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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한 낮 땡볕에서의 노동_140730, 수

어제 오후에 다행이도 벌통을 옮겨 놓은 자리를 다 정리할 수 있었다. 향악당에서 쇠를 치고 왔더니 정농께서 주무시지 않고 계셨다. 두 분이 벌통을 옮겨 놓으시다가 여기저기 쏘이고 8통을 남겨 놓으셨다. 팔순의 나이에 2단으로 쌓아올린 벌통을 들어서 옮길 수 있으시니 대단한 분들이시다. 이미 무리를 하고 계시지만 앞으로라도 무리하시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정농과 함께 열 두시가 다 되어 벌통을 옮겨 놓는데, 성공했다. 불과 열 여섯 통의 벌통을 우리처럼 요란하게 관리하는 양봉가가 있을까 싶다. 목과 팔에 두 방의 벌침을 맞았다. 얼굴이 아닌 곳에 맞은 벌침은 모두 약이다.

 

아침부터 햇볕이 장난이 아니다. 정농께서는 콩밭에 약을 치러 나가셨다. 약을 치는 날에는 혹시 무일이 들을까 싶어서 쉬쉬하신다. 논둑에 심은 쥐눈이콩은 약을 치지 않아도 충분히 열매를 맺는데, 메주콩은 전혀 거두지를 못한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농약은 손을 댈 수 없으니 방청소를 하고 책이나 보면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뜨거운 햇살 아래서 7명의 사람들이 옥수수를 베고 있다. 2천 평 가까이 되는 밭이니 제법 넓다. 금년 들어 가장 뜨거운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하루 종일 일을 한다. 거부할 권리가 있으니 노예가 아닌 것은 틀림없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이런 날씨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은 노예와 다름 없어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후에는 고추밭에 식초액을 뿌린다. 300배로 희석해서 뿌리는 식초액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지난 2년 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로 열심히 뿌려본다. 고추밭에는 탄저병의 기운이 슬슬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