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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전기자전거 탱고를 대신하여 시티를 구입하다_150307, 토

농사철이 시작되니 이야기 꺼리가 늘어난다. 뭔가를 해야 하고. 일을 하다 보면 느낌이 생기고, 생각이 많아지면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지난 2년 동안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문제를 오늘 처리했다. 화재로 집의 일부가 불타면서 창고에 있던 애마 전기자전거 탱고가 불에 타 버렸다.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보상받을 수 없었다. 화재보험을 가입하기 싫어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수년 동안 서울에서만 알아 본 것이 실수였다. 도시에서는 목조주택의 화재보험을 받아주지 않지만, 시골에서는 목조주택도 화재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농협과 새마을금고를 통하면 된다. 보상이 얼마나 이루어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일에 대비해 반드시 화재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가슴이 아프지만 집수리 비용으로 2,500만원, 부모님과 함께 세 사람의 노동력이 백일 동안 고스란히 투자되어 집을 다시 살려낼 수 있었던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다.

 

 

 

집은 살렸지만 탱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탱고를 만들었던 하이런은 부도가 났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배터리와 콘트롤러에 문제는 있었지만 성능 좋고 튼튼한 자전거였다. 3년 정도 정말 신나게 타고 다녔다. 구입 당시 135만원이었으니 꽤 고가의 자전거였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탱고가 없으니 부천으로의 출퇴근이 언제나 자가용으로 이루어진다. 시간은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으니 매우 유용하지만 왕복 4시간을 운전대에 매달려 있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전기자전거의 구입을 망설였던 것은 농사를 지으면서 100만원이 넘는 레저용품을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워서다.

 

지난 2년 동안 매월 기름값으로 사용한 돈이 30만원이 넘는다. 연간으로 따지면 무려 360만원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연간 30만원이 넘는다. 차량으로 이동하기 위한 비용이 차량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도 400만원이 넘는다. 아무래도 경제성 측면에서도 전기자전거 구매가 바람직해 보인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게 되면, 자전거 이동시간 네 시간에 차량 이동시간 한 시간을 더해서 다섯 시간이 걸린다. 길고도 지루한 시간이지만 시간 만들어서 운동도 하는데, 일주일에 여덟 시간 정도 출퇴근하면서 운동한다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그런데, 향악당과 보건소에서의 일정 때문에 자전거 출퇴근은 당분간 어렵다.

 

그렇다면 농원에서 움직일 때만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음성 왕복 45km, 향악당 2회 왕복 35km, 보건소 1회 왕복 5km 등 총 85km를 필수적으로 움직인다. 대략 일주일에 100km를 차량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했을 때 비용은 12,000원이 든다. 그러면 1만 km를 움직이면 가스비로 전기자전거 구입비를 회수할 수 있다. 전기자전거의 유지비용과 차량 감각상각비용은 서로 상계하는 것으로 본다. 일주일에 100km 씩 약 100주를 타면 비용을 전부 회수하게 되는데,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본다. 자전거는 수리해 가면서 타면 5년 이상 탈 수 있겠지만, 배터리 두 개로 5년을 타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배터리 한 개의 구입비용이 30만원이니 경제성의 핵심은 배터리의 성능에 달려 있다.

 

 

 

이런 계산으로 지난 토요일에 120만원을 주고 오래 전시되었던 삼천리 전기자전거 시티와 추가 배터리 1개를 구입했다. 5년 2만 km를 목표로 운동도 하고 가스비도 절감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첫 시운전을 하며 돌아오는데 30km의 고속에서 갑자기 심하게 핸들이 휘청거린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버스들이 옆을 휙휙 스치고 지나간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고비를 넘겼지만 놀란 가슴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25km 이하로 천천히 조심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기술자들과 통화해 보았지만 문제가 없다고 한다. 탱고에 비해 프레임이 단순하고 가벼워서 좋기는 한데,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기술자의 의견을 믿고 일요일에 다시 조심조심 타 보았다. 고속에서의 떨림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지만 핸들에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고 가볍게 핸들링을 하면 중심을 못 잡는 사태까지는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안전한 구조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농원으로 가져와서 향악당과 음성을 다녀왔는데, 하필이면 꽃샘 추위로 이틀 내내 찬바람이 심하게 분다. 최악의 환경이었다. 오늘은 맞바람을 맞으며 왔는데, 내리막길에 모터의 도움을 받으며 페달링을 해도 시속 20키로를 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한 심한 바람이 불었다 몹시 힘이 들어었다. 그래도 일단계 목표인 1만 km를 향해 대장정을 해야 하니 꿋꿋하게 탔다. 지난 토요일부터 4일 동안 총 110km를 탔는데, 일단 배터리 성능과 모터 성능은 만족한다. 다만, 도시형 모델이라 속도를 내는데 불편한 구조다. 모터의 도움 없는 무부하 상태에서 페달에 힘을 주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기 때문에 정확한 성능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평속 20km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를 예상했으면서도 도시형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그리미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기 위해서다. 바퀴도 24인치로 작고, 차체도 낮아서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그리미에게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속도도 빠르지 않으니 금상첨화다. 이 자전거로 편도 70키로의 출근길을 과연 달릴 수 있을까.

 

오랜 만에 자전거를 탔더니 온 몸이 뻐근하다. 기분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