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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손으로 털까 기계로 털까_141015, 수

어제는 오전에 뒷베란다 나무 보호재를 칠했다. 한 평 반 넓이인데도 투명을 칠하고 밤색을 그 위에 덧칠하는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밤색 보호재는 1/3도 칠하지 못했다. 칠 하면서 보니 밤색이 너무 진하다. 조금 남은 밤색은 투명과 섞어서 색을 연하게 만들어 칠하는 것이 낫겠다.

 

오늘은 아침부터 바빴다. 시멘트 남은 것을 개어서 창고 출입구의 벽돌을 쌓고, 남은 것은 배수로 위에 부어서 풀이 나지 않도록 했다. 겨우 열 삽이나 될 만한 분량을 개고 발랐는데도 시멘트 작업은 힘들다. 레미콘의 탄생은 인간을 얼마나 힘든 노동에서 해방시켰는지 모른다. 참으로 고마운 발명품이다. 그것이 과용되어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시멘트 작업을 끝내고 배추밭에 목초액을 뿌렸다. 지난 10년 동안 목초액을 계속 뿌리고 있지만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벌레에게 먹히는 배추들을 보기가 안타까워서 농약 대신에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쓸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목초액이라도 뿌린다. 올해는 목초액에 더해 토양 살충제(농약)도 주고, 미생물 제재와 흙살림의 친환경 약제, 난황유까지 예닐곱 번 이상을 작업했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목초액을 뿌리면 고소한 탄내가 난다. 난황유 보다는 역한 냄새이니 효과가 있음직 한데, 전혀 효과가 없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그런 줄 알면서 매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농부도 참 신기한 사람들이다. 은행나무 잎즙도 시도해 봐야겠다. 창고 지으며 옮겨 심은 은행나무의 이파리가 전부 떨어졌다. 뿌리가 엄청나게 몸살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살아나야 할텐데,,, 더 좋은 방법은 흰색 그물을 덮는 것인데, 비용과 관리 문제 때문에 올해도 시도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할 수 있을까.

 

정농께서 새벽에 나가서 벌레를 잡고 들어 오셨다. 감기가 더욱 심해 지셔서 오후에는 열이 크게 올라 누워 계신다. 역시 감기가 걸리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절대 무리해서는 안된다. 수천께서도 6시가 넘도록 들깨를 터셨다. 내일 하자고 말씀드려도 오늘 끝내셔야 한다며 걱정 말라 하시는데,,,,,,,,,,, 걱정이 된다.

 

목초액을 뿌리고 나서 점심을 먹고 장을 보러 갔다. 엿기름을 만드는 겉보리를 사러 갔다. 나간 김에 라면도 한 박스 사오고, 콩나물, 두부, 쭈꾸미, 갈치, 양파, 간장 등등 장도 보고 왔다. 양파 모종도 한 판 사서 가을이 끝나기 전에 심기로 했다. 너무 늦으면 추워서 작업하기도 힘이 들 것이다.

 

장을 보고 와서 천막 위에 널어 놓은 들깨를 털었다. 들깨 향은 언제 맡아도 좋다. 제법 많아 보였는데, 수천과 함께 털었더니 금방 끝났다. 1/4은 털었을 것이다. 오른팔로 때리다가 왼팔로 때리다가 양팔로 때리다가 90분 동안 열심히 두드렸다. 팔에 몸살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장구 매고 한 시간 반을 신나게 쳤더니 팔이 풀리는 느낌이다. 향악당에 가야 해서 남은 일은 내일 했으면 했는데, 마저 하시겠다고 하니 몇 번을 말리다가 어쩔 수 없이 정리를 했다. 들깨도 콩 타작기를 이용하면 털 수 있기는 한데, 워낙 알맹이가 작다보니 잘 안 털리는 모양이다. 들깨와 참깨 터는 기계도 필요하다. 어디에 없는지 찾아봐야겠다. 농약을 쓰지 않고 키울 수 있는 작물 중에 가장 수익성이 좋은 것이 아마도 참깨일 것이고, 몸에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 들깨일 것이다. 많이 심고 많이 거두고, 힘을 덜 들여 농사짓고 싶다. 11시가 다 되도록 거북놀이를 하고 왔더니 내 몸도 으스스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