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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신경쓰지 않는다_150407, 화

고추 모종은 이번 주도 매우 힘겨워 보인다. 그리미의 말대로 물을 주면서 흙이 파헤쳐져서 뿌리가 흙밖으로 노출되다 보니 단단히 뿌리내리지 못해서 힘없이 흔들리고 커 갈수로 넘어지는 증상이 생기는 것 같았다. 모종들 모두에게 일일이 흙을 다시 채워 가며 눌러 주었다. 그런데도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문도 열어 바람 관리도 해 주고 물도 많이 주고 있지 않은데 도대체 왜 모종들은 똑바로 자라지 못하는 것일까. 숙련된 농부들은 도대체 무슨 노우하우가 있는 것일까.

 

 

 

 

토마토 모종들은 엄청나게 잘 자란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자라는데, 다음 주에는 모종판 위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뿌리가 끊어졌던 고추 씨앗들은 발아하지 못했으나 촉이 나는 과정에서 물이 말랐던 토마토 씨앗들은 다시 물을 주었더니 잘 자랐다. 물리적으로 타격을 받은 연약한 모종들은 크지 못한다는 것을 배웠다.

 

 

 

 

3월말의 논둑 작업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밭일을 해야 일정이 엉키지 않아서 편안하게 농사일을 할 수 있다. 밭에는 먼저 퇴비를 뿌리고 트랙터로 갈아서 이랑을 만들고 관리기로 비닐도 씌워야 작물을 심을 준비가 끝난다. 그런데 어렵게 트랙터를 예약하고 한시름 놓았더니 작업하기 전날이나 전전날에 계속해서 비가 내려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땅이 질면 로터리도 제대로 쳐 지지 않고, 이랑도 떡진 것처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4월 2일에 예약해 둔 트랙터를 9일로 옮겼다가 어제 다시 15일로 옮겼다. 무려 15일이나 일정이 늦어진 것이다. (계속 비가 와서 4월 24일로 다시 연기했는데, 일기 예보는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여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속절없이 시간만 지나간다.) 감자와 완두콩, 호랑이콩, 울타리콩 등등을 심어야 하는데 날이 매우 추운데다가 밭마저 갈지 못하니 심을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늦어지면 수확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봄비가 오면 날이 점점 따뜻해 지는데, 올해는 줄곧 쌀쌀한 날씨가 이어진다. 도로변의 살구꽃은 제법 피었으나 마당의 진달래와 목련은 아직도 꽃봉오리를 제대로 피워내지 못하고 있다. 밭도 갈 수 없고 날이 추워 꽃도 피우지를 못하니 봄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일농원은 편안하게 놀고 있다. 일 할 수 있으면 일하고, 할 수 없으면 논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신경쓰지 않고, 무일은 도와주지 않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이 땅에 이런 평화가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