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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서툰 일꾼은 허리를 못쓴다_150421, 화

허리가 몹시 아파서 지난 금요일부터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매우 튼튼했던 허리가 이렇게 된 것은 서툰 농부의 어설픈 육체 노동이 불러온 결과이다.

 

작년(2014년)에 농사 준비를 하면서 논둑 보수 작업을 했었다. 매년 무너지는 논둑 때문에 한 여름에 땀 흘리며 보수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미리 튼튼하게 작업을 해 놓자는 정농의 제안이 옳게 생각되어 작업을 시작했다. 50여 개의 말뚝을 만들어 논둑 아래에 박고, 철판과 나무판으로 덧대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걱정했지만 하루 만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고, 덕분에 논둑이 튼튼하게 유지되어 한 여름에 땡볕에서 헛 힘 쓰는 일은 없어서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작업을 끝내고 며칠이 지난 뒤였다. 갑자기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꼼짝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말뚝은 햄머로 내려쳐서 박았는데, 50개를 작업하다 보니 가끔 집중력이 흩뜨러져서 헛손질을 몇 번 하게 되었다. 그 때 팔과 허리에 심한 충격이 가해졌고, 일하느라 긴장을 했을 때는 모르고 있다가 집에서 쉬면서 서서히 통증이 커져 간 것이다. 벌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해서 일주일 만에 간신히 회복이 되어 무사히 한 해 농사는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벌침의 천연 항생물질은 참으로 놀라운 치유력을 발휘한다.

 

 

 

 

작년의 사건은 벌써 잊어 버리고 지난 10일에 밭둑 보수와 이랑 만들기 작업을 했다. 트랙터를 빌리지 못해서 감자와 완두콩을 심기 위한 작업을 삽으로 해야 했다. 준비 운동도 없이 하루 종일 열심히 즐겁게, 조금 힘들게 일을 해서 기분 좋게 끝내기는 했는데, 화요일부터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전거도 열심히 탄데다가 무리한 삽질을 했더니 몸살이 나서 주사 맞고 푸욱 쉬게 되었다. 예정되었던 풍물 공연도 나가지 못했다. 몸살기가 가라 앉아서 화요일 아침에 농원으로 내려가 아파트 거실에서 키운 모종을 차에서 내려 하우스로 옮기는데, 허리에서 살짝 '덜컥' 소리가 났다. 1분 정도 통증을 가라 앉히며 상태를 보았더니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조심 조심 작업을 끝내고 허리 상태를 점검했다. 괜찮은 것 같았다.

 

15일 수요일에 씨앗 틔우기를 위해 물에 담궈두었던 볍씨를 꺼내고, 모판에 상토흙 담기를 했다. 1,400평에 모내기를 하는 것이라 150 상자면 충분해서 오전 작업으로 모두 끝낼 수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약간 불편한 정도이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스트레칭은 하지 않고 쪼그려 앉아서 재미있게 흙장난을 했다. 세 시간 정도.

 

다음 날인 16일 목요일. 비도 내리고 해서 청주로 대금 공부를 하러 갔다. 재미있게 잘 되었다. 무려 7시간을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대금을 불었다. 궂은 날씨에도 마음은 매우 즐거웠다.

 

17일 금요일. 모판에 물을 주고 볍씨를 뿌리기로 했다. 얼른 끝내고 대금 공부를 더 하겠다는 생각으로 의욕에 넘쳐 달려 들었다. 맨손 체조는 역시 하지 않았다. 겨우 열 개의 모판에 볍씨를 뿌렸는데, 두 개 짜리 모판을 들다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왔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간신히 몸을 세워 천천히 걸으며 허리를 다독였다. 십 분 이상을 주무르고 안정을 취했지만 통증은 심해져만 갔고, 서 있을 수도 없었다. 결국 작업을 하지 못해, 나머지 140개의 모판은 두 분이 다섯 시간에 걸쳐서 땀을 뻘뻘 흘리시며 작업을 해서야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난감할 수가.

 

다시 찾아 온 허리 통증은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물리치료 받고 약 먹고 해도 별로 나아지지를 않았다. 정농께서 서울에서 벌 한 통을 사 가지고 오셔서 지난 월, 화 이틀 동안 열 두 방을 맞고 났더니 한결 가뿐해진 느낌이다. 이제 제법 나이도 들었으니 허리 조심해서 일하라는 또 한 번의 경고를 받은 셈이다. 서툰 농부의 삽질과 햄머질은 시간이 지나도 별로 나아지지를 않으니 앞으로도 걱정스럽기는 하다. 작업 전에는 반드시 맨손 체조로 몸의 근육을 풀어주고, 조심조심 일을 해야겠다.

 

그나저나 목요일 오후에 트랙터 빌려 밭가는 작업 해야 하는데, 운전하는 것이니까 허리에 무리가 가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