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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머리가 아프다_141119, 수

나이가 들면서 소화기능이 떨어지는지 불편하게 식사를 하면 금방 체한다. 심하게 체한 것도 아니면서 시간이 갈수록 쌓여서 두통으로 나타난다. 속은 특별히 거북하지 않은데 트림이 나온다. 이것까지는 참을 수 있는데, 약한 두통이 머리를 때린다. 이것이 견딜 수가 없다. 침도 놓아보고 지압도 해 보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한방 소화제를 스무알 정도 삼키고 드러 누워서 푸욱 쉬어야 가라 앉는다.

 

아침 9시에 동생들과 만나서 차를 한 잔 마시고 부직포를 걷으러 밭으로 갔다. 장마비에 쓸려온 흙으로 뒤덮인 부직포를 걷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길게 자란 풀들을 일일이 손으로 뽑아내고, 밭에 고정하기 위해 꽂아둔 핀과 철근을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털털 털어서 흙을 제거한 후에 다시 둘둘 말아 보관해 두었다가 내년에 다시 사용해야 한다. 일 자체가 어렵지는 않지만 흙먼지가 많이 일어나고, 혼자서 무거운 부직포를 깔끔하게 말기가 매우 어렵다. 올해는 젖은 흙도 많이 쌓여 있어서 먼저 부직포를 좌악 펴서 흙부터 말려야 했다. 다행이 바람이 불지 않아서 부직포를 펴서 말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고추대도 한 곳에 모아 태울 준비를 마쳤다. 별로 일한 것도 없는데,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역시 친구들과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다.

 

삼겹살 한 근과 수육을 구워서 점심식사를 했고, 막걸리도 한 잔 하고 생강차와 귤, 단감도 먹었다. 오랜 만에 젊은 친구들과 식사를 함께 하니 한결 밥 맛이 좋았고, 부모님도 매우 흐뭇해 하셨다. 동생들도 그리 힘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다행스런 일이다. 동생들을 보내고 났더니 체기로 인한 두통이 와서 잠깐 눈을 부치고 일어나서 말려 두었던 부직포를 걷으러 나갔다. 학교에 다녀오신 정농과 함께 마늘밭으로 쓸 공간에 검은 비닐을 묻었다. 마늘 수확이 시원치 못해서 외숙모댁에서 얻어 온 씨마늘도 보관을 잘못해서인지 상태가 좋지 않아 아무래도 마늘을 더 사다가 심어야 할 모양이다. 참으로 어려운 것이 농사다. 짓기도 어려운데 보관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일하는 동안은 두통이 느껴지지 않는데 일을 끝내고 쉴 때 다시 두통이 찾아온다. 아무리 체기가 있었더라 하더라도 손발을 움직이고 일을 하고 나면 내려가야 하는데, 그러지를 않으니 내 몸도 많이 약해진 모양이다. 올 겨울에는 체력훈련을 좀 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