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침 덕분에 허리 통증이 많이 회복되어 트랙터를 운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오랜만에 다시 몰아보는 트랙터라 임대센터 직원분의 안내로 하나하나 다시 교육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 운전 중에는 자동 악셀레이터를 저속(거북이, 토끼는 고속)에 두는 것이다. 작년에는 집으로 트랙터를 옮길 때 발로 악셀을 밟는게 힘들어서 이 장치를 고속에 두고 운전을 했었다. 매우 위험한 행위였다. 고속으로 엔진이 회전할 경우 트랙터의 힘 때문에 클러치를 밟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밀리거나 회전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회전할 때 트랙터가 예상보다 크게 흔들려서 매우 당황한 적이 있었던 것도 고속 운전을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작업할 때는 적당한 속도로 악셀을 올려 주어야 엔진이 회전하면서 각 회전부위에 오일이 공급되어서 기계가 무리없이 작동된다고 한다.
이동할 때도 잔뜩 긴장해서 힘들었던 작년과는 달리 몸에 힘을 빼고 이동할 수 있었다. 트랙터가 워낙 덩치가 크고 덜컹거리는 데다가 이리저리 흔들려서 눈 앞의 차선에 차를 맞추느라 온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왕복 2차선에서 전방에 대형 화물차라도 나타나면 마음이 더욱 불안했다. 눈 앞의 차선에서 눈을 떼어야 한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와 같이 멀리 목표지점을 두고 그것에 따라 아주 미세하게 핸들을 조정하면 좌우 흔들림 현상이 매우 줄어들면서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된다. 그러자 몸에 힘도 빠져서 운전이 훨씬 즐거워졌다. 그래도 좌우의 경치를 살피는 여유를 부리지는 못한다. 자동차처럼 안전장치가 잘 갖춰진 기계가 아니라 언제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트랙터 이동이 원활한 것과는 달리 과연 이랑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23일 대금 공부를 마치고 부랴부랴 빌린 트랙터를 끌고(이앙기와 로터리, 이랑을 만드는 배토기가 부착되어있다.) 밭으로 갔다. 직원으로부터 로터리를 두 번 친 다음에 이랑을 만들라는 지침을 받았다. 밭의 가장자리는 위험하다. 작년에 논을 갈다가 가장 자리에서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경운기가 논둑을 타 넘는 바람에 물 고인 논바닥에 기계를 엎어 버렸다. 운전이 익숙해질 때까지 안전한 중앙 작업을 먼저 했었다면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기계를 쉽게 생각하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쉽고 안전한 일부터 처리해서 작업에 적응하는 것이 기계를 이용한 농작업의 기본이라고 할 것이다. 무거운 로터리가 돌아가고 있으니 트랙터는 밭에서 매우 안전하게 작업이 이루어졌다. 무리해서 가장자리 부분을 세밀하게 작업하려 하지 않고 안전한 곳을 점점 넓혀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되도록이면 천천히. 작업에 들어가면 절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작업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 사람들이 고수다. 단계별로 작업 내용을 생각하고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기계를 올바르게 셋팅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나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사고와 오작업을 예방할 수 있다. 휴식 시간도 자주 가졌다. 더뎠지만 로터리 작업은 무난하게 마칠 수 있었다.
가장 어려운 이랑 만들기 작업을 해야 하는데 해가 지고 있다.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이랑 만드는 요령이 몸에 익어야 했기에 늦게까지라도 작업을 해 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이랑은 구불거리고 터진 처참한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로타리의 높이와 배토기의 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밭흙에 맞는 적당한 구성비를 찾는 것이 작업을 용이하게 하는 핵심이다. 게다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흙이 젖어 있는 것도 작업이 어려워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힘들었지만 다시 로터리를 쳐서 평탄 작업을 하고 이랑 만들기를 반복해서 연습했다. 남들이 한 두 시간이면 마치는 500평 작업을 두 시간 동안 연습을 해도 단 하나의 이랑도 제대로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해가 다 넘어가고 어둑해져서야 비로소 조금 감이 온다. 금요일 아침 일찍부터 작업을 해서 반드시 끝내야 한다.
긴장이 되어서인지 아침밥이 깔깔하게 잘 넘어가지 않는다. 꼭꼭 씹어 먹으며 마음을 가라 앉히려 노력했다. 서두르거나 흥분하면 망친다. 이랑을 만드는 배토기와 로터리의 구성비를 맞춰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먼 목표지점 두 개를 이용하며 직선 작업도 해낼 수 있었다. 오늘의 과제는 어떻게 이랑 구성을 할 것인가와 이랑 사이의 적당한 간격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이다. 전체 밭의 이랑 구성은 논란 끝에 두 분이 말씀하시는 데로 작업을 하기로 했다. 어제 연습한 이랑 만드는 방법을 다시 복습하면서 이랑 간격을 만드는 방법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로터리로 밭을 평탄하게 만드는 방법부터 다시 시작해서 간격을 맞추기 위해 반복 연습을 했다. 열시가 넘어가도록 확신이 서지 않아서 제대로 작업은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아랫밭 작업도 있으니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맘에 들지 않는 이랑과 들쑥날쑥한 이랑 사이의 간격, 마루 부분이 터져 버린 이랑 등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점심을 먹고 나서까지 네 시간을 작업하여 전체 이랑을 완성할 수 있었다. 두 분의 평가는 매우 좋았다. 돈 주고 일을 시켜도 이렇게 깔끔하게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작품에 이 정도 평가면 다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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