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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또 관리기와 씨름하다_140414, 월

주 5일 근무라 일하는 날도 빨리 지나가지만 노는 날도 정신없이 지나간다. 출근 시간대를 피해 10시가 되어 느긋하게 무일농원으로 출근했다.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작업을 하러 나가는데 정농께서 몹시 힘들어 하신다. 지난 토요일에 하루 종일 관리기를 가지고 두둑을 만들어 보시느라 지치셔서 몸살 일보직전까지 가셨다고 한다. 일요일에 동생이 내려와서 진천의 보탑사로 꽃놀이도 다녀 오시고 오리고기로 몸보신도 하셨다니 그나마 쉬신 것이다. 그래도 뜻대로 작동되지 않는 관리기는 역시 우리를 힘들게 한다.


토요일의 고생은 오늘의 작업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었다. 작업기 내부의 날을 정확하게 달지 못해서 두 번이나 떼어내고 작업을 해야 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진전은 있었다. 고작 50미터의 이랑을 만들었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의 작품이 나온 것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두 시간 정도의 작업으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수확이다. 벌써 일주일째 관리기와 씨름을 하고 있다. 


좋다. 또 해 보자. 이번에는 둑 형성기를 떼어내고 비닐 피복기를 달기로 했다. 내일 작업을 마치려면 오늘 어느 정도 작업을 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분리는 쉽게 했는데, 오랜 만에 피복 작업기를 달려고 하니 부품도 없고 조립도 어떻게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다시 교과서를 들고 이리저리 들여다 보며 하나하나 조립을 해 나갔다. 이런 과정은 어찌 생각하면 거대한 기계 장난감 놀이다. 잘 조립이 되어 작업만 무난하게 이루어지면 어른들의 레고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일을 하며 놀 수 있는 것이 농사이니 당연한 것인데, 작업 품질이 나오지 않으니 노는 것도 힘들어져 버린다. 무사히 조립을 마치고, 내일은 작업이 더 잘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


향악단에 가서 북을 치는데, 왼손으로 치다 보니 박자와 감각을 따라가지 못한다. 교육받기가 무섭다. 순전히 무상으로 가르쳐 주시니 그래도 고맙게 배워야 할 것이다. 학생의 마음을 읽으며 가르쳐야 하니 교육자는 어렵다. 50여 명이 두드려대는 사물소리가 온 몸을 때린다. 인구 십만의 음성하고도 저 먼 산골짝이에 이런 대규모 농악단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대단한 열정들을 느낄 수 있다. 슬쩍 흘리는 땀방울도 시원하다. 음, 어서 숙달이 되어 후배들에게 따뜻한 사물놀이 교육자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