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풀을 매고 부직포를 덮어 정리해야 할 곳은 많다. 창고 짓기도 마무리 하지 못했다. 정농께서 읍내로 교육을 나가시는 관계로 논에 나가서 그동안 사용했던 호스를 걷어 오기로 했다. 지난 해까지 논에 들어가기 위해 물장화를 신는 것이 무척 시간도 걸리고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요령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다들 잘 신고 있는지 궁금하다. 간단하다. 양말의 발가락 쪽 발등 부분과 뒤꿈치 부분에 물을 가볍게 발라주면 된다. 물장화를 신을 때 양말이 물장화의 비닐 속에 걸리면서 발을 옥죄어 매우 힘이 드는데, 물이 윤활작용을 해주어 부드럽게 신을 수 있게 된다. 십분 이상을 끙끙대며 헛심을 쓰다 보면 매우 짜증이 나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1분도 안되어 신는다.
오늘은 논에 물대는 호스를 갈무리하고 씻는 법을 터득했다. 다들 한 번 쓰고 버려 버릴 수도 있으나 우리는 잘 걷어다가 세척을 해서 다시 사용을 한다. 처음 새 것을 사오면 깔끔하게 말려 있어서 부피도 작고 가벼운데, 물과 공기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수거를 하면 부피도 크고 무게도 나가서 매우 번거로운 물건이 되어 버린다. 호스를 수거할 때는 주름 부분을 잘 맞추어서 손과 발로 공기와 물을 제거하면서 천천히 수거를 하는 것이 방법이다. 양발을 교대로 움직여 호스를 잘 밀면서 나가면 물과 공기가 잘 빠져 나가서 새로 산 호스 부피만큼이나 줄어들게 정리할 수 있다. 세척을 하는 방법은 정리한 모양 그대로 바닥에 눕힌 다음 물을 뿌려가면서 한 칸씩 닦아 나간다. 생각보다 시간은 걸리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게 세척이 되어 기분이 좋다.
얼굴과 손을 태우지 않고 적당하게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방법은 모자와 버프와 장갑이다. 일단 자전거 탈 때 사용하는 버프를 귀와 코를 연결하는 선까지 끌어 올려 착용한다. 일할 때 숨쉬기가 약간 힘이 들지만 습관을 들이면 괜찮다. 농사일은 꾸준히 하는 것이지 큰 힘을 써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버프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것 보다 덜 힘이 든다. 그렇지만 많은 농민들이 버프가 답답한 것을 견디지 못하여 얼굴을 새까맣게 태우고 만다. 새까만 얼굴을 선호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갈수록 자외선이 강해지고 있어서 건강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 장갑도 반드시 두 개를 겹쳐서 낀다. 그러면 손톱 밑에 때도 끼지 않고 손도 까맣게 타지 않는다. 진정한 농부는 손이 쇠갈쿠리처럼 거칠다고 한다. 옛날이야 장갑도 흔한 것이 아니어서 그렇게 단련하는 것이 정답이었지만 이제는 세상의 편리한 것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모자는 머리를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한 태양으로부터 일사병을 예방하게 해준다. 다행이 많은 농부들이 모자는 열심히 쓰고 다닌다. 모자와 장갑, 버프를 이용한다면 농부의 몸을 좀 더 소중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물건을 들 때나 농기계 작업을 할 때, 공구를 다룰 때도 반드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위험한 물건의 진행 방향으로 내 몸이나 내 몸의 일부, 다른 사람이나 위험한 물건에 있을 때는 반드시 자세를 바꾸거나 정리를 한 후에 작업을 해야 한다. 얼른 끝내고 쉬거나 다른 일을 하려는 생각은 좋지 않다. 단 한 번의 작업을 하더라도 안전을 먼저 고려해서 천천히 작업해야 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 줄만 끝내면 일이 끝나니 다 하고 난 뒤에 쉬자고 하면 안된다. 몸이 지치면 정신 집중도 되지 않고 다치기도 쉽다. 일을 다 끝내고 휴식을 취할 때도 너무 지치게 되면 상쾌한 느낌이 들지 않고 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 진다. 휴식은 반박자 먼저 시작하고 작업은 반박자 늦게 시작하여야 한다.
무경운 무비닐 무비료의 자연농법을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아직도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순서는 무비료와 무비닐을 시험해 보는 것이다. 무비료는 인분퇴비와 지렁이 분변토를 생산해서 대체하고, 비닐은 부직포를 이용해 이랑과 두둑을 모두 멀칭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생태 화장실을 지어야 퇴비와 분변토를 생산할 공간이 만들어지는데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왕겨가 포대에서 썩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올해처럼 우렁이들이 논일을 잘 도와주면 내년에는 꼭 생태화장실과 분변토 생산시설을 짓도록 해야겠다. 버려지는 살뜨물이 너무 아까워서 더욱 그렇다. 부직포로 비닐을 대체하는 방법은 많은 연구가 필요한데, 밭에 대한 관리권이 없는 머슴인지라 쉽게 적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사는이야기 > 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비님이 오신다_140723, 수 (0) | 2014.07.23 |
---|---|
여전히 논은 우렁이에게 맡긴다_140716, 수 (0) | 2014.07.16 |
비가 내리니 시원해서 일하기 좋다_140709, 수 (0) | 2014.07.09 |
가족은 옆에만 있어도 힘이 된다_140705, 토 (0) | 2014.07.09 |
땡볕이다_140704, 금 (0) | 2014.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