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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가족은 옆에만 있어도 힘이 된다_140705, 토

천재는 방학을 하고 우주신도 시험이 끝나서 오랜 만에 무일농원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음성과 부천에서 각각 출발하여 수원 영통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전철과 시외버스로 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들어서 내가 마중을 나가기 적당한 곳이 어디일까를 고민하다가 정한 곳이 영통이다. 마침 그곳에 마트도 있어서 장을 보면서 기다릴 수 있어 좋았다. 그래도 농원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리지만 모두들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올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 시간은 뼈감자탕을 중심으로 시끌벅적 식사를 마치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일을 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들을 푹 잘 자는 바람에 5시 반이 되어서야 일어나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일을 나갔다. 그나마 우주신은 시험이 끝난 학생이라고 피곤하다며 늦잠을 자고 집안 청소를 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져서 다섯 식구만 일을 나갔다. 그리미와 수천께서는 쏟아진 우박으로 망가진 밭을 점령해 버린 풀을 정리하기로 했고, 정농을 중심으로 천재와 나는 하우스 창고를 짓는 일에 투입이 되었다. 정농께서 하우스 골조를 손 보시는 사이에 우리는 창고 부지에 자리한 4년생 은행나무를 캐어 마당 한 켠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뿌리가 제법 많고 오로지 삽으로만 작업을 하다 보니 일이 너무 힘이 들었다. 집에 굴삭기 한 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들게 캐는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흙은 다 떨어지고 맨뿌리만 남은 은행나무가 걱정이 된다. 충분하게 물을 주고 옮겨 심기는 했지만 제대로 클 수 있을까.

 

창고 부지에 잔뜩 자란 풀을 낫으로 베자니 여간 힘이 드는 일이 아니다. 할 수 없이 예초기를 돌려서 풀을 제거하고 났더니 훨씬 작업하기가 수월하다. 역시 기계는 위대하다. 작은 면적이라고 우습게 보고 수작업을 하려다가 괜한 고생을 했다. 풀을 베고 나서는 부지 평탄 작업을 했다. 둘이 힘을 합쳐 한 삽씩 한 삽씩 작업을 해 나갔다. 힘이 없고 삽질이 서툴기는 무일도 마찬가지지만 그동안의 경력이 있고, 아들이 옆에서 삽질을 함께 해 주는 것이 기뻐서 힘이 덜 들게 일할 수 있었다. 역시 귀농은 직계 비속이 어렸을 때 결행을 했어야 하는데, 돈과 권력에 맛을 들이다 보니 쉽게 털고 내려오지 못한 것이 아쉬운 일이다. 물론 그랬기 때문에 빵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고, 이만한 정착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십 평 남짓 풀밭에서 답이 잘 보이지 않는 삽질을 하다 보니 땀은 흐르고 특별히 일의 진척이 보이지를 않는다. 그래도 두 시간 가까이 하고 났더니 훨씬 땅 모양의 균형이 잡힌다. 이제 하우스 골조만 잘 세워서 비닐을 씌우고 창고 물품들을 옮기면 일은 끝난다. 아마도 두 주일은 더 걸릴 것이다. 천재에게 할아버지 일을 도와 드리라 하고 나는 꽹가리를 들고 밭으로 나갔다. 마침 아침 일찍 출발한 동생네 부부까지 함께 밭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늘은 없지만 구름이 제법 끼어 있어서 해가 나지 않으니 일 하기도 꽹가리 치기도 좋은 날씨다. 일 하는 흥을 돋워 주려고 신나는 가락들을 신명나게 - 듣는 사람들은 시끄럽게 - 치고 나서 감곡으로 나갔다. 그동안 열심히 배운 춤과 율동으로 경로당의 노인들을 즐겁게 해 드리고 돌아 왔더니 밭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가족들은우박 피해를 이겨내고 거둔 고추와 상추와 자소엽으로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수천께서는 동네 사람들에게 우리밭 풀 다 맨 것을 자랑하고 싶다 하신다.  함께 할 가족들이 많다는 것은 참 신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