨야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잘 되었다. 흑미논은 그야말로 개판이다. 물을 너무 많이 대고 갈아서 수평도 안맞은 것은 물론이고 물도 제대로 빼지 않아서 1/4은 손 모를 내어야 할 판이다. 오후 내내 찌는 듯한 더위와 갈증과 회한과 싸우며 작업을 해야 했으니 무슨 작업이 제대로 되었겠는가. 시간에 맞춰 그냥 일을 끝내고 기계를 씻어서 9일 아침에 반납을 할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보통 음성군의 모심기는 20일 전후가 적절한 시기인데, 이앙기를 빌리지 못해서 8일에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18일 현재까지 서리가 내리지 않아서 냉해 피해는 입지 않았다. 다른 농가에서는 해가 너무 뜨거워 모를 태웠다고 하는데, 우리 모는 아주 예쁘게 잘 자랐다.
써레작업과 이앙작업을 해 본 결과, (1) 논에 물 대기 전에 로터리를 한 번 치는 것이 좋다. 콤바인 작업하면서 망가진 수평을 잡고, 벼 그루터기와 풀을 제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으며, 물 대기와 써레 작업도 손쉽게 한다. 트랙터를 한 번 더 빌려서 작업해야겠다. 밭 이랑 작업하는 날에 맞춰서 빌려 함께 작업을 하는 것도 좋겠다. 올해는 일이 서툴러서 이랑 만들기를 빨리 끝내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논 로터리 치고 이랑만들기도 가능할 것이다. (1-1) 퇴비를 먼저 뿌리고 써레 작업을 하면 좋다. (2) 물을 적당하게 대고 써레질을 해야 한다. 물이 많든 적든 빠지지 않는 논은 빠지지 않는다. 물을 많이 대고 써레질을 할 필요는 없다. 논바닥에서 물이 찰랑찰랑 할 정도면 적당하다. (3) 써레질이 끝나면 물을 빼면서 수평잡기 작업을 해야 한다.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 시간을 정해 놓고 일을 적당히 하고 끝낸다. (4) 진흙물을 하루 이상 충분하게 가라 앉혀야 이앙하기 좋다. 제대로 가라앉혀지지 않으면 모를 덮어 버릴 위험이 크다. (5) 논바닥에 물이 살짝 걸쳐있는 정도로 물을 빼고 이앙을 하고, 모내기가 끝나고 난 뒤에 물을 충분하게 댄다. (6) 우렁이는 모 심고 5일 후 또는 써레질 후 7일 이내에 집어 넣는다.
올해도 손 모내기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고, 모 사이를 다니며 수평 잡기를 해야 한다. 써레질과 수평 잡기에 충분한 시간을 잡아서 내년부터는 수평잡기가 보다 완벽했으면 좋겠다. 몹시 힘든 하루였다.
[ 흑미논은 수평도 전혀 잡히지 않고 진흙탕 속에서 모를 심었더니
모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전부 파묻혀 버린다.
세 번 이상을 심었는데도, 결국은 손으로 심어야 할 상황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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