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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다섯 가구를 위한 집을 짓는다고 한다_141210, 수

마을 소동계 날이라 어르신들로부터 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이들과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참석하지 못하고 자주 얼굴을 보는 농부들이 주류다.

 

첫번째 안건은 회계보고. 수도 5만원, 이장 3만원, 반장 3만원 합계 11만원이 1년간 마을에 내야하는 세금이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경작하는 논에서 나오는 소출이 있어서 마을 공용비의 잔액은 천만원을 넘었다고 한다.

두번째 안건은 마을 회관 건립. 가장 숙원사업인 도로 확장 공사와 시내버스 유치는 몇년을 노력해도 성과를 얻지 못해서 거의 포기상태인 모양이다. 대신에 먼 곳의 마을회관을 대신할 가까운 곳에 보습동의 주민들만을 위한 회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김씨가 땅을 내놓고 그 위에 마을 돈으로 회관을 짓는 것인데, 3년째 땅을 내놓는다는 말만 있고, 측량해서 토지 분할하느라고 비용은 들어갔는데, 소유권 이전이 되지 않아서 추진을 못하고 있다. 올해는 틀림없이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절 자리에 들어선 목조주택회사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회관을 지을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해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번째 안건은 소동계장에 대한 처우. 별도의 수고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수도세, 이장세, 반장세의 합계 금액인 11만원을 면제해 주는 것으로 처리했다. 소박한 수고비라서 내심 갈등했으나 받아들였다.

 

네번째 안건은 새로 입주한 주민 소개. 낚시터 앞과 절집으로 이사 온 목조주택회사의 아낙들이 인사를 꾸벅한다. 회사 대표와 직원들이 거주할 다섯 채의 주택을 차례로 짓는다고 한다. 그리되면 보습동의 젊은 인구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참 좋은 일이다. 회사에서는 부지만 구입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일곱 채의 주택을 더 짓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마을 할머니들이 차려 주시는 점심 상을 받아 소주 한 잔 마시고 기분좋게 자리를 일어섰다. 세상은 조용한 듯 하면서 크게 변한다. 집 지을 수 있는 땅을 확보해서 친구나 친척들을 오게 하고 싶었는데,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발 빠른 사람들이 먼저 차지해 버렸다. 저 위 산이라도 잡아 두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우리 동네의 장점은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이라는 것이다. 산 너머에 군부대가 마을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작은 듯 두터운 산세가 북쪽에서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땅값도 저렴해서 오히려 장점이 되고 있다. 축사나 공장이 없어서 오염원이 없으며, 저수지가 있어서 밋밋한 경치를 보완해 준다. 경치가 아름답지는 않지만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부지런히 지인들이 올 수 있는 땅을 챙겨 두어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