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우렁이 농법이 정말 되나요_140417, 목

집 앞 논에서 마른 로타리를 치고 있는 김사장에게 수천께서 커피 한 잔을 대접했더니 느닷없이 트랙터 운전을 가르쳐 주겠다고 해서 한 삼십분을 기계에 타고 빙빙 돌았다. 마음이 고맙고 용어나 기계들을 다시 한 번 익히게 되어 좋았다. 그런데, 실수. 오후에 빌려서 우리논을 로터리 쳐보겠다고 한 것이 잘못이었다. 농업대학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우리 논을 전부 갈아 놓아 버렸다. 기다리다 오지 않아서 그냥 일을 했다 하신다. 음. 게다가 일을 끝내고 돌아오다가 전봇대와 연결된 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보조선이 끊어지고 우리 전봇대가 약간 기울었다고 한다. 정농께서 한전에 신고를 해 두었는데 어떻게 처리될 지 알 수 없다.


논일이 드디어 시작된다. 남들은 쉽다고 하는 논일이 우리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다. 면적이 크니 그런 모양이다. 첫번째 과제는 논둑을 무너지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다. 두 바퀴를 돌며 의논을 했는데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농사용 굴삭기를 빌려서 다지는 작업을 하려고 해도 작업 효율이 나지 않을 것이고, 남에게 일을 맡기자니 45만원의 비용이 든다. 그 돈을 들이고 논둑이 튼튼하면 괜찮은데, 무너지니 답답한 노릇이다. 정농의 해결책은 말뚝을 박아서 철판을 대고 부직포를 덮자는 것이다. 무려 40여개의 말뚝을 박아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두 번째 과제는 비료 뿌리는 일. 예년 같으면 이장과 함께 일을 해서 우리논 7마지기를 뿌려 주는 대신에 이장네 논 70마지기의 일을 해 주어야 한다. 허 참. 쓰다달다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일 비가 내리지 않아 경운기를 이용해 뿌리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다. 논둑은 다음 주부터 매일 꾸준히 박아나가면 될 것이다. 경운기 손잡이에 받힌 갈비뼈가 나아야 힘을 쓸 수 있을텐데 걱정이다. 두 분은 아직 모르신다.


세 번째 과제는 써레질을 잘 해서 논의 수평을 잡아내는 일이다. 우렁이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물을 깊이 댈 수 있도록 작업을 해야 하는데, 처음 하는 일이라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최선을 다하고, 잘 되지 않을 것이므로 결과에 연연해 하지 말고 작업을 해야 한다. 


네 번째 과제는 모를 잘 키워서 제대로 이앙을 하는 것이다. 이앙을 잘 해야 김매기를 다소 수월하게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처음으로 이앙기로 모를 심는 것이니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꼭 해내야 하는 일이니 역시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즐겁게 일을 하도록 하자.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농업대학의 강의는 제초에 관한 것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농촌진흥청의 강사에게 문의했다. 우렁이 농법이 정말 되느냐고. 정말 된단다. 혹시 초기 제초제를 뿌려서 풀을 제거하고 넣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할 경우 유기 인증이 취소된다고 한다. 어린 우렁이인 치패를 구입하고 논의 수평을 잘 잡고 물을 깊이 대는 것이 핵심이며, 유박퇴비를 너무 많이 뿌려도 가스가 발생해 우렁이가 패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음, 되기는 하는데, 결국 농민의 책임이 된다는 이야기다. 음,,,,


농협에 가서 친환경 부직포를 21만원 주고 1미터 3개, 0.7미터 1개를 구입해 왔다. 나중에 9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하니 기다려야겠다. 향악단 단장님이 북 치는 법에 대한 특강을 하신다 하니 또 출근한다. 그래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