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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인증은 받고 싶으나 기대할 것이 없네요_140409, 수

올해 군으로부터 보조를 받는 것은 친환경 피복재와 우렁이 종패다. 각각 95천원씩 총 19만원을 보조받기 위해 5장의 서류를 들고 동분서주해야 한다. 그래도 지난 10년 동안 오직 내 돈만으로 이런 것들을 구매하다가 절반을 보조해 주겠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다. 친환경 피복재는 논둑이나 밭둑에 깔아 풀이 나는 것을 예방하는 부직포이고, 우렁이 종패는 논에 넣어 잡초를 제거하게 하는 생물 제초제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농사계획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무농약 또는 유기농 전환 계획서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 확인해 보았더니 우리와 같은 소농의 경우 인증비용이 첫 해 80만원, 둘째해부터 20만원이 들기 때문에 잘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주변에 온통 관행농의 논과 밭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인증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인증은 받고 싶으나 헛돈 쓰는 격이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 다행이 농업기술센터에서 시비처방을 위한 토양검사와 무농약 검사는 무상으로 해 준다고 하니 인증은 아니더라도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서류 준비를 마치고 읍내로 나가서 태양광 설치를 위해 자부담금 640만원을 입금하려고 했더니 그동안 카드로 고액의 자금이체가 없어서 한도가 30만원으로 축소되었다고 한다. 다행이 인터넷 뱅킹은 설정한 이체 한도가 유지되어 무사히 입금을 할 수 있었다. 읍사무소에 나가서 친환경 피복재와 우렁이 종패 지원금 신청서도 제출하였다. 농협에 가서 보조금이 입금될 통장도 개설하였다. 농협을 통해 대포 통장이 많이 발행되고, 비자금도 거래되고 있어 신규 통장을 개설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읍사무소 앞의 분소에서는 잔액증명도 발급받을 수 없다고 한다.

농협 농기계수리센터에 가서 관리기 바퀴의 튜브 터진 것을 교환했다. 직접 하려고 했는데, 소장님이 나서서 해 주셔서 고마웠다. 튜브값 1만원을 드리고 관리기 상태에 대해서 문의를 했다. 점화플러그에 시커먼 매연이 끼어 있어서 뽑아내고 사포로 갈아내면서 엔진 속을 들여다 보았더니 내부도 몹시 시커먼데 청소가 필요한 지를 물었다. 소장님은 점화플러그만 청소하면 되고, 안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내부는 언제나
시커멓게 그을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고장의 원인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




오후에는 엉성하게 만들어진 이랑에 비닐 덮는 작업을 했다. 작년에 비닐을 덮지 말고 손으로 제초를 해 보자고 했다가 엄청나게 고생을 하는 바람에 올해는 비닐을 덮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불과 사백평인데도 풀을 제거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게다가 논 1,400평도 전부 기는농법으로 세 차례 김을 맸으니 그 고생은 글로 다 담을 수가 없다. 관리기를 쓰지 못하고 맨손으로 하다보니 불과 네 이랑을 덮는 것으로 오후 일이 끝나 버렸다.

향악단에 가서 신나게 장구를 두드렸다. 연습한 가락들은 제법 자연스럽게 잘 따라할 수 있었다. 쉬운 가락인데도 팔이 엉뚱하게 돌아가서 제대로 따라 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화요일의 쇠 기초반에는 참여할 수 없어서 기본 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장구 치는 틈틈이 쇠 연습도 해야겠다. 새벽 한 시까지 열심히 연습을 해야 했다. 외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도 열심히 외워 보려고 한다. 뭔가 남아 있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