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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비 오는 날의 벼 거둬 들이기_141030, 목

요즘은 6조식 콤바인으로 벼를 베어 1톤 짜리 거대한 마대자루에 담아 곧바로 정미소로 보내면 그곳에서 열풍 건조를 해서 도정까지 끝내므로 농민들이 매우 편리하다. 다만 자신이 농사지은 것을 먹을 수 없게 된다. 농사지어 먹지 않고, 돈을 벌어 다시 쌀을 사서 먹는 것이다.

 

우리는 콤바인으로 벼를 베어 마당에 네 겹으로 깔아 놓은 깔판 위에 펴서 햇빛과 바람으로 벼를 말린다. 햇볕이 좋고 바람이 잘 불면 건조기간이 4~5일 정도 걸린다. 그렇게 말린 벼들을 30kg 포대에 일일이 손으로 퍼 담아 정미할 준비를 한다. 힘든 일이다.

 

가정용 정미기를 이용하게 되면 쌀눈도 살아있는 쌀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물질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서 쌀을 잘 씻어 먹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매년 가정용 정미기를 이용하다가 작년부터 읍내 정미소를 이용하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쌀이라도 돌이 씹히고, 깜부기가 나오면 맛있게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리질도 못하는 주부들이 대부분이고, 밥 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은 우리 식구들도 마찬가지인지라 어쩔 수 없이 읍내 정미소에서 도정을 한다. 정미소는 현미로 도정을 해도 쌀눈이 살아 있기가 매우 힘들다.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정미소들이 바쁜 시기라 어제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30kg 벼 포대 35개를 트럭으로 옮기고 났더니 손목과 팔목 관절이 바늘로 찌르듯 아프다. 그래도 예약해 둔 시간이 있어서 쉴 수는 없다. 12시가 넘어서 정미가 끝났는데, 마구 잘려나간 쌀겨도 받을 수 없었고, 왕겨도 받지 못하였다. 포대 하나씩 대고 받을 수 있게 하면 좋겠는데, 가져 가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줄 생각도 하지 않고, 나중에 따로 팔아서 수익을 올려서인지 달라고 해도 잘 주지를 않는다.

 

2014년도 1차 도정은 총 53개의 벼가마 중에서 35개 약 1톤을 작업해서 현미 120kg, 백미 560kg,  합계 680kg을 얻었다. 정미비는 11만 5천원, 비닐 50개 12,500원, 쌀 포대 50개 12,500원을 포함하여 14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도정해 온 쌀을 오후에 다시 포장하는 작업을 했다. 먼저 택배로 보낼 다섯 곳의 쌀을 담아서 경동택배를 통해 보냈다. 택배비는 20kg당 6천원으로 3만원이 들었다. 그리고 처가집에 가져갈 쌀을 포장하는데 꼬박 세 시간이 걸렸다. 일하는 시간은 세 시간 정도지만 40kg, 20kg 포대들을 들었다 내렸다 하려니 온 몸의 근육이 아프고 살이 빠진다. 승용차에는 네 가마 16개의 쌀자루를 실었는데도 뒷바퀴가 많이 내려 앉았다. 조심 조심 운전해 가야 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일요일까지 계속 비가 온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깔아놓은 찰벼를 다시 벼포대로 옮겨 담았다. 저녁을 먹고 가로등 불빛 아래서 작업을 했는데 9시가 넘어서 끝났다. 힘들게 일을 끝내고 났더니 새벽부터 비가 쏟아진다. 농사를 지으면서 야근은 절대로 하지 않는데, 벼 말리는 작업만은 어쩔 수 없이 1년에 한 두 번 야간 작업을 하게 된다. 그래도 보람이 있어서 비를 맞히지 않고 벼를 거둘 수 있어서 기쁘다.

 

오늘은 11월 3일 월요일. 지난 사흘 동안 꽤 많은 비가 내려 이번 주 내내 다시 말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오후에 비닐과 천막, 부직포, 그물을 다시 깔았다. 바람이 불어서 작업하기가 힘들었다. 창고에 넣어 둔 벼 포대 30개도 일일이 다시 꺼내어 그물 위에 펴는 작업을 했더니 오후가 다 지나갔다.

 

시간이 좀 있어서 지난 달에 마치지 못한 오일 스테인 작업을 했다. 반통 조금 더 남은 페인트를 바르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해가 다 넘어가서야 일이 끝났다. 옷을 두 개나 겹쳐 입었는데도 저녁 바람이 품속을 파고 들어 한기가 느껴진다. 저녁 먹고 책을 보다가 잠깐 눈을 부친다는 것이 9시 반에 눈이 떠졌다. 부랴부랴 향악당에 가서 북치는 흉내 10분 정도 내고 간식만 먹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