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의 고단한 여행을 마치고 제주도에서 돌아오자마자 농원으로 내려왔다. 어린이 날이지만 아이들이 다 커버려서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5일 오후 4시에 비료 살포기와 트랙터를 빌려왔다. 휴일인데도 트랙터를 빌려주기 위해 출근을 해 주었으니 고맙기 이를데 없다. 게다가 써레질과 비료 살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으니 더욱 고맙다.
트랙터 운전도 한결 수월하다. 포천 이모부께서 알아 보았더니 500만원 정도 주면 중고 트랙터를 살 수 있다고 한다. 현재의 영농 규모로는 트랙터가 그리 필요한 것은 아닌데,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봐서 농사를 늘려가야 하겠기에 미리 구매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진작에 돈을 벌 때 사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귀농자들은 트랙터 하나 장만할 돈은 따로 준비해서 귀농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정말 훌륭하고 놀라운 기계다. 유지비가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논에 퇴비를 뿌리는 일은 의외로 간단했는데 제대로 고르게 뿌리지는 못했다. 살포 구멍을 적절하게 열어야 하는데, 유박 퇴비가 너무 젖어서 마치 찰흑처럼 되어서 제대로 살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멍을 활짝 열고 작업을 했더니 너무 빨리 뿌려져 버렸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돌아 나왔다. 메벼논 흑미논 합해서 구백평 정동에 유박퇴비 23포와 복합비료 4포를 5백평 찰벼논에 유박퇴비 12포 복합비료 2포를 뿌렸다. 비료를 뿌리고 싶지는 않은데, 퇴비가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화학비료에 의존하게 된다. 적정량 이하로 관리한다면 땅에게도 나에게도 큰 해는 입히지 않을 것이다.
퇴비 쌓아둔 마당과 논을 세 차례 왕복하면서도 작업은 사고 없이 무사하게 끝났다. 논에 물이 적어서 트랙터가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400시간 밖에 사용하지 않은 새 기계이어서인지 매우 작업 성능이 좋다. 작업이 일찍 끝나서 비닐 씌우다가 둔 밭으로 갔다. 관리기에 새로 사온 비닐을 걸고 작업기의 조임 상태를 확인한 후에 작업을 시작했다.
비가 내리고 땅이 굳어서 비닐을 덮어 주어야 할 흙이 제대로 덮이지 않았는데, 두 분이 나서서 도와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한 번도 관리기가 말썽을 피우지 않고 잘 작동을 해 주니 고마운 일이다. 7시 반이 다 되어서야 작업이 끝났다. 부랴부랴 저녁을 먹고, 향악당에 가서 11시까지 쇠치고 돌아와서 쓰러져 잤다.
6일 아침 8시가 넘어서 간신히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샌드위치에 커피를 마신 뒤에 다시 생극 농기계임대사무소에 가서 비료 살포기를 내려놓고 써레용 로타리를 부착해서 농원으로 돌아왔다. 캐빈이 없는 트랙터라 옷을 한 겨울처럼 입고 몰고 왔다. 고글이 있어야겠다. 시속 25키로 정도인데도 눈에 들어오는 바람은 매우 사납다. 게다가 거대한 화물차들이 앞질러 가면서 간간이 작은 돌멩이를 날려 대기도 해서 안전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먼저 찰벼논의 로터리 작업을 했다. 물이 너무 부족해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다행이 트랙터가 빠지지 않고 잘 돌아다닌다. 일단 로터리 작업만 하고 물을 더 대기로 하고 메벼논으로 이동했다. 메벼논은 물이 적당해서 작업하기가 매우 수월했다. 작업 조건과 환경이 잘 갖춰져야 일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게다가 수평도 잘 잡혀 있어서 더욱 편하게 작업을 했다. 가장 큰 논이 수월하게 작업이 되자 한결 마음이 놓였다.
흑미논은 찰벼논과 반대로 물이 너무 많아서 작업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감으로 대충 마무리하고 오전 작업을 마무리했다. 수천께서 김밥을 싸주셔서 좀 쉬면서 간단하게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물대는 일과 트랙터 기름은 정농께서 지원해 주셔서 써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좋았다.
다시 메벼논으로 들어가서 수평잡기 작업을 했다. 모를 심을 때도 문제지만 우렁이가 잘 돌아다닐 수 있도록 물을 깊게 받아줘야 하기 때문에 더욱 공을 들여 전체 논의 수평을 잡아야 한다. 작년에 받았던 면세유가 바닥이 났다. 오늘 작업은 간신히 마칠 수 있는 양이 다행이 남아있었다. 농협에 전화하여 면세유 받을 준비를 해 두고 편안하게 작업을 했다.
