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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태국·앙코르와트여행

태국 문자 읽기가 과연 가능할까_131113, 수

방콕과 시엠립의 숙소를 예약해두고 어떻게 일정을 짤 것인가를 고민 중이다. 멀리 치앙마이와 수코타이, 빠이를 다녀올 것인가, 꼬창이나 꼬싸멧을 갈 것인가, 방콕 주변만을 둘러볼 것인가 등등 다양한 선택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렵다. 북부 지방으로 가고 싶은데, 700km 가까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생각을 하니 암담하다. 방콕으로 들어가서 치앙마이로 나오는 항공기를 예약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를 못해서 이동 비용과 시간이 부담스럽다. 시간을 절약하려면 에어아시아로 치앙마이를 왕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고, 마침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북부지방은 나중에 라오스와 엮어서 다녀오는 것으로 할까. 그리미는 그게 좋다고 한다. 방콕 주변의 므앙보란, 야유타야, 깐짜나부리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여유있게 보는 것으로 이번 여행은 충분히 좋을 것이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해도 특별한 답이 나오지 않아서 태국 문자 읽기를 공부해 보기로 했다. 한글처럼 단순하면서도 과학적인 문자를 사용하다가 태국문자를 접하니 자연스럽게 기억이 되지를 않는다. 일단 모양이 비슷한 것이 너무 많고, 비슷한 문자들이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낸다. 비슷한 소리를 내는 완전히 다른 문자들도 서 너 개씩이나 된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천재는 터키의 아타튀르크가 과감하게 아랍문자를 포기하고 라틴문자를 도입한 현명함이 생각난다고 했다. 어쨌든 태국 고유의 문화이며 창조물이니 훌륭하다고 믿고 익혀야 하는데 참으로 힘들다. 오후 내내 닭대가리와 개선문을 닮은 글자들을 보며 암호 풀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호텔이름이나 음식점 이름이라도 읽어낼 수 있을까. 외웠다가도 며칠 동안 접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여행가기 전까지라도 자주 들여다봐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태국의 문자인 악선타이(อักษรไทย))는 놀랍게도 1283년 수코타이 왕국의 왕인 람캄행(รำซำแหง : 글자를 익혀서 임의로 만든 글자) 대왕이, 더욱 놀랍게도 크메르 문자를 바탕으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한글이 창제된 것이 1453년이니까 그보다 170년이나 앞서서 만들어진 표음문자이다. 모두 44개의 자음과 32개의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글과 같이 대소문자의 구별이 없다. 자음은 2개의 글자를 제외하고 모두 ○을 가진 모양이 독특하면서도 정신이 없다.


수년 전에 스페인의 알카사르와 알함브라 궁전을 다녀와서 아랍어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아랍어를 배운다고 하다가 아랍문자를 외울 수가 없어서 포기한 적이 있다. 동영상으로 30회 정도 되는 기초 아랍어를 신청했다가 2회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해 버렸다. 도저히 아랍문자를 읽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와 다르다면 이번 태국 여행은 영어가 기본이 되겠지만, 메뉴판이나 간판, 대중교통 등 모든 부분에서 영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존 차원에서 악선타이(อักษรไทย) 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25년 동안 아래아 한글을 써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타이어를 써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효율을 중시하기 때문에 미활용 부분을 사용하는 즐거움은 매우 크고 재미있다. 이틀 동안 계속 들여다보고 써 보았더니 시간은 참 잘 간다.