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읽었는데 정리를 못해서 >
전자책은 매우 유용한 매체인데, 도서관에서는 아직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 무료로 전자책을 보여주는 많은 사이트들이 있는데, 진짜로 읽고 싶은 책들은 기껏해야 50쪽 정도만 제공된다. 그리하여 먼 걸음으로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2년을 보내고 나니 부천시립도서관의 사이트에 전자책이 제공되고 있었다. 정글만리를 비롯한 읽고 싶은 신간은 아직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저작권 보호에 아직도 어려움이 있는 모양이다.
첫번째로 빌린 책은 여행과 돈벌기를 융합한 영국인에 관한 이야기다. 엄청난 감동을 주지는 않았지만 그의 무모한 도전에 고개가 숙여지고 과감한 투자에도 두 손 들고 말았다. 그가 실행한 십 분의 일도 실행하지 못할 것이다. 좀 이상한 면도 있다. 하루에 백만원을 넘게 벌던 사람이 살던 집이 고작 5천만원이라니 믿겨지지가 않는다.
"코너 우드먼(Corner Woodman) 하루에 백만원 넘는 고액연봉자였지만 (중략) 살던 집을 처분하여 2만 5천 파운드(약 5천만원)를 마련하고, 아프리카 수단을 시작으로 6개월 동안 4대륙 15개국을 누비며 물건을 사고파는 세계일주에 나선다." (저자 소개 중)
저자가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명확했으나 여행을 떠난 이유는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에게는 화두인 것이 나에게는 그러지 못할 뿐이리라. 어느 날 갑자기 사표 한 장 던지고 회사를 떠났는데, 이렇게 쉽게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어떻게 한 마디로 정리를 하지.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이제 그만 좀 미안하고 싶다.
"2004년 여름, 서른 살 독신이었던 나는 (중략) 꿈에 그리는 연봉을 받으며 (중략) 유리제조업체의 구조조정을 맡고 있었다. (중략, 상사는) 직원 400명을 해고하는 임무를 맡겼다. (중략) 나는 이러려고 경제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고. 이 일을 그만두어야겠어. 오늘 당장!
(중략) 나를 속박하던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무작정 네팔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전통시장을 이해하면 직장에서 맞닥뜨린 위기에도 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중략)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협상과 거래를 해보면 경제와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 서문 중)
"관객들 발치에 카펫을 하나둘 선보일 때마다 라시드는 우선 카펫을 생산한 지역의 기원을 맛깔스럽게 설명한 다음, 각 카펫의 나이와 숨어 있는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중략, 라시드의 제안은) 점포를 사용해도 좋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안에 카펫을 팔 수 있다면 번 돈을 모두 가져가도 좋다. 단, 팔지 못할 경우 카펫을 가게에 놓고 떠나라는 것이었다.
(중략, 카펫을 사러 사막으로 가서 만난) 베르베르 남자는 거래를 할 때 아내의 의견을 구하는 법이 없다.
(중략) 자신이 파는 물건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보유효과(자신이 보유한 자산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상실하게 될 때 더 큰 보상을 요구하는 현상)를 경계해야만 한다." (모로코에서)
카펫이든 낙타든 장사를 통해 이익을 남기려면 반드시 위치 이동을 해야 한다.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사는 시장과 파는 시장을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파는 시장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모르는데다가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면 훌륭한 상인이 될 수 없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일단 농업에 발을 디딘 이상 잉여생산물은 처분되어야 한다. 즉 팔아야 한다. 마음대로 가격을 매겨서 넘길 수 있을까.
"수단의 낙타거래는 서양 금융권의 신용 위기와 비슷한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중략) 낙타를 시장으로 가져가 다른 사람에게 판다. (중략) 그 사람에게 낙타 값을 바로 받는게 아니다. 그 사람은 또 다른 시장에 가서 다른 누군가에게 판다. 그렇게 돈 없이 사고팔면서 거래가 이어지다가 마지막 사람이 이집트의 큰 시장에서 낙타를 팔면 드디어 돈을 받게 된다. (중략) 그러다보니 돈을 영영 못받게 되는 일도 적잖이 생긴다.
(중략) 낙타 1000마리에 둘러싸인 가운데 단 한 마리도 내 소유로 만들지 못한 기가 막힌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중략) 어제 예약해 두었던 트럭이 도착했다. (중략, 트럭을 사흘 빌리는데 250달러에 계약을 했지만, 낙타를 사지 못해서 50불만 지불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트럭 기사는) 150 주쇼." (수단에서)
거래는 재미있다. 성사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지만 가격 협상은 재미있는 작업이다. 전제는 가격 협상의 대상인 물건이 정말 원하는 품질의 것이어야 한다. 이 전제를 만족시키기가 쉽지는 않다. 저자는 아낌없이 전문가를 이용할 줄 안다. 어차피 전문가에게 들어갈 비용도 되팔 때 비용으로 계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험부담을 없애기 위한 과감한 투자다.
코끼리를 죽이지 않으려는 환경보호론자들의 생각은 칠리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의해서 훌륭하게 목적을 달성한다. 게다가 부수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참 부러운 일이다.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으려는 농민들을 위한 연구가 끊임없이 계속되지만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헛 힘만 쓰다가 끝나버리는 것이 유기농에 대한 꿈일 수도 있으리라. 쌀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려면 4만평은 지어야 하고, 밭농사나 과수농사도 1만평은 해야 생계가 유지된다고 한다. 대규모의 농사를 어떻게 완전 유기농으로 지을 수 있을까.
"킬로그램당 4달러에 1.8톤이면 7,200달러네요. 뒤가 지저분하네. 딱 떨어지는 숫자를 좋아하신다니 깔끔하게 7천달러 어때요?
(중략, 커피를 만족스럽게 구입하고 난 후) 코끼리는 점막이 유난히 예민해서 칠리열매만 마주쳤다 하면 바로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고 한다. (중략, 농지주변에 칠리나무를 심으면 농부에게 총을 맞아 죽는 코끼리를 보호할 수 있다. 게다가) 칠리열매를 거두어서 칠리소스를 만들면 (중략) 이건 소통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예요. 여기에 지속가능한 상업이 연계된 것이죠." (잠비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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