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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주 20시간만 일하게 해 주소서_150410, 금

어제는 멀리 청주까지 대금공부를 하러갔다. 지난 3년 동안 제대로 된 연습을 못했으니 실력이 감퇴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설촌 선생님이 지적하신 몇 가지 사항을 고치면서 연습을 했더니 혼자서 연습했을 때 보다 빨리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첫번째는 오른쪽 입술에 힘이 너무 집중되어 입김이 바르게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취구를 너무 많이 열어서 소리 내기가 힘들다는 것. 세 번째로 입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불어 취구에 바람을 전부 넣으라는 것까지 모두 올바른 지적이라 생각되었다. 네번째는 입술을 쩝쩝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다음에 다시 한 번 여쭤 보아야겠다. 다섯번 째는 입술을 더욱 오므려서 실을 뽑아내듯 입김을 불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자전거로 청주까지 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라서 진천 톨게이트까지 마음이로 갔다가 그곳에서부터 자전거를 타면 40km 정도 타게 되니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육시간인 11시까지 도착하려면 촉박하다. 8시 반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45분이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혁신도시 근처에 차를 세우기에 적당한 곳이 있어서 예정보다 빨리 차를 세웠다.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니 9시 10분. 11시 반까지 도착하면 다행이겠다.

 

한 가지 오판을 한 것은 길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틀라스로 길 안내를 받는데, 내가 원하는 왕복 2차선 구도로가 아니라 4차선 고속화 도로로 안내를 한다. 4차선 도로에는 갓길에 여유가 있어서 달리기에는 좋은데, 옆을 지나가는 차량들이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기 때문에 그 기세가 무섭다. 거대한 화물차들도 무시무시한 속도를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연약한 자전거를 향해 크랙션만 요란하게 울린다. 간이 콩알만 해졌다가 떨어졌다가 한다. 이대로 달리다가는 운동은 커녕 명줄이 짧아지겠다.

 

계속해서 구도로를 찾으며 가다보니 헤매기도 하고 시간도 걸려서 11시 40분이 다 되어서야 교육장에 도착했다. 43km. 떨리는 몸과 마음을 차가운 물로 씻고, 따뜻한 차로 달래고 나니 비로소 대금이 손에 잡힌다. 지난 목요일을 향악당에 쇠까지 치러 갔으니 무려 100km를 넘게 탔다. 배터리 두 대로 7시간이 걸렸다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모처럼 날이 화창하여 아침부터 부모님과 밭일을 나갔다. 70미터 정도 되는 이랑을 하나 만들어 비닐을 씌우고 감자를 심는 일은 잘 끝냈는데, 완두콩을 심을 이랑을 만들고 배수로를 만드는 일은 절반도 끝내지 못했다. 기계를 빌려서 작업을 했더라면 전체 밭을 다 끝내고도 남을 시간이었는데, 기계를 빌리지 못하여 삽과 괭이와 호미로 작업을 했더니 매우 더디고 힘이 든다.

 

 

삽질은 너무 힘이 들어서 3미터 파고 한 번 쉬는 형태로 일을 했는데, 멍하니 앉아서 쉬면 제대로 쉬지 못한다. 고요한 악기인 대금을 불기는 맞지 않고, 꽹과리를 들고 나와서 쉬는 시간 동안에 두드린다. 연습도 되고 휴식도 되고, 밭을 파헤치는 두더지도 몰아낼 수 있으니 일석 삼조의 휴식 방법이다. 힘들지만 여유로운 노동이다. 점심 먹고 오후에는 나머지 작업을 했다. 다리도 후들거리고 손도 아팠지만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정농께서는 피곤하신지 오후에는 쉬신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는 다섯 시가 넘어서 감자와 완두콩 심기, 배수로 파기까지 끝낼 수 있었다. 힘은 들었지만 참 보람있는 날이었다.

 

 

 

일을 끝내고 사우나 가서 근육의 피로를 풀고 저녁에 향악당에 갔더니 걷고 뛰는 풍물연습을 한다. 쇠를 치면서 처음으로 발걸음을 맞춰 보는데, 제대로 발이 맞지 않는다. 옆치기와 휘모리 장단에 맞추는 발동작은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다. 땀으로 다시 한 번 목욕을 해야 했다. 

 

날씨만 도와줬다면 이번 주는 스무 시간 이상 일 할 수 있었는데, 하늘이 쉰 김에 푸욱 쉬라고 쓸데 없는 비를 자꾸만 내려 주신다. 다가오는 4월 말의 황급함이 약간 걱정이 된다. 농사일은 적게 할 수록 좋다. 육체 노동을 수행하는 것처럼 해서 도를 닦으라는 분들도 있지만 모든 만물은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 자연과 인간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 1년에 35주 정도, 주당 20시간 정도를 꾸준히 일할 수 있다면 농사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매우 여유로운 농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일해도 우리 가족들과 가까운 친척들까지 챙길 수 있는 양을 생산할 수 있으니 참으로 풍요로운 세상이다. 그런데, 하늘이 도와주니 않으니 게으르거나 일에 쫓기는 농부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안타깝다. 현실이 그러할 때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마늘은 아직까지 잘 자라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