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이앙기야 도와 줘_140512, 월

내내 마음이 불안하다. 일단 농기계임대센터에서 더블캡에 이앙기가 위험하게 실린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마음이는 15년도 더 된 모델이라 화물칸이 더 작다면 아예 싣지 못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장댁 화물차를 빌려갈까 말까를 계속 고민하다가 안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번거롭지만 다시 돌아오거나 기술센터의 화물차를 빌리는 방법도 고민하기로 했다.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아침부터 여러 농부들이 트랙터를 빌리러 왔다. 우리는 금영벼라는 조생종 벼를 심기 때문에 다른 농가들보다 모내기가 빠른 편이다. 이렇게 빠른 벼를 심는 이유는 자연건조를 하기 위해서다. 10월이 지나가면 해가 짧아지고 겨울비도 제법 내려서 벼 말리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날이 좋은 시월에 추수와 건조까지 다 끝내기 위해 조생종을 심는 것이다.


빌려 갈 이앙기는 비닐도 채 제거되지 않은 새 이앙기다. 어제 다른 농가가 빌려가서 작업했던 이앙기가 파손되는 바람에 새 이앙기가 들어왔다고 한다. 교육장에서 보았던 이앙기와는 다른 기종이다. 이것저것 만지면서 조작법을 다시 배우는데 정신이 없다. 가장 중요한 모심는 양, 깊이와 간격 맞추는 것을 다시 한 번 점검하였다. 천천히 작업을 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마음이의 화물칸이 좁아서 걱정했는데, 간신히 뒷바퀴가 화물칸에 걸쳐져 있어 뒷문을 살짝 열고 밧줄로 단단히 동여 맸더니 큰 문제는 안되어 보인다. 비상등을 켜고 40키로의 저속으로 농장까지 조심조심 왔다. 온몸이 긴장되었으나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 화물칸에서 내리는 것이 문제다. 경운기를 트럭에서 내리다 뒤집어 버린 기억 때문에 너무 두려웠다. 정농께서 기술고문으로 산속에서 미스터 김을 모셔왔다. 미스터 김이 사다리를 화물칸에 약간 깊이 밀어넣고 이앙기에 시동을 건다. 걸리지 않는다. 어라, 왜 그러지.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엑셀 옆의 작은 페달이 브레이크 구실을 하니까 그것을 꽉 밟고 시동을 걸어 보라고 한다. 잘 걸린다. 아까 설명을 할 때는 악셀을 밟으면 움직이고 떼면 멈추게 되어 있어서 브레이크가 필요없다고 하더니. 흠, 이래서 실전이 중요하다. 먼저 미스터김이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타고 기계를 땅위에 내려 놓았다. 걱정한 것 보다는 된다. 내가 다시 이앙기를 트럭에 올리고 내리는 연습을 한다. 긴장이 되어 악셀을 제대로 밟을 수가 없었으나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데 성공했다.


다음 단계는 모를 심는 과정이다. 메벼 논으로 들어가서 모판에서 모를 떼어 기계에 옮겨 싣고 입구를 지나서 평평한 곳부터 심어나가기로 했다. 모든 조정은 무일이 직접하고 심어 보았다. 모의 양이 너무 많다고 해서 수량을 줄였고, 모심는 깊이도 조금 낮추라는 정농의 지시대로 조정했다. 그러고 났더니 비로소 원만하게 모가 심겨지기 시작한다. 최대한 천천히 가면서 줄을 똑바로 맞추려고 노력했다. 논 흙이 미끄러워서인지 조금만 조정이 안되어도 금방 줄이 틀어지고, 틀어진 줄은 쉽게 바로 잡히지 않는다. 처음에는 중앙의 가이드를 따라 갔는데 도저히 가늠이 안되어서 좌우측에 있는 가이드를 활용했다. 고개가 빠질 듯이 아프고 멀미가 난다. 이장님이 심었다면 반나절도 걸리지 않을 일을 꼬박 두 배의 시간이 걸리고 있다.


재미 있는 일은 논에 담긴 물이 바람에 일렁이면 파도를 일으키고 그 물을 바라보며 이앙 작업을 하고 있는 나는 금방이라도 물에 빠져 버릴 것만 같고 눈이 어지러워서 멀미가 난다. 논에서 눈을 잠시라도 떼면 금방 줄이 흐뜨러져 버린다. 그 줄을 다시 잡으려면 한참을 더 집중해야 한다. 작업의 전체 그림이 머리 속에 들어있지 않으니 이리저리 우왕좌왕하게 된다. 어떻게 하든 줄을 맞추는데 집중을 하고, 모를 심는 양과 깊이를 맞추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모를 심으면서 수시로 확인을 하고 빠진 모가 없도록 노력을 했다. 그 긴 시간 동안을 참을성 있게 지켜봐 준 기술고문 미스터 김에게 감사를 드린다.


오후 5시가 되어서 작업이 끝났다. 찰벼 논은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간신히 모심기를 끝낼 수 있었다. 더 큰 실수가 있었다면 모도 부족할 뻔했다. 뜬모를 떼울 약간의 모를 남기는데는 성공했으니 다행이다. 이앙기를 꺼내서 물로 씻어냈다. 정농께서 함께 씻어 주시니 일이 한결 수월하다. 두 분이 없는 상태에서 홀로 귀농했다면 과연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 아이고, 그냥 돈으로 떼웠을 가능성이 높다. 농사일은 모든 것이 생소하여 두렵다. 기계들을 쓰는 일은 위험하기까지 해서 더욱 힘이 들다.


막걸리 잔 부딪히며 첫 모내기의 성공을 축하해 주셨다. 두 분의 격려와 멀리 있는 가족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그리미는 모내기 한 논 사진을 보내 주었더니 스마트폰의 바탕화면으로 올려 놓았다고 한다. 참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