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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시원하게 풀베기_140825, 월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에 참깨를 베다가 모기를 비롯해 무수한 벌레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대부분 그러려니 했는데, 부천에 도착해서 보니 왼팔이 부어 있었고 몹시 가려웠다. 모기약을 바르면 낫겠지 하고 두었더니 저녁에는 빨갛게 부어오른다. 팔꿈치 이하가 땡땡 부어서 손을 대면 몹시 불편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얼음 찜질을 하고 버텼다. 그리미는 독사에 물린 것이 아니냐며 병원에 가자고 하는데, 그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어 얼음찜질로 열기를 가라앉혔다. 향악당에서 지적받은 삼채 쇠 치는 방법을 연습하느라 손이 아픈 것도 모르고 휴일이 지나갔다. 다행이 오늘 아침에는 많이 가라 앉아 있었다.

 

오전에는 책을 보다가 천재와 함께 아점을 느지막하게 먹고 농원으로 왔다. 부천과 달리 음성에는 약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쉴까 어쩔까 하다가 낫을 들고 논두렁으로 나갔다. 논으로 가는 길에 째짹 소리 요란하고 근사한 새들이 땅으로 꺼지는 듯 하늘로 솟구치는 멋진 쇼를 하고 있었다. 스무 마리 가까이 되는 제비들이 높은 전선 위에서 근사한 꼬리를 처억 치켜올리고 앉아 있었다. 아, 저 녀석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구나. 앉은 자세로 보아 한 마리도 성체 아닌 것이 없으니 강남 갈 준비는 마친 모양이다. 늦가을에 겨울을 준비하느라 알은 체 하지 않는 나를 섭섭하게 바라보며 떠날 것이고, 추운 겨울이 지나 따스해지는 어느 날 꽃이 피고 새가 울 때,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다시 나타날 것이다.

 

논두렁은 정농께서 이미 1/3은 작업을 해 놓으셔서 한결 수월하게 일을 했다. 비까지 가끔씩 내려주니 시원해서 일하기도 좋았다. 걱정스러운 것은 가라앉은 팔이 풀에 닿으니 다시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긴 팔을 입고 팔을 최대한 보호하도록 장갑도 두겹이나 끼고 있지만 낫질을 하다 보면 옷이 당겨 올라가면서 연약한 피부가 풀에 닿아 금방 가려움을 느낀다.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니 가려움증은 없어졌으나 여기저기 울긋불긋 빨간 몽우리가 올라온다.

 

이번 주는 많은 일을 해야 주말에 성묘를 다녀오기가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