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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이런 일도 있구나_150306, 금

5월에 긴 연휴가 있어서 작년처럼 제주도 여행을 다녀 오려고 했다. 백령도나 울릉도를 가고 싶은데, 배 멀미를 하는 그리미도 걱정되고, 기상이 악화되어 오고 가는 날자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제주도를 다시 가기로 했다.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항공권으로 이동하게 되면 교통비도 제일 저렴한게 제주도고 김포공항이 가까워서 이동시간도 제일 짧고 편한게 제주도다. 제일 먼 곳이 가장 가까운 곳이 되는 아이러니다.

 

1월 초에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한 좌석 예매를 시도했는데, 황금 연휴다 보니 모든 보너스 항공권과 특가 항공권은 예약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저렴한 티켓을 이용해도 인당 15만원은 지불해야 했다. 겨우 두 시간을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 치고는 너무 비싸서 포기를 했다.

 

어제 그리미의 친구들이 항공권이 없어서 제주도를 못 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도 꾸준히 알아보면 나오는 게 있을 것이라며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 맞아. 중간에 일정이 바뀌어서 취소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먼저 대한항공의 보너스 항공권을 확인해 보았다. 놀랍게도 5월 4일 10시에 출발하는 제주발 비행기에 좌석이 있었다. 얼른 예약을 했다. 7,500마일에 세금 12,400원이다. Hao de.

 

그러나 제주로 가는 비행기는 없었다. 아시아나를 접속해 보니 4월 30일 4시 경에 출발하는 표는 있는데, 그리미가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포기해야했다. 저가 항공에도 마땅한 시간대의 표는 없었고, 가격도 7만원에서 9만원 사이다.  참 부유한 대한민국이다. 이렇게 많은 비행기표가 동이 나다니. 인천이나 광주, 청주, 군산에서 출발하는 비행편도 알아 보았지만 역시 불가능했다. 일단 오늘은 포기하기로 하고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우주신을 데리러 갔다 왔다. 항공권을 확인한 지 불과 두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치킨과 소주를 마주하고 앉아서 다시 한 번 노트북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아시아나 마일리지 항공권을 검색했다. 놀랍게도 4월 30일 7시 20분에 출발하는 비행편에 좌석이 떠 있다. 얼른 예약을 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이렇게 쉽게 항공권을 구하다니. 그것도 황금 연휴에 보너스 항공권을 말이다.

 

그동안 주변에서 5월 연휴의 제주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몹시 부러웠는데, 막상 표를 구하고 났더니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제주의 봄 여행은 벚꽃이 만발한 산길을 걷거나 푸르디 푸른 바닷길을 산책하는 즐거움이 크다. 그런데, 작년 5월 초 제주여행에서는 벚꽃은 다 지고, 감귤꽃은 아직 피지 않은 상태에서 굽이굽이 산길만을 걷다가 와야 했다. 화려한 봄꽃들의 향연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가슴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리미는 너무 좋다고 한다. 맑고 푸른 바다만 보아도 좋고, 고즈넉한 중산간의 숲길을 걸어도 가슴이 시원해 진다고 한다. 흠. 그래, 신들께서 보내주신 귀한 표를 받았으니 즐겁고 신나게 놀다 오자.

 

어제까지 봄이 오고 있는 것이 두려웠다. 농사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많은 것들과 만나야 하는 것이 몸의 고단함 보다 더욱 힘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드디어 찬란한 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