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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일이 참 허탈하기도 하다_140521, 수

어제 정미한 쌀을 꽁꽁 묶어서 콘테이너 창고에 넣어 두었다. 정농이 하시는 것처럼 꼼꼼하고 튼튼하게 묶지 않았는데도 손이 아프다. 정농께서는 물꼬에 칠 철망 작업을 하셨다. 물을 빼거나 장마가 왔을 때 우렁이가 떠내려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수천께서는 참깨 모종을 심고 계셨다. 쌀 정리 작업을 마치고 정농과 함께 논으로 갔다. 철망을 설치하시는 동안 논가에 있는 풀을 매면서 논바닥을 살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우렁이들은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고 한 마디도 안되는 풀이 계속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주 초부터는 논 김매기를 하자고 말씀 드렸더니 그렇게 빨리 들어가면 논 맬 것도 없다고 하신다. 작년에는 20일에 모를 심고 6월 초가 되자 벌써 풀들이 온 논을 파랗게 덮어서 정신없이 풀을 매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집 짓기를 끝내느라 제대로 논을 돌보지 않아서 김매기 시작이 늦었던 것이다. 결국 중경제초기를 구입해서 논을 뒤집고도 거의 백일 동안 논에 붙어 살아야 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리미와 점심 시간을 이용해 통화를 했다. 귀농이나 귀촌을 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너무 애를 쓰는 것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귀농인들이 너도 나도 돈벌이에 나서면 기존 농부들이 그나마 차지했던 소득의 일부를 뺏어오는 것이다. 농촌의 부가 늘어나서 그것을 나눠 가진다면 좋겠지만 절대 수익은 전혀 늘어나지 않으면서 수익만 나눠 가져야 한다면 농업 소득으로만 생활해야 하는 많은 농부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귀농인들은 깨끗한 농사, 땅과 자연을 살리는 농사에 집중하여 환경에 기여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할 것이다.


점심을 먹고 일을 하기로 했으나 수천께서 오늘은 그냥 쉬자고 하신다. 지난 두 달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반나절 쉬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 우렁이 종패 비용도 지불하고 전기 온수기 가격도 입금했다. 그동안 정리하지 못한 농사 일기도 정리했다. 저녁에는 향악단에 가서 장구를 치며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