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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관리기야 너 왜 이러니_140408, 화

아침부터 관리기에 매달려 이랑 만드는 기계를 손보았다. 둑의 넓이와 높이를 적절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자로 재어서 적당한 크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밭에 나가서 이랑을 만들어 보니 너무 크고넓었다. 다시 크기를 조절하고 났더니 이번에는 높이를 조절하는 막대 나사가 풀렸다. 아무리 힘있게 조여놓아도 엔진과 땅의 힘을 받으면 맥없이 풀려버린다. 부러져 버리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맞출 것 맞춰서 간신히 기계를 작동하는데 성공했다. 두 시간이 흘렀다. 자동차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기계인지를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관리기가 자꾸 옆으로 쓰러지면서 무리한 힘을 쓰게 하고, 똑바른 이랑을 만들 수가 없다. 오전 내내 불과 20미터의 고랑 하나를 만드느라 정농과 무일은 진이 빠져 버렸다. 몹시 실망하고 괴로워 하는 무일에 비해 정농은 굳건하셨다. 다시 관리기의 사용설명서를 꺼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점검하고 계신다.


점심을 먹고 정농께서는 쌍봉초등학교 도서관으로 출근하셨다. 무일은 무거운 몸과 생기빠진 영혼을 간신히 일으켜 세워 밭으로 나갔다. 기어이 윗밭의 이랑을 완성하고야 말겠다. 다짐은 했으나 다짐일 뿐이다. 관리기 바퀴는 헛돌고, 몸체는 쓰러지고, 이랑은 뱀꼬리가 되어 눈앞을 어지럽히고 있다. 한 개의 이랑을 두 번 세 번 네 번 작업을 해도 원하는 품질은 나오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각종 나사들도 빠져 돌아다니고, 높이 조절 막대도 제멋대로 오르내리고, 기름도 간당간당 떨어지려 한다. 그 모든 것들을 모두 손을 보면서 작업을 한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해가 뉘엿뉘였 기울어 가고 새참을 챙겨오신 수천의 눈가에 안스러움이 가득하다. 속으로 결심을 하신 모양이다. 아랫밭은 이장에게 부탁하여 트랙터로 이랑을 만들어 놓으리라. 무일도 트랙터를 하루 빌려서 이랑 작업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계를 하루 쓰기에는 밭이 너무 작아서 임대비용이 아까웠기 때문에 경운기와 관리기를 이용해 작업을 한 것이다. 두 기계를 매입하는데 무려 250만원이 들었다. 과연 지난 십년 동안 매입 비용을 뽑아냈는지 의문이 든다.





하루 종일 걸려서 윗밭의 이랑 만들기를 끝냈다. 일한 결과가 좋으면 힘든 것이 보람이 되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기운이 빠져 버린다. '기타'에서는 말한다. 열매를 생각하지 말고 그저 행위에 집중하라고. 수양이 필요하다. 석양빛을 받으며 밭둑에 걸터 앉아 한숨을 쉬고 있다. 봄 한파에 얼어버린 꽃들과 같은 신세라.


저녁을 먹고 감곡면사무소에 가서 레크리에이션과 웃음치료사 교육을 받는다. 강사를 포함해 25명의 수강생 전원이 여사님들이다. 음, 어쩐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싶으면 먼저 변하라고 한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한다. 그래, 이런 소리 들으며 함께 웃기만 해도 힘든 노동에 위로가 될 것이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비용이 25만원이라고 한다. 12주 동안 36시간을 공부하면 무려 3개의 자격증을 준다고 한다. 교육을 받으면서 천천히 결론을 내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