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음악이야기

쇠를 치는 목적이 무엇인가_140822, 금

단장님이 특강을 시작하기 전에 쇠를 배우려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물으셨다. 처음에 향악당을 오게 된 이유는 장구를 메고 설장고 가락을 멋드러지게 치고 싶어서였다. 안성 남사당패의 공연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있는 무대였다. 결혼하기 직전에 처음으로 장구채를 잡기 시작했으니 장구 가락의 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5년이 되어간다. 그 긴 세월 동안 제대로 가락이 나오지 않는 것은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악당에 강습을 받기 위해 갔더니 쇠 반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무작정 들어가 앉아서 쇠를 따라 치기 시작했다. 소리는 잘 나지 않았지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예전부터 쇠를 배우고 싶었으나 장구를 잘 쳐야 쇠도 칠 수 있다고 해서 전혀 쇠를 잡아보지 못했었다. 20년 전 용인 읍내에 살 때 당시 무형문화재라는 분으로부터 쇠를 배우려고 갔는데, 갱게게갱 갱그랑게갱 갱게게갱 갠지갠지갠 어쩌구를 치시더니 따라 치라 하신다. 한 시간이 넘도록 쇠를 들고 소음 속에 앉아 있다가 기가 막혀서 다시는 나가지 않았다. 세상에 저런 교습법이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르친다면 다시는 배우지 않겠다.


수 년이 흘러 부천 복사골 마당에서 다시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쇠소리를 들으니 같이 배우고 싶었으나 장구의 '따그다그 닥닥' 소리가 나지 않고, '설장고'를 배우느라 여유가 없어서 잠깐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년 반만에 강습을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한 가지 얻었던 것은 휘몰이 '궁따궁 궁따궁'을 연습하기 위해 밤늦도록 라면박스를 두드렸고, 원하는 수준 만큼 소리를 만들 수 있었다. '따그다그 닥닥'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렇게 또 몇 년이 속절없이 흘러서 어느 덧 25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장구는 늘지 않고 쇠는 배우지 못했다.


향악당에 장구와 쇠강습이 모두 열려 있는 상황은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지금 해 보자.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다. 장구 가락은 일일이 녹음을 해서 듣고 연습한 결과 한 달 만에 소리를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가락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함께 하는 분들이 장구를 처음 접하신 분들이라 가락 익히기에도 버겁다. 혼자 따로 연습을 하려해도 맛내는 것이 내 기분으로 치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쇠가락을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어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합주시간에는 북을 쳐야 하니 틈틈이 북가락도 연습을 해야 해서 북, 장구, 쇠를 모두 배우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한 번에 배우려고 하는가. 오래 전부터 풍물을 치며 세계 여행을 하는 꿈을 갖고 있었다.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이 어우러지고, 여행을 하면서 여행비도 벌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타악기의 흥겨운 리듬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우리 나라의 타악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북이나 쇠라는 단순한 악기로 우리처럼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문화는 없다고 본다. 이런 훌륭한 문화는 반드시 세계인들과 함께 즐겨야 한다. 


여행이 꼭 돈을 쓰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 벌고 하루 놀면서 여행을 하면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는가. 장구와 쇠의 가락이 잘 어우러지면 길거리 예술가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무거운 장구나 징은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쇠와 장구채를 들고 다니고, 장구는 마트의 라면 박스를 가져다가 두드리면 그만이다. 소리를 좀 키우려면 플라스틱 박스를 사용하면 충분히 큰 소리가 난다. 쇠소리만 잘 조절하여 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쇠 두 개와 박스 두 개면 한 팀이 잘 어우러져 신나게 놀 수 있겠다. 어느 정도 수준은 되어야 기승전결이 갖춰진 한 판 굿을 만들 수 있고 그래야 길거리 공연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풍물 강습도 하고 싶다. 강습비를 받을 수 있으면 더 좋고, 받지 않아도 좋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멋드러지게 한 판 굿을 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아이들은 놀라운 속도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 받아 들이는 모습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 그럴려면 한 판 굿을 마음대로 짜고 지휘할 수 있는 능력, 즉 상쇠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장구도 멀었고 쇠도 멀었지만 5년 정도 열심히 치면 충분히 실력이 된다고 한다. 물론 목표는 1년 내로 논두렁 상쇠를 극복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풍물반 아이들과 함께 공부도 같이 하고 싶다. 놀면서 공부하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