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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가을이라, 대둔산 단풍을 즐기다_141025, 토

시월 초에 대둔산을 가기로 마음먹고 대전으로 가는 열차편을 예약해 두었다. 당일에 다녀와야 해서 적당한 시간대의 열차편을 검색해 보니 광명에서 출발하여 대전으로 가는 열차가 41분 만에 대전에 도착하게 되어 있어서 가장 편리하고 여유가 있다. 9시 16분에 광명을 출발하고, 6시 41분에 대전을 출발하는 것으로 열차표를 준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하다가 네 명이 움직이니 렌트카도 괜찮게 생각되어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유카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회원가입을 하고 열심히 예약을 준비했더니 대전역에는 아직 렌털 시스템이 없단다. 부여에 있는 처제에게 연락을 했더니 마침 다른 계획이 없다고 해서 차를 가지고 함께 여행하기로 했다. 다섯 명이니 알차게 움직일 수 있겠다. 오랜 만의 가족여행이다.

 

 

 

7시 반에 일어나 우동을 끓여서 밥을 말아먹고, 광명역으로 갔다. 한 시간의 여유를 두고 출발했더니 20분만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도 30분의 사간 여유가 있어서 화장실도 가고 커피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부산에 불꽃놀이 축제가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부산 여행계획을 짜고 있다. 41분만에 도착하니 앉아서 잠깐 딴 생각했더니 내릴 시간이다. 성심당 빵집에서 15분을 기다려 튀김 소보루 6개를 만원에 사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더니 처제가 기다리고 있다. 인근의 할머니 김밥집에서 김밥 6줄을 사서 점심을 대신하기로 했는데, 이동하는 차 안에서 전부 먹었는데도 아들들은 배가 고프다고 한다.

 

 

 

 

 

대전역을 빠져 나가 고속도로를 타고 추부 IC로 나가서 대둔산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길은 밀리지 않았는데, 주차장(2천원)에 차들이 많아서 일반 주차장에 댔더니 5천원. 길거리 벤치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앉아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걸어서 10분 정도 올라가서 케이블카를 타려고 했더니, 12시도 안된 현재 시간에 3시차를 탈 수 있다고 한다. 벤치에 앉아서 케이블카 시간되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던 모양이다. 말이 필요없이 포기하고 걸어 올라 가기로 했다. 매우 가파른 길을 오르고 오르다가 점심 시간도 되었고 해서 그늘진 평지에 돌벤치가 마련되어 있기에 둘러 앉아 커피와 홍삼차와 튀김 소보루빵과 단감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아직은 산행 초입이니 모두들 여유롭다.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는 것으로 산행 준비를 모두 마쳤다.

 

사람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길은 무척이나 가파르다. 철계단은 폭이 좁아서 신발이 걸리고 돌계단은 매우 불규칙하게 놓여 있어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협곡을 따라 오르는 것인지 단풍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맑은 물이 살살 흐르는 계곡이 중턱까지 따라온다. 카메라 렌즈가 어두우니 ISO를 600으로 올려서 촬영해 보기로 했다. 셔터 스피드도 올라가고 화면도 밝아진 느낌이다.

 

 

 

 

 

 

한 시간을 올라서 케이블카 하차 지점에 도착했다. 매표소에 가서 내려가는 표를 미리 살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표는 살 수 있지만 시간 배정표를 받아야 탈 수 있다고 한다. 시간 배정표도 순서대로 나가는 것이지 시간을 임의로 예약할 수가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미리 표를 구입하는 것은 포기하고 산을 오르기로 했다. 발목이 좋지 않은 처제와 천재가 이곳을 베이스 캠프로 해서 놀기로 하고 세 사람만 정상을 오르기로 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그리미가 잘 올라와 주니 훨씬 산행이 즐겁다. 

 

1차 관문은 구름다리다.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는 금강구름다리가 무서워서 고비인 것이 아니고, 끝없이 늘어서 있는 사람들의 줄을 헤치고 접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겨우 구름다리를 걷는다. 주변의 경치가 아름답고 길이가 넓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가 있었다. 천재에게 연락을 해서 이곳까지 오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쉬엄쉬엄 올라오라고 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해서 구름다리를 뒤늦게라도 지나볼 수 있었다. 쉬면서 3시 반 정도에 출발하는 케이블카의 표를 구입하라고 이야기 해 두었다.

 

 

 

 

 

 

 

 

 

 

 

 

 

2차 관문은 삼선계단이다. 끝도 보이지 않는 줄은 1분에 1미터씩만 움직인다. 삼선계단을 오르는 발걸음들은 무거워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은 아까 보다 더 많아졌나 보다. 우회로로 해서 정상을 다녀올까 고민하다가 그냥 기다려서 올라 보기로 했다. 20분이 다 되어서 계단 입구에 도착했다. 앞줄에 서 계시던 여자분이 아무래도 자신 없다고 하시더니 서너 계단을 오르시다가 되돌아 내려 오신다. 도저히 못 가시겠단다.

