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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태국·앙코르와트여행

태국여행_환전도 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_140102, 수

신년모임을 할까 울진 동해안 여행을 할까 고민하다가 의논 카톡을 보냈더니 신년모임을 하자고 한다. 오후 3시에 은평 뉴타운에 모여 가볍게 산책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두 세 시간이 남았으니 열흘 앞으로 다가온 여행 계획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역시 여행은 계획이다. 한 번도 계획이 제대로 세워진 적도 없고, 계획대로 진행되지도 못했지만 수없이 많은 계획을 세우면서 여행을 맞이하는 기분은 두렵고도 짜릿하다.


방학을 맞은 그리미와 함께 환전을 하러 국민은행을 갔다. 바트화와 달러를 바꾸기로 하고 2만 바트와 700달러를 요구했는데, 바트화는 2,960 THB이 전부라고 한다. 적용환율은 수수료 포함해서 33.85원. 여행비용을 뽑을 때 바트화 환율을 40원 정도로 계산했는데, 막상 돈을 사려니 10만원으로 거의 3천밧을 살 수 있었다. 점점 원화가 강해지고 있어서 여행자도 좋고, 물가도 많이 안정될 것이다. 시민들에게는 좋은 일인데도 정부나 일부 기업과 언론에서는 마치 큰 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고, 물정 모르는 시민들까지 부화뇌동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어쨌든 이 정도면 공항에서 점심 먹고 택시타고 호텔로 이동해도 충분한 돈이다.


암파와수상시장의 반딧불이 구경과 매끌렁 위험한 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도착 시간이 일요일 12시라 공항에서 점심 먹고 빨리 움직여도 카오산까지 1시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택시를 대절하는 것도 보통 2천밧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개별투어를 해도 시간 문제 때문에 매끌렁 시장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여유있게 움직이자. 남들이 본 것 다 보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국은 앞으로도 여러 차례 여행을 해야 하는 곳이다.


포기하고 났더니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생긴다. 때마침 태사랑에 신청한 방콕과 카오산, 치앙마이 지도가 도착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어느 분이 보내 주시는지 몰라도 우편요금 550원에 손글씨로 우리집 주소를 써서 대봉투에 넣어 보내 주셨다. 이런 정성에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 방콕의 추천 도보여행 세 경로와 치앙마이의 한 경로를 따라하고, 수상보트를 이용한 짜오프라야강 야경 투어도 한 번 하고 나면 일정은 꽉 찰 것이다. 도착 첫 날은 짜뚜짝 주말시장을 다녀오면 좋겠고, 시엠립에서 돌아와서 일정에 여유가 있으면 카오산에서도 하루를 보내도 좋고, 도시가 혹시 지겨우면 므앙보란을 다녀와도 좋을 것이다. 


여행사에 부탁하면 쉬울 것을 마음이 급하다 보니 빨리 처리하려고 처남에게 태국의 친구에게 표를 구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여권 복사본을 보내고 3주가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어서 초조했다. 지난 23일에 홍익여행사에서 수수료 400밧으로 기차표를 끊어줄 수 있다고 했는데 기다릴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된다. 혹시 표가 없을까봐  마음이 초조해지고, 처남은 처남대로 미안해 할까봐 더욱 걱정이 되었다. 아니다. 없으면 버스가 많은데 무슨 걱정인가. 처남도 최선을 다했으니 고마운 일이지 표 못 구했다고 미안해 할 일은 아니다. 그렇게 딱 맘을 먹고 있다가 연말 모임을 위해 31일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처가집으로 향하는데, 카톡으로 기차표가 날아들어왔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제대로 끊었는지 확인부터 한다. 방콕에서 핏싸눌록으로 가는 409 밧짜리 선풍기실 2층 침대차 두 장과 459 밧짜리 1층 침대차 두 장이다. 가장 중요한 날자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이제 일주일 후면 기차표가 국제우편으로 날아올 것이다.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처남 고마워, 수고했어.





이번 여행의 숙소는 처음에는 전부 booking.com을 이용해서 조사와 예약을 했다. 그런데, 이것 저것 조사를 하면서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을 의뢰했더니 5% 정도 할인을 해 주었다. 그래서 내가 조사한 호텔들로 예약을 대행시키려 하다가 오해가 생기는 바람에 포기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문의를 많이 하다보니 여행사에서 자신들을 이용하려고 했다며 기분 나빠하는 것이다. 흠, 어쩔 수 없군. 어쨌든 방콕의 첫번째 호텔은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을 했더니 무려 200밧(7천원)을 절약해서 하루치 군것질 비용을 벌 수 있었다.


