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꼐 하는 가족 여행이라 좀 편안하게 다녀 오려고 나름 머리를 쓰기는 했다. 처음 개통된 강릉행 ktx도 타 보고. 금요일 오후 5시 55분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기차에 '넷이서 5만원' 티켓 8장과 경로 할인 티켓을 포함해서 9장의 표를 예매했다. 돌아오는 표는 9장의 표를 3 6 9 할인을 받아 20%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표는 한 달 전에 예약해서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출발 1주일 전부터 장마비가 전국에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여행 일정을 바꿀까 하다가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한 여정이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우산을 양산 대용으로 써야 할 정도로 날씨는 시원하고 가끔 해가 쨍쨍했다.
기차역에 50분 전에 도착했다. 청량리역 지하 입구에서 돋보기를 하나 구입했다. 네 번째 돋보기다. 중소기업 제품인데 튼튼해 보였다. 1만원이다. 두 번에 걸쳐 이마트에서 구입한 돋보기는 너무 약해서 몇 개월 쓰지도 못하고 버려야 했다. 이 돋보기는 특수코팅을 해서 초점 거리가 제법 다양하다고 한다. 써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역 지하의 쇼핑몰에 가서 도너츠와 맥주, 과자를 사서 이동하는 동안 간식을 준비했다. 열차는 정확한 시간에 출발했고, 상봉역에서 나머지 가족들이 모두 탑승했다. 준비한 간식이 너무 많아서 조금씩 맛을 보며 이동하다 보니 벌써 강릉역에 도착했다. 운전을 하지 않고 편하게 왔다.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 기차를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집에서 15시 50분에 나와서 강릉역에 도착한 시간은 19시 30분이다. 총 3시간 40분이 걸렸다. 12인승 렌터카를 예약했더니 16만원이다. 세 명의 운전자를 등록하고 12인승 승합차를 받았는데, 9명이 타도 그리 넓지 않다. 짐이 많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무조건 15인승을 예약해야 할 모양이다. 차가 깨끗하고 에어컨이 시원한 것은 좋았다.
큰 조카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뒤에 앉아 느긋하게 주변을 즐긴다. 강릉 시내라서 딱히 볼 것은 없다. 목표로 한 풍년갈비에 갔더니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다. 20분을 기다려서 생갈비 3인분, 양념갈비 3인분, 소생갈비 3인분을 먹었다. 냄새도 나지 않고 그런데로 먹을 만했다.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으니 제대로 된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 인테리어에 문제가 있어서 소리가 울린다. 먹는 데도 이야기 하는 데도 집중할 수 없다. 아귀처럼 고기가 익혀지면 주린 배를 채우고 비싼 돈을 내고 나왔다. 맛은 괜찮지만 다시는 가지 않을 곳이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숙소인 대명리조트까지 한 시간이 걸려 이동했다. 사람이 가득해서 주차할 곳조차 없다. 정말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침실 두 개에 거실겸 주방이 있는 깨끗한 방이다. 부모님은 피곤하셔서 일찍 주무시고, 새우 튀김에 소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 한 시에 잠이 들었다. 푹 잘 잤다.
8시가 넘어서 일어나 천재와 셋이서 산책을 나갔다. 비가 내릴 듯 선선해서 좋았다. 눈앞의 울산바위가 참으로 근사하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우주신을 데리고 올라갔던 추억이 떠오른다. 기념으로 메달도 하나 사왔었다. 울산바위 앞 커피숍에서 맛이 없는 커피를 친절한 미소와 근사한 경치에 감탄하면서 마셨다. 커피 맛이 좋았다면 아침 식사를 이곳에서 할 뻔 했다. 커피숍에서 울산바위를 즐기다가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시골길인데 마사토로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걷기에 좋았다. 내리막 급경사가 있어서 샌들을 신은 그리미가 힘들어 하기에 업고 내려갔다. 열 계단도 못 내려가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내려놓았다. 무릎 관절이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대한 바위들을 타고 맑은 물이 졸졸 흐른다. 탁 트인 수락산의 경치는 아니었지만 매우 훌륭한 그림이다. 모기만 아니었다면 좀 더 놀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한 시간 만에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 번 더 했다. 추가 수건을 한 장당 오백원을 받는다고 해서 신청하지 않고 아껴쎴다.
아점으로 학사평 순두부 마을에 가서 순두부와 메밀전병, 오징어 순대를 나눠 먹었다. 아버지께서 계산하셔서 맛 좋게 먹었다. 순두부는 어디서나 맛 볼 수 있는 그런 음식이었고, 반찬으로 나온 취나물과 오징어 젓갈이 맛있었다.
청간정을 첫 번째 관광코스로 갔다. 천재가 어머니를 잠깐 업어 드렸다. 봄 날의 노동으로 다리가 먹먹하시다고 하는데도 잘 걸어 오르셨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시원한 동해 바다를 바라보았다. 장마 구름 때문에 약간 뿌옇기는 했지만 대체로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었고, 특히 정자가 시원하여 내려 가기가 싫었다.
두 번째 코스는 삼척 등대. 어머니 아버지는 걷기 힘들다 하셔서 동생과 함께 차에 계시게 하고 영금정 아래 바다 위 영금정에 다녀왔다.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사람이 적당하게 많았다. 우리 가족이 가장 오래 머물러 있었다.
세번째 코스는 영금정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바다의 별 성당. 넓은 회랑과 작은 성당이 한적해서 좋았다. 전체 분위기가 소박하다. 성당 안의 십자가의 길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 너무 많이 걸려 있어서 눈에 거슬렸다.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도 드리면서 조용한 시간을 가졌다. 마음이 평안해진다.
네 번째 코스는 휴휴암. 이곳에서 좀 더 바다를 가까이 볼려고 했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바다를 볼 만한 기후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다섯 번째 코스인 테라로사 커피 공장으로 건너 뛰었다. 남강릉에서 나와서 산속으로 들어간다. 평범한 농촌 마을에 있는 이 카페에 무슨 손님이 있을까 걱정을 하며 갔다. 커피를 팔지 않을 수도 있으니 되돌아 나올 각오를 하고 갔다.
아니었다. 공장 앞에 도착하니 차들이 바글바글하다. 간신히 차를 대고 간신히 커피 주문을 하고 간신히 조용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곳에서 한 시간 반을 쉬면서 방이나물과 커피나무를 구경했고, 주변을 산책했다. 명소들은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부모님은 만족해하셨다. 시골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르니 여행의 맛을 느꼈을 것이다. 아버지는 원두 커피도 한 봉지 사셨다.
명소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나와 강릉역으로 돌아왔다. 청량리역까지 표를 끊었지만 서울역에서 내리고 싶어서 연장을 해 달라고 했더니 할인을 많이 받은 기차표라 불가능하단다. 청량리에서 서울역까지는 최소 적용 운임이 인당 8,400원이라고 한다. 5시 반에 강릉역을 출발하여 7시에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3층의 부대찌게 집에서 냉면과 콩국수, 부대찌게로 저녁을 먹고 누나를 만나서 생일 케이크를 전달하고 6월 가족모임을 마감했다.
움직임을 최소로 하고 바닷가 걷기가 중심이 된다면 열차 이용이 괜찮은 방법이다. 여러 관광지를 다녀야 한다면 승용차로 이동하는 것이 낫다. 관광 명소는 실패하지는 않지만 아늑한 여행은 불가능하다. 경치 좋은 평일에 호젓하게 다녀와야 명소를 즐길 수 있다. 주말과 휴가 기간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저렴하고 새로운 여행을 좋아하는 관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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