 

엉겁결에 계단에 발을 디딘 오드리도 열 계단을 못 가서 공포심이 밀려오는 모양이다.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여유롭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지만 내 손에서도 땀이 살짝 쥐어진다. 우주신도 너무 무섭다고 한다. 중간을 넘어섰더니 철제 계단이 흔들흔들한다. 녹이 잔뜩 슬어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모든 구조물들이 의심스럽다. 오드리는 앞에 계신 분들에게 빨리 가 달라고 계속 재촉한다. 사진도 찍고 경치도 구경해야 하는데, 계단의 끝을 빨리 보아야 하는 오드리는 경치고 뭐고 앞 사람의 등산화만 바라보며 오른다. 이 위험한 구조물을 왜 만들었을까. 관광상품.

 

 

 

 

 

 

 

 

 

계단의 끝을 무사히 오른 오드리는 앉을 곳을 찾는다. 멀미가 나고 다리가 후들거려 더 이상 갈 수가 없다고 한다. 계단 끝에 얼마되지 않은 공간에도 사람들이 둘러앉아 점심 요기를 하고 있다. 한쪽 귀퉁이에서 잠깐 쉬어가야했다. 베이스 캠프에 연락을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현재 시간이 두시 반이니 정상까지 다녀오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다. 아까 말한 대로 세시 반 표를 사 놓았다면 이곳에서 다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일단 정상 공격은 혼자 하기로 하고, 쉬엄쉬엄 올라올 수 있는 곳까지 오라고 했다. 힘을 내어 혼자서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정상 근처에는 천막과 탁자를 펼쳐놓고 술과 안주를 팔고 있다. 가파르기도 하고 불규칙하기도 한 길이 계속되는 이곳을 술을 마시고 걷는 것은 매우 위험해 보이는데. 일단 술은 마시지 않기로 했다. 정상이 코앞인데, 천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4시 5분에 예약했다고 한다. 그러면 정상까지 편안히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다. 우주신과 그리미가 역시 소식을 듣고 정상으로 느긋하게 올라왔다. 가을 날 답지 않게 뿌옇게 안개가 끼어서 시야가 좋지는 않았지만 단풍이 든 여러 능선들이 아름답게 눈에 들어왔다.

 

정상에서 소시지와 물, 홍삼차로 허기를 떼우고 이리저리 기념 사진을 찍으며 쉬었다. 내려가는 길도 워낙 가파르고 정돈되어 있지 않아서 매우 위험했다. 막걸리 한 잔이 아른거리기는 했지만 참고 잘 내려갔다. 내려가면서는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올라가면서 쓴 근육의 힘이 내려가면서 부담이 되어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래도 숨이 차지 않으니 내려가는 길은 수월하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천재와 합류하여 물과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다. 이제는 편안히 이동할 일만 남았다.

 

늦은 시간인데도 케이블카를 타겠다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다. 한 두 시간 후면 해가 져 버리겠지만 케이블카를 타면 한 시간이면 충분히 정상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올라가는 모양이다. 그래도 주차장의 차들은 많이 빠져있다. 진입로 양쪽으로 왠 노래방들이 그리 많은지 대낮인데도 노래소리가 요란하다.

 

차를 타고 다시 대전으로 간다. 5시가 되어 서대전 외곽에 도착했다. 시간이 충분했다. 고기를 못 먹는 처제를 위해 복집에서 저녁식사를 느긋하게 하고 6시에 일어섰다. 40분이  남았고 10km도 안 되는 거리니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우리가 식사를 하기 직전까지 온 길만이 소통이 원활했고, 나머지 거리는 온통 차들로 가득해서 앞으로 나가지를 못한다.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흘러 80분이 걸려서야  대전역 주차장에 도착했다. 스마트폰이 있으니 달리는 차 안에서 기차표도 반납하고 다시 구입할 수가 있었다. 좋은 세상이다. 한 시간 후인 7시 53분 표를 다시 구매했다. 길이 밀릴 것을 피하기 해서 기차로 이동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기차역으로 이동하면서 한시간 반을 교통지옥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대전역은 한 시간 이상 여유있게 도착해서 식사도 하고, 먹을 것도 사면서 여유롭게 기다려야 기차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마의 기차역이다.

성심당에 다시 들려 몇 가지 빵을 샀다. 맛이 있으면 좋겠다. 대전역에서 기차에 올랐는데, 우리 자리에 한 가족이 앉아 계신다. 어, 기차를 잘못 탔나. 전화기를 꺼내 다시 표를 확인하고 앉아계신 분에게 확인을 했더니 우리 자리가 맞단다.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역시 40분 만에광명역에 도착하니 기차를 탄 기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뉴스와 카톡을 확인하고 났더니 내려야 했다. 그래도 우리 차에 앉으니 비로소 여행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면서 편안해 진다. 대전역을 앞에 둔 길고 긴 차량 행렬이 불과 한 시간 전이었는데, 우리의 앞 길은 뻥 뚫려있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버스와 택시로 이 여행을 했다면 지금 이 시간에 이곳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둔산은 좋았으나 대전은 고개가 저절로 흔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