캄보디아의 호텔은 태사랑을 검색하다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그린플라워 게스트하우스가 좋다고 해서 카톡으로 문의했더니 가격도 저렴해서 예약을 변경하기로 했다. 1박에 30$(더블룸 2개)에 아침 포함이니 우리가 생각했던 저렴한 숙소다. 수영장이 없어서 안타깝기는 하지만 무일을 빼고는 누구도 수영장의 유무가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니 아쉬울 것도 없다. 아침 식사만 맛있으면 된다. 두 번째 방콕 호텔은 1박에 1,200 밧(패밀리룸)인 저렴한 호스텔로 예약을 했다. 아침 식사는 근처의 노점에서 사먹으려고 계획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태사랑에 선전을 하는 오마이 호텔에 들어가 보았더니 아스테라 사톤이라는 호텔이 1박에 9만원(더블룸 1개, 트윈룸 1개)에 나왔다. 사판탁신 역에서 가깝고 수상버스인 사톤에서도 가까워서 이동하기에 좋고, 후알람퐁 기차역도 멀지 않아 보였다. 태사랑 후기를 보았더니 벌레가 나온다고 한다. 그리미에게 이야기했더니 밥 해 먹을 것도 아니니 상관없다고 한다. 맞다, 모기나 빈대가 무섭지 바퀴벌레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치앙마이의 호텔들 중에서 booking.com과 오마이호텔을 비교해서 같은 호텔인데도 더 저렴하게 예약을 할 수 있는 오마이호텔에서 Imm hotel을 1박에 7만원(더블룸 1개, 트윈룸 1개)에 예약하기로 했다. 관광의 중심지인 타패문 바로 앞에 있는 저렴한 호텔이다. 태사랑 지도에서 확인해 보았더니 구시가 여행에는 좋은데,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님만해민에서는 꽤 떨어진 곳이다. 아쉽게도 수영장은 없으나 50밧이면 이용할 수 있는 공용수영장이 있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수영할 시간이나 있을까. 결국 booking.com을 이용해서 검색하고 예약했던 호텔들을 전부 취소하게 되어 매우 미안하다. 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여야 하는 배낭여행자이니 어쩔 수가 없다. booking.com을 예약하면서 좋았던 점은 세금과 봉사료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된 금액으로 제시되고, 예약확인서를 영문 뿐만아니라 태국어로도 출력할 수 있으며, 상세한 길 안내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지도만을 제시하는 오마이호텔 보다는 한 수 위의 서비스를 하는 것은 분명한데, 가격 할인은 요란하게 표시해 두었지만 비교해 보니 없다.


길 찾는 것을 좀 쉽게 하려고 검색을 해 보았더니 매버릭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다운을 받았다. 음식점을 찾는데 이용해 보았더니 10미터 정도의 범위까지 찾아갈 수 있다. 일단 천재에게 길 찾는 것은 맡기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지도로 길 찾는 것을 해 왔던지라 누구보다 믿을만하다. 태국에서 스마트폰 쓰는 방법과 길 찾기는 오늘부터라도 천재가 고민하도록 해야 겠다.


종아리 근육이 끊어져서 재활 치료중인 그리미의 상태를 점검도 할겸 날씨도 좋아서 정릉을 가보기로 했다. 종아리에서 시작해 손목, 허리까지 완벽하게 한 바퀴 돌고 완치되는데 두 달이 걸렸다. 어린시절에 소풍으로 자주 찾았던 정릉은 옛모습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와 본다. 삼십 년이 넘었을 것이다. 입장권을 끊으려고 했더니 24세 이하의 젊은이들은 무료라고 한다. 참 재미있는 정책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정책을 세웠을까. 


신덕왕후는 급히 먹는 물에 체하지 말라고 버들잎을 띄워 우물물을 건낸 현명한 여자였다. 태조 이성계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은 왕비(후처)였으나, 이방원에게 살해당한 방석과 방번의 어미였으니 아내로서는 훌륭했으나 어미로서는 그렇지 못했다고 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살았고, 왕자의 난과 같은 비극은 사후에 벌어진 일이라 몸소 겪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식들에게는 그녀의 복이 미쳐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다. 정릉을 빙 둘러보는 산책길은 적당한 언덕과 아름다운 소나무들, 쌓인 눈으로 고즈넉하고 소박했다.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미의 다리는 회복되어 있었다. 다행이다. 산책을 끝내고 났더니 벌써 종아리가 묵직해진다고 하니 걱정은 걱정이다. 하루 네 다섯 시간은 걸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