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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이일 저일 닥치는 데로_141111, 화

지난 토요일에 가락시장에서 열리는 토종씨앗 전시회에 가서 울타리콩과 밤콩을 각각 5천원씩 주고 샀다. 호랑이콩도 사서 말려 놓은 것이 있으니 집 주변에 심어서 제대로 키워야겠다. 월요일에 친구를 만나느라 내려오지 못하고, 오늘 부지런히 내려왔는데도 11시가 다 되어간다.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고 화물차 '마음이'에 실려 있는 축분 퇴비 22포를 마늘밭 예정지에 내려 놓았다. 다시 하우스 창고로 가서 찰벼 20가마를 두 분의 도움으로 마음이에 실었다. 생각 같아서는 바로 정미소로 가고 싶은데, 퇴비를 뿌려야 해서 낫을 들고 밭으로 갔다. 스물 두 포를 일일이 낫으로 자르고 들고 뿌렸다. 사흘을 쉬어서 그런지 근육은 쌩쌩하다. 그리 힘들지 않게 퇴비 뿌리는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퇴비를 뿌리는 동안 정농께서 두 포대의 유박퇴비를 추가로 뿌려 두셨다. 일단 한숨 돌리면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두 분과 함께 집을 나와 아버님은 학교 앞에 내려 드리고, 수천과 함께 정미소로 갔다. 점심시간이고 먼저 오신 분이 있어서 90분을 기다려야 한단다. 수천께서 기다리시기로 하고 마음이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농협에 들려 콤바인 수리비 40만원과 콤바인 비용 20만원 합계 60만원을 찾고, 주유소에 들려 지난 번에 고물상에 팔아 폐기해 버린 이앙기를 신고했다. 면세 휘발유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면세 가스는 300리터가 넘게 남아있다. 리터당 120원 정도 저렴한데, 면세가스를 취급하는 곳이 없어서 도무지 이용할 수가 없다. 생각난 김에 장호원에 있는 면세가스충전소로 차를 돌렸다. 무려 왕복 40km다. 마음이가 무거워서 리터당 6km 정도 나오니까 7리터의 기름이 소모된다. 오늘 33리터를 넣었으니까 약 4,000원이 절약되었는데, 7리터의 이동 비용을 생각하면 약 1,500원이 손해다. 결국 60리터는 넣어야 면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다.

 

 

 

음성으로 가서 아이들과 두 시간 공부를 하고 3시 반에 나서서 정미소로 돌아갔다. 4시가 다 되어 도착했더니 찹쌀 250kg(6 40K포대 10kg) 찹쌀 현미 200kg(5 40K포대)가 나왔다. 20개(600kg)을 가지고 왔으니 75%인 450kg이 나왔으면 매우 훌륭하다. 아마도 포대를 꽉 채워서 담은 모양이다. 도정비는 9만원이 들었으니 쌀 포대와 비닐을 포함해서 올해 정미 비용은 총 23만원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학교에서 퇴근하는 정농을 모시고 돌아왔다.

 

퇴비를 뿌려두면 밭을 갈아 놓으시겠다던 기술 고문께서는 작업을 하지 않으셨다. 옷 갈아 입고 바로 김장용 무를 뽑으러 나갔다. 코끼리 다리처럼 굵어진 무들을 뽑아서 수레에 옮겨 실어 하우스로 옮겨 놓았다. 당근도 뽑았다. 한 번도 제대로 키워 보지 못했던 당근이 올해는 아주 잘 되었다. 향긋하니 맛도 좋다. 특별히 어떤 기술을 적용한 것은 아니다. 씨앗이 좋았던 모양이다. 무슨 씨였는지 모른다. 밭의 씨앗은 수천께서 관할하고 계신다. 하우스 한 쪽이 무와 당근으로 그득해지니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진다.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도 6시다. 해가 참 짧아졌다. 밥을 먹고 쇠 치는 연습을 하다가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향악당에 다녀왔다. 날이 시원하다. 과제로 남아있던 삼채의 겹채를 박자에 맞춰 쳐 내는데 성공했다. 거의 두 달이 걸려 완성했다. 아직도 부드럽게 다듬어야 하겠지만 흉내만 낼 수 있게 된 것으로도 기쁘다. 다듬는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뒤로 후퇴할 일은 없으니 즐겁다. 이일 저일 닥치는 데로 해 낸 하루다. 건강한 내 몸이 잘 움직여 주어 좋다. 우주신이 설계대회에서 고등부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까지 얻었으니 매우 기쁜 일이다. 그래, 즐겁게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