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토요일에는 온 가족이 모여 아버님 생일 잔치도 하고 작업도 함께 하기로 했다. 낚지 볶음과 부대찌게, 온갖 과일과 떡으로 잔치는 잘 치렀는데, 작업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관리기다. 어제 만들어 둔 이랑에 비닐을 씌워야 풀이 나지 않고 물기가 보존되어 가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무려 세 시간 동안을 열심히 정비했는데도 정상 작동을 하지 않는다. 어찌할까 하다가 결국 수리센터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남은 가족들은 앞마당에 풀을 뽑아내기로 하고.
수리센터 박소장님이 기계 상태를 보더니 한참을 손보신다. 우리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서 건드렸던 모든 부품들이 모두 예민하게 기계를 제어하는 부속들이었다. 기계식 콘트롤러인 것이다. 한 시간을 넘겨서야 모든 수리가 끝났다. 19,000원. 참 저렴하기도 하다. 앞으로는 절대로 기계에 손을 대지 않으련다. 농기계 교육을 받으면서 자체 정비를 하라고 했는데, 안되겠다. 기계 전체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게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단순 정비 교육을 받아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되고, 짜증은 점점 커지고, 기계의 작동은 되지 않는다. 무조건 수리센터의 도움을 받아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해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기계를 조립하고 조정해 두지 않으면 월요일의 작업도 만만하지 않을 것 같아서 온 가족이 달라붙어 비닐 피복기를 조립하고 밭으로 끌고 가서 조정을 했다. 땀을 뻘뻘흘리며 기계에 질질 끌려 다니며 어느 정도 만족할만하게 조립이 되었다. 이랑 두 개의 멀칭도 완성했다. 일하면서 생각했다. 기계를 이용한 작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하는 것이다. 기계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맞춰 주어야 한다. 그러면 작업은 손쉽게 끝난다.
얼마나 어려웠던지 가족들 모두 농사일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흠,,,,
월요일 오후에 다시 작업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생각해 두었던 것들을 점검하고 조정했다. 그랬더니 훨씬 안정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기계의 속성에 맞는 작업 방식과 셋팅. 그것이 사람이 할 일이다. 일이 순조로워서 아랫밭의 멀칭은 쉽게 끝났다. 배토기가 완성하지 못한 부분을 손과 호미로 정리해 가면서 하다보니 일이 더디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정리되는 밭을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화요일에는 혼자서 비닐 씌우기 작업을 해 보았다. 가능했다. 시간이 더 걸리기는 했지만 두 세 사람이 달라 붙어서 우왕좌왕 하지 않고 혼자서 차분하게 이랑도 정리하고 작업 전후의 상황과 효율을 고려하면서 작업했다. 작업 결과가 좋았다. 중간에 수천께서 이랑 정리하는 작업을 해 주셔서 더욱 효율이 높아졌다. 두 사람이 작업을 하면 최대의 효율이 나겠지만 혼자서도 무난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농사 4년차 만에야 비로소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자신감이 생겼다.
몸은 힘들어도 향악당에서 쇠를 칠 때는 제대로 소리가 난다. 농사일도 쇠치는 일도 무르익어 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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