메벼논은 예상대로 수월하게 작업이 끝났다. 한 두 군데 더 손을 보고 싶었지만, 정해놓은 시간이 되어 찰벼논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하지 않고 논 한 곳에서 시간을 계속 쓰다보면 일을 다 마무리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매우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잘못하면 안전사고도 날 수 있으니 시간관리를 잘 하면서 작업해야 한다. 네 시간 이상을 물을 댔지만 물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물이 적은 상태라 논의 수평을 더욱 명확하게 볼 수 있었는데, 수평이 많이 깨져 있었다. 초보 농부가 이 거대한 작업을 원만하게 끝낼 수 있을까.
산쪽에 있는 흙을 밀어다 절 쪽에 있는 논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눈으로 아무리 보아도 일의 진척은 없어 보인다. 밀어오고 밀어오는데도 흙이 높은 쪽은 여전히 높고, 낮은 쪽은 여전히 낮았다. 손 대는 경로에도 수평은 깨져 보인다. 과연 제대로 되고 있는 지 의문이 들면서도 계속 작업할 수 밖에 없었다. 다섯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작업의 완성도는 떨어지고 물이 부족한 논은 더욱 흉한 모습이었다.
흙 옮기기 작업을 중단하고 전체 논을 마감 작업을 해 보았다. 비로서 조금 수평이 잡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헛 일 하지 않은 것만이 고맙다. 작업 시간이 길어질수록 요령도 생긴다. 이제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한 시간의 시간만 더 있고, 1cm의 물만 더 있다면 더 훌륭하게 작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불가능하다고 말리는 일은 가능한 일이다. 시작하면 된다.
만약 재작년에 5천평 정도의 논을 써레질 했으면 귀농 1년만에 써레 작업은 익힐 수 있었다. 고작 1,400평의 논을 작업하다 보니 작업량이 적어서 기술을 익히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연수가 길어져서 4년째에야 작업 요령을 습득할 수 있었다. 6시 10분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작업이 되어 일을 끝냈다. 몇 군데 더 손대고 싶은 곳이 있지만 더 이상 작업하다가는 다음 일을 할 수 없다.
마지막 작업은 트랙터를 세척하는 일이다. 임대센터의 직원으로부터 벌써 두 차례에 걸쳐 청소 상태를 지적당하다 보니 미안한 마음을 넘어 부끄럽기까지 하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완벽하게 세차를 해야 한다. 고압세척기가 있으면 간단한 일을 호스물로 닦다보니 아무리 잘 닦아도 지적을 받을 수 없는 상태이다. 오늘은 시간 여유가 있어서 마을 공동 수도에서 대형 펌프를 돌려 트랙터를 닦는다. 흙물을 뒤집어쓰고 옷이 쫄닥 젖은데다가 장화 속까지 물이 가득하게 찼을 때야 일이 끝났다. 내일 아침에 이 옷들을 입고 기계를 반납해야 하는데.
6시 반이 넘어서야 세차가 끝나서 저녁도 못먹고 먹다 남은 김밥을 입에 물고 금왕읍으로 출발했다. 무와 설탕으로 무 효소를 담는 실습을 하는 날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데 모두 마친 모양이다. 제일 늦게 도착해서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효소 만들기를 마칠 수가 있었다. 향악당 봉사반 연습 모임은 취소되었다고 하니 오랜 만에 저녁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자자.
무 효소는 소화에 좋다고 하니 한 번 담가 보는 것이다. 벌꿀을 대신한 수익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실습을 한 박선생님이 가져오신 효소를 마셔보니 매우 달콤하다. 취향에 따라 물을 더 첨가하면 단 맛은 떨어뜨릴 수 있다. 효소 병에 냄새를 맡아 보았더니 무 비린내가 난다. 아주 역한 것은 아니지만 향긋하지도 않았다. 작은 병에 옮겨 담아서 조금씩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달지 않은 무효소는 어떤 맛으로 마실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밀려온다. 어서 발효가 되었으면 좋겠다.
효소를 담고 남은 무는 꺼내어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박선생님이 담아 오신 장아찌 맛을 보았더니 달콤하게 맛있다. 역시 기대가 되는 좋은 밑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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