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볍씨 소독, 살균제 냄새 참 고약하다_140402, 수

어제 빌려온 굴삭기로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창고터 정리 작업을 했다. 이제 겨우 10시간 정도를 운전해 보았으니 몸에 착 붙는 느낌으로 작업을 할 수는 없었다. 하루 임대료가 8만원이고 기름값이 이만원 정도라고 보면 하루에 십만원의 경비가 들어가는 일이다. 막상 창고터를 정리는 해 놓았으나 평탄작업이나 주변 정리작업이 거의 되지 않았다.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아쉬운 마음으로 마음이에 옮겨 싣는데, 굴삭기가 뒤집어질까봐 겁이 나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제 내리고 오늘 실으면서 트럭에 싣는 방법은 이제 알겠으나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잊어버리기 전에 몇 번 더 해 보아야 할 텐데. 


굴삭기를 반납하고 돌아와서 볍씨를 담금기로 했다. 60도로 온도를 높여 소독을 한다는 열탕 소독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기계화영농사 동기들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삼성의 진선생은 신청을 해 놓았는데 자부담이 처음에 이야기한 2,30만원이 아니라 150만원 정도라고 해서 시정이 될 때까지는 들여놓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대소의 허선생은 한 번도 써 보지 않았다고 한다.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했더니 임대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해 유난히 키다리 병이 번성하여 앞으로 철저하게 종자 소독을 실시하지 않으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나 작년의 경험 때문에라도 약제 소독을 하기로 했다. 말이 좋아 약제이지 살균 농약이다. 금년에 농협에서 배정한 약은 '호리쿠어'라는 제품으로 물 20리터에 5ml를 사용한다고 하니 4천 대 1의 비율로 섞는 것이다. 사람의 몸에 세균이 있어서 빨간약을 바르는 소독을 하듯이 종자에 세균이 있다고 하니 소독을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런 당연한 마음이 결국 농약에 의존하는 농업이 되는 길일 것이다.


물 40리터를 받아서 호리쿠어 두 병을 섞었더니 희뿌옇게 변하면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소독약 냄새 보다 더 독하다. 지난 십 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도 볍씨 소독은 목초액을 섞은 물이나 물을 60도로 덮혀서 소독을 하셨다고 한다. 목초액은 소독효과가 없었고, 온수 소독은 발아가 되지 않아 모두 실패하셨다고 한다. 작년에 처음으로 약제를 이용한 소독을 하셨다는데, 규정 이하의 용량과 냉수를 사용해서 소독을 했더니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올해는 사용량 규제는 지켜 보기로 했다. 그런데, 물의 온도가 30도가 되지 않으면 약제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한다. 가열기를 물에 넣어서 적정 온도를 맞춰 가기로 했다.


책자에 의하면 볍씨만 소독을 해서도 키다리병이 완전하게 잡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못자리에도 두 차례에 걸쳐서 농약을 뿌려야 한다고 한다. 올해는 일단 종자 소독만 하고 모판 소독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모판이 자라면서 키다리 모가 많이 생성되면 다시 또 농약병을 만지며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종자 소독 이외의 다른 농약은 일체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니 올해도 그 결심을 꼭 지키도록 하자. 파종 후 3일 이내에 목초액이라도 뿌려서 씨앗들이 조금이라도 병을 이기도록 도와주어야겠다. 내년이나 후년 쯤에는 열탕 소독기가 보급되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종자 소독을 할 수 있다고 좋겠다. 


매화나무의 어린 가지를 묶어 주었다. 너무 높이 뻗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인데 수시로 점검해서 나무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지 않는지 살펴야겠다. 그렇게 살필 시간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감나무 세 그루는 지난 겨울에 모두 말라 죽어 버린 것 같았다. 가을 하늘에 주렁주렁 열려 있는 감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가 없어서 계속해서 감나무를 사다 심지만 매번 겨울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죽어 버린다. 이제는 접어야겠다. 매화나무가 잘 된다면 매화 나무라도 여러 그루 심는 것으로 하고, 내한성이 강한 감나무 묘목을 구해 보아야겠다.

 

오후에는 감자와 완두콩밭에 부직포를 씌우는 작업을 홀로 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슬슬 여유있게 걸어다니며 부직포를 깔았는데도 일의 진도가 눈에 띈다. 부직포 깔고 핀으로 고정하면 일이 끝나는 단순한 일인데다가 부직포의 폭이 1.2 미터나 되니 금방 일이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도 올 한 해 풀을 매는 일에서 한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더 없이 즐겁다. 자연농업을 하려면 풀을 잘 키워서 씨가 맺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 주어야 하는데, 전쟁을 하듯이 다 잘라 없애려 하다 보니 일도 많고 힘들었다. 풀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부직포 밑에서 그냥 편히 쉬기를 바랄 뿐이다.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농약을 만진 날은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부직포 덮기로 기